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곳 중 1곳 빈 점포 … 쇠락하는 ‘광주의 시내’ 충장로
100년 전통 충장로상권 ‘광주의 심장’이 식어간다
<1> 과거의 위상은 어디에
광주 최대의 번화가는 ‘옛말’
‘시내’로 불린 상징적인 공간
100억 투입 르네상스 사업에도
침체의 터널 벗어나지 못해
역사와 전통 살린 콘텐츠 개발
2026년 02월 02일(월) 19:30
2일 광주시 동구 충장로 충장로우체국 일대의 거리가 시민들의 발길이 드물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나명주 기자 mjna@kwangju.co.kr
광주 최대 상권으로 꼽히는 충장로 상가 3곳 중 1곳이 비어 있을 만큼 쇠퇴가 장기화하고 있다. 5년간 총 1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고 있지만, 지자체와 상인이 해법으로 제시해온 대책도 쇠락을 막기에 역부족이다. 충장로 상권 활성화 정책의 한계를 짚고, 충장로 위상 회복을 모색하는 기획을 5회에 걸쳐 연재한다.



충장로는 광주시민에게 ‘시내’로 불리며 세대를 넘어 중심 상권 역할을 해온 ‘상징적인’ 공간이다.

이곳은 조선시대 광주읍성 북문을 잇던 핵심 거리였으며, 일제강점기인 1911년 일본인 상인이 현 갤러리존(충장로 2가 18) 맞은편에 잡화점을 내며 상권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일제강점기 ‘혼마치(本町·중심 거리)’로 불리는 등 중심 상권으로 성장했고, 해방 직후인 1946년 임진왜란 의병장 충장공 김덕령 장군의 호를 따 현재의 이름을 얻게 됐다.

1963년 개축한 충장로우체국을 중심으로 요식업과 서비스업이 밀집되며 광주 최대 번화가로 전성기를 누렸으며, 5·18민주화운동 당시에는 금남로와 함께 시위대의 주요 집결지로 활용되는 등 지역민에게 각별한 의미를 지닌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충장로는 2000년대 초반 전남도청 이전과 함께 상무지구, 수완지구 등 외곽 지역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점차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다.

쇼핑공간과 음식점, 카페 등으로 구성된 1·2·3가, 한복집, 포목집, 혼수전문점이 즐비한 4가, 원단도매상, 가방도매점, 악세서리 도매점으로 구성된 5가 등 주요 상권이 모두 주저 앉았다.

침체는 대형 백화점들뿐 아니라 충장로의 터줏대감이던 ‘노포(老鋪·오래된 점포)’와 대형 프랜차이즈도 비켜가지 못했다.

1945년 문을 연 중화요리 전문점 ‘왕자관’, 1983년 개업해 만남의 장소로 꼽히던 돈가스 전문점 ‘유생촌’ 등이 문을 닫았고, 스타벅스(충장점·충장일가점), 베스킨라빈스(광주황금점) 등 유명 프랜차이즈도 버텨내지 못했다.

코로나19 확산은 충장상권에 결정타를 안겼다. 장사는 예전 같지 않지만 임대료 수준은 여전히 높게 유지되면서, 그나마 버텨오던 상인들마저 하나둘 상권을 떠나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과거 명성에만 의존해 새로운 트렌드와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고 정체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광주일보가 충장로 1가 입구부터 충장우체국을 지나 3가 충장파출소까지 450m 구간에 들어선 중심 상가를 전수 조사한 결과, 전체 199곳(층·호실 기준) 가운데 영업 중인 곳은 135곳에 그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충장상권 르네상스’ 사업 등 각종 활성화 정책이 별다른 실효성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구가 광주시 빅데이터(2019~2024년)를 자체 분석한 결과, 충장로 일대 월평균 방문객 수는 2019년 105만5919명에서 2024년 94만1733명으로 5년 사이 10.8% 감소했다.

 같은 기간 월평균 4대 소비 매출액(음식·숙박·레저·관광)은 2019년 34억5273만원에서 2024년 23억4026만원으로 32.2% 급감했다. 지난 2022년부터 사업비 100억원을 투입한 ‘충장상권 르네상스’ 사업을 추진했음에도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지역의 역사성과 상징성이 집약된 공간으로서 충장로를 부활시키기 위해서는, 단순 예산 투입을 넘어 지역 사회 인식을 개선하고 공동체의 목소리 담은 상권 활성화 해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전통성을 살리면서 사람들이 머물고 즐길 수 있는 상권으로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봉수 현대계획연구소장은 “충장로는 역사·상징성을 고려했을 때 여전히 광주의 중심이지만, 지역민의 발길이 끊겨갈 정도로 경쟁력이 약화된 상태”라며 “전통성은 살리되 사람이 머물고 즐길 수 있는 상권으로 전환해 과거의 위상을 회복해야 한다. 상인들의 인식 개선과 지역민들의 목소리를 담은 콘텐츠 개발 등 근본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준명 기자 yoon@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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