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 즐거움…사람들과 호흡하며 매력 알리고 싶어”
2026 꿈을 쏘다 <2> 전통 타악기 연주자 이화현
완도 보길도 초등 사물놀이팀서 시작
고교·대학 한국무용·전통 타악 전공
사물놀이 마당 단원…강사로도 활동
광주 여성 연희팀 ‘홀릭’과 공연 준비
2026년 01월 26일(월) 19:15
완도 보길도의 작은 분교에서 여섯 명의 아이들이 함께 북을 치던 시간이 있었다. 전교생이 6명뿐이던 학교에서 사물놀이를 처음 접한 아이는 이제 스물여섯의 전통예술가가 되어 다시 남도로 돌아왔다. 전통 타악기 연주자 이화현(26)의 이야기다.

기자는 최근 경기 평택에서 사물놀이 겨울캠프 강사로 활동 중인 이화현 씨와 전화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섬마을에서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져온 자신의 국악 여정을 풀어놓았다.

“섬에서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게 많지 않았어요. 우리가 할 수 있는 놀이 가운데 가장 재미있는 게 사물놀이였죠.”

이화현 씨의 고향은 완도에서도 배를 타고 노화도를 거쳐 들어가야 하는 작은 섬 보길도다. 그는 보길동초등학교 예작분교에 다녔는데 당시 분교장의 제안으로 학교에 사물놀이팀 ‘소리터’가 만들어졌다. 학원과 PC방을 오가는 ‘육지 아이들’과 달리 섬마을 아이들의 하루는 북과 장구 소리로 채워졌다.

오빠인 동현 씨와 함께 사물놀이를 시작한 이화현 씨는 꽹가리와 장구, 북과 징의 장단에 맞춰 자연스럽게 무대에 섰다. 2009년 ‘공주 세계 사물놀이 겨루기 한마당’에 출전해 우수상과 인기상을 받으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 경험은 전통예술을 진로로 삼겠다는 결심으로 이어졌다.

전문적인 교육을 받기 위해 그는 오빠와 함께 수도권 친척집으로 거처를 옮겼다. 안양예술고등학교에서 한국무용을 전공하며 예술의 기본기를 다졌고 무대 위에서 몸으로 표현하는 법을 배웠다.

그러나 대학 진학을 앞둔 고3 무렵, 그는 다시 국악을 떠올렸다. 사물놀이를 전공한 오빠와 함께 꽹가리를 치며 느꼈던 해방감이 문득 떠오른 것이다. “무용도 좋았지만 제가 더 편안하게 즐기면서 하는 게 국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러 동료들과 함께 무대에 올라 눈을 마주치고 호흡을 맞추는 순간이 특히 좋았죠. 관객들이 ‘얼쑤’ 하고 호응해 주는 소리를 들으면 이게 제가 하고 싶은 일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전공을 바꾼 그는 세한대학교 전통연희학과에 진학해 전통 타악을 본격적으로 공부했다. 늦은 전향이었지만 기본기부터 차근차근 다시 쌓아갔다. “전공을 늦게 시작해서 배운 게 많지 않았어요. 작품 하나를 붙들고 계속 연습하면서 시험을 봤죠.” 대학 시절 정기공연과 졸업연주회 무대는 그에게 국악 연주자로서의 출발선이 됐다.

졸업 이후 그는 연희공방 음마갱깽 연수단원, 세한대학교 전통연희학과 조교를 거치며 공연과 교육 현장을 함께 경험했다. 특히 ‘사물놀이 마당’에서 최찬균 선생에게 사사한 시간은 그의 예술관을 다지는 계기가 됐다.

물론 전통예술가로서의 길은 결코 평탄하지 않았다. 전공자는 계속해서 늘어났지만 공연과 교육 기회는 한정돼 있었다. 그는 활동 무대를 다시 고향 전남으로 옮기기로 했다. 수도권과는 다른 환경 속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현재 그는 공연과 교육을 병행하며 활동하고 있다. 해남에서는 마을 어르신들을 찾아가는 공연에 참여했고, 광주에서는 학교 무대에 섰다. 올해부터는 방과후 수업을 맡아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최근에는 광주 여성 연희팀 ‘홀릭’과의 활동을 준비 중이다. 사물놀이 마당 단원이자 충청남도학생교육문화원 사물놀이 강사로서 충청권과 전남을 오가는 생활도 이어가고 있다.

“수업을 하다 보면 아이들이 북을 치면서 즐거워하는 순간이 있어요. 그게 가장 좋습니다.” 그는 아이들이 국악을 전공으로 선택하기보다, 먼저 즐거운 경험으로 기억하길 바란다고 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그는 ‘계속하는 것’을 가장 먼저 말했다. “어릴 때부터 묵묵히 지켜봐 주신 부모님이 계셨고, 지금까지 이 길을 이끌어주신 선생님이 계셨어요. 그분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고 그래서 더 오래 이 일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공연도 하고, 수업도 하면서 제 자리에서 꾸준히 연주하고, 아이들에게 이 소리를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기회가 된다면 해외 무대에서도 우리 소리를 한 번쯤 소개해보고 싶습니다.”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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