그래미 벽 넘은 ‘골든’…K팝 새 역사 열다
케데헌 OST, 그래미 트로피 영예…한국 문화·관광 ‘신드롬’
블핑 로제·캣츠아이·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등은 수상 불발
2026년 02월 02일(월) 20:50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OST ‘골든’이 제68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수상했다. 왼쪽부터 골든을 부른 오드리 누나, 이재(EJAE), 레이 아미. /연합뉴스
이번 제68회 그래미 어워즈는 K팝의 현재 위치를 보여준 시상식이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OST ‘골든’의 수상을 비롯해 블랙핑크 로제, 걸그룹 캣츠아이,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까지 다수의 K팝·K컬처 콘텐츠가 후보에 오르며 그래미 무대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히 로제는 브루노 마스와 함께 오프닝 무대에 올라 ‘아파트’를 선보였고, 캣츠아이도 신인상 후보 자격으로 대표곡 ‘날리(Gnarly)’ 무대를 펼치며 눈길을 끌었다.

‘골든’은 1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그래미 어워즈 사전 행사에서 ‘베스트 송 리튼 포 비주얼 미디어’ 부문을 수상했다.

영상 매체를 위해 제작된 곡 가운데 작품성과 음악성을 인정받은 작곡가에게 주어지는 상으로, K팝 창작진이 그래미 트로피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미 어워즈는 레코딩 아카데미가 주관하는 미국의 대중음악 시상식으로 1959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다. 가수와 프로듀서, 녹음 엔지니어, 연주자 등 음악 분야 전문가들이 회원으로 참여하며, 수상자는 회원 투표를 통해 결정된다.

시상은 본상에 해당하는 제너럴 필즈(General Fields)와 팝·록·컨트리 등 음악 장르별 부문, 기술 부문 등으로 나뉜다. 제너럴 필즈에는 ‘올해의 앨범’, ‘올해의 노래’, ‘올해의 레코드’, ‘최우수 신인상’, ‘올해의 프로듀서’, ‘올해의 송라이터’가 포함된다.

그래미에서 수상한 한국인으로는 소프라노 조수미와 첼리스트 김기현, 음반 엔지니어 황병준 등이 있다. 그러나 K팝 장르의 음악이 수상으로 이어진 것은 ‘골든’이 최초다. 방탄소년단은 ‘다이너마이트’와 ‘마이 유니버스’ 등으로 여러 차례 후보에 올랐으나 수상에는 이르지 못했다.

그래미는 차트 성적이나 판매량보다 음악적 완성도와 작품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대중 투표가 아닌 회원 투표로 수상자를 결정하기 때문에 대중적 인기가 높아도 평단의 평가를 얻지 못하면 수상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때문에 이번 ‘골든’의 수상은 높은 그래미의 벽을 K팝이 드디어 넘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래미 오프닝 공연을 선보이는 로제(오른쪽)와 브루노 마스. /연합뉴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수상을 ‘K팝의 첫 그래미 수상’으로 소개하며 “그동안 그래미에서 K팝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수차례 후보에 오른 방탄소년단의 수상이 불발됐는데,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글로벌 장르(K팝)의 오랜 갈증을 마침내 해소했다”며 “케데헌은 2025년 가장 강력한 글로벌 문화 콘텐츠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다만 본상 부문에서는 모두 수상이 불발되며 한계도 드러났다. ‘골든’은 ‘베스트 송 리튼 포 비주얼 미디어’ 부문에서는 수상했지만, 본상 격인 ‘올해의 노래’에서는 트로피를 받지 못했다. 로제의 ‘아파트’도 ‘올해의 노래’와 ‘올해의 레코드’ 후보에 올랐으나 수상에는 이르지 못했다. 캣츠아이와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도 후보 지명에 머물렀다.

그럼에도 후보 지명과 무대 참여가 이어지며 그래미가 K팝의 영향력을 점차 인식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021년 방탄소년단이 처음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후보에 오른 이후 반복된 도전 과정 속에서 K팝의 문화적·상업적 위상에 대한 평가도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미 투표권을 가진 팝페라 테너 임형주는 “K팝이 그래미의 벽에 균열을 낸 것은 분명하지만 완전히 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흥겨움이나 중독성을 넘어 예술성과 작품성으로 평가받아야 한다”며 “스페인어권 음악이 오랜 시간에 걸쳐 미국 시장에서 영향력을 쌓은 끝에 배드 버니가 ‘앨범 오브 더 이어’를 수상한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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