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 고재(古材)에 덧입힌 현대적 감각
민은주 작가의 ‘미음완보 微吟緩步’전
2월 22일까지 광주예술의전당 갤러리
2026년 01월 28일(수) 09:31
‘우연처럼 인연처럼’
‘우연처럼 인연처럼’
오래된 것들이 현대적 감각을 만나 발현하는 힘.

우리의 옛것은 보는 이에 따라 다른 감성을 환기한다. 어떤 이는 고루한 이미지를, 이에 반해 어떤 이는 고아함을 느낀다. 애정의 눈길로 바라보면 사물이 걸어오는 말을 내면으로 들을 수 있다.

민은주 작가의 작품은 오래된 소재와 재료들로 구현돼 있지만 전혀 ‘촌스럽지’ 않다. 전통의 고재(古材)에 덧입힌 현대적 감각은 오히려 더 세련된 미감을 선사한다.

광주예술의전당 갤러리에서 펼쳐지고 있는 민 작가의 ‘미음완보 微吟緩步’전(오는 2월 22일까지). 전시실에는 조형 작품 30여 점이 걸렸다.

한지 위에 삶과 시간의 궤적을 새겨 넣는 작가의 섬세한 감각과 공력의 시간을 가늠할 수 있는 전시다. 고재(古材)와 기와, 그리고 한지를 접목한 작품은 독보적인 분위기를 발하며 관람객의 발길을 붙든다.

‘작은 소리로 읊조리며 천천히 걷는다’라는 의미의 ‘미음완보(微吟緩步)’가 맞춤하게 맞물리는 지점이다. 오랜 세월 누군가의 삶을 있는 듯 없는 듯 덮어주었던 오래된 재료들이 작가의 심미적 감성, 섬세한 손끝의 감각에 의해 재탄생한 것이다.

기와의 유려한 굴곡을 따라 구현된 문양들은 질서에 의해 구획되었지만 그 질서를 넘어 생명력을 발한다. 세월에 깎인 기와 단면을 살려낸 부분은 무심한 듯 투박한 자연미가 투영돼 담백함을 전한다. 그와 달리 색채와 금박을 입힌 작품은 세련미와 조형미라는 현대적 감성을 전한다.

오랜 세월 견뎌온 기와, 한지의 물성을 다루는 작가의 손길도 시간의 흐름과는 무관하다. 세상의 시간과는 거리를 둔 채 수행하듯 점을 채워가는 작업은 예술 본래의 정신과 맞닿아 있다.

민 작가는 “오랜 세월의 무게를 견뎌온 소재들이 전하는 묵직한 울림을 작품에 투영하고자 했다”며 “전통과 현대적 감각이 어우러져 발현하는 생의 에너지를 관람객들이 마주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한편 민 작가는 2014년 서울 가나아트에서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일본 후쿠오카 등 국내외에서 다수의 개인전을 열었다. 전라남도미술대전, 광주시미술대전에서 대상을 받았으며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을 역임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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