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나를 다시 살게 해준 고마운 나라죠”
광주서 한국어 전도사로 활동하는 체코 안드레이 리트비노브씨
격투기 선수 제명 후 방황…담양 출신 아내와 5남매 키워
맛깔난 한국어로 SNS 화제…어학 강사·배우·리포터 활동
2026년 02월 01일(일) 20:15
광주에서 ‘한국어 전도사’로 활동하고 있는 안드레이 리트비노브(42·체코·사진)씨는 자칭 ‘대한 외국인’이다. 온라인 한국어 강사로 활동하며 대화할 때 한국인보다 더 추임새를 ‘맛깔나게’ 사용하는 그는 한국을 제2의 고향이라 자부한다.

최근 안드레이 씨가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한국어 잘 하는 것처럼 보이는 법’ 릴스가 조회수 352만 회를 돌파하며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안드레이 씨는 구수한 어투로 “정석대로 발음하고 띄어쓰기에 신경 써서 글을 쓰면 오히려 번역기 돌린 듯 어색하고 여유 있게 힘을 풀고 말하거나 쓰면 더 한국인처럼 보인다”는 일종의 ‘꿀팁’을 전수하고 있다. 댓글에는 ‘우리 아빠보다 (한국) 말을 더 잘한다’, ‘누구한테 배웠길래 한국어 패치가 이렇게 잘 됐냐’는 반응이 이어졌다.

안드레나 씨는 소련 외교부 직원이던 어머니와 체코에서 군악대로 활동하던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이후 초등학생 때 우크라이나로 이주한 그는 한국인 아내와 사랑에 빠지며 광주에 정착해 살게됐다.

슬하에는 5명의 자녀 김안젤라(여·14)양과 김노아(13), 김바울(11), 김요나단(9), 김데우(6)군이 있다.

안드레이 씨에게 한국은 ‘다시 살아가게 해준 고마운 나라’다. 13살에 어머니를 여읜 그는 격투기(UFC) 선수로 활동했으나 18살 때 경기 도중 심판을 폭행해 선수 자격을 박탈당했다. 당시 그의 나이 18살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운동만 해온 탓에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제명 후 힘든 시간이 이어졌고, 도박으로 돈을 잃어 노숙 생활까지 했죠. 지푸라기 붙잡는 심정으로 한국인 선교사 교회를 찾아갔어요. 그때 만난 한국사람들의 응원 덕분에 언어 재능을 발견했고 그 곳에서 단기 선교를 온 지금의 아내를 만나게 됐죠.”

2010년에 아내를 따라 온 한국은 상상과 달랐다. 서울이나 부산 같은 화려한 도시를 예상했지만 그가 마주한 담양과 광주는 소박한 풍경이었다.

안드레이 씨는 “사람 사는 냄새가 나고 지나치게 화려하지 않은 이 도시가 마음에 쏙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어 강사 외에도 다방면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에는 배우 차인표가 출연한 CGN 제작 10부작 다큐멘터리 ‘바울로부터’에서 주인공 사도 바울 역을 맡아 열연했으며 지역 방송 리포터와 통역사로도 활동했다.

안드레이 씨는 한국어를 배우려는 수강생들에게 ‘문화적 맥락’을 강조한다.

“‘할 거예요’와 ‘할게요’처럼 러시아어로는 하나로 해석되지만 한국어로는 미세한 차이가 있는 표현들은 문법만으로 이해할 수 없죠. 한국의 문화와 억양, 생활방식을 알아야 한국어를 더 재밌게 배울 수 있죠. 한국어는 배울수록, 사용할수록 대단한 언어라는 걸 느낍니다.”

안드레이 씨는 한국에 정착하려는 외국인들에게 “모국어 사용을 최소화하고 한국어만 쓰려 노력해야 실력이 는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또 그는 “한국에 와서 국회의원, 지자체 시장, 유명한 운동선수 등 모두 만나봤지만 돌이켜보면 모두 다 같은 사람이었다”며 “절대 위축되지 말고 한국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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