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G ‘임대보증제’, 전세사기 못잡고 지역 건설사만 잡는다
주택도시보증공사 사업 지난해 6월 윤석열 정부 때 현실 무시하고 시행
개인 임대 사업자 보증 사고 해마다 증가…광주 주택업계 줄도산 공포
감정평가제도 건설임대 사업자와 개인임대 사업자 동일 기준 적용 문제
2026년 01월 15일(목) 21:10
/클립아트코리아
윤석열 정부 시절 전세사기 피해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지역 현실을 무시하고 개정한 ‘임대보증 제도’가 본격 시행되면서 광주 주택업계에 줄도산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광주 등 지역 주택업계에서는 임대보증제도 시행에 따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지난해 5월 인정 감정평가제도 도입 이후 실제 시세와 동떨어진 시세 평가 구조가 굳어져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주택업계는 이 같은 문제가 임대보증 사업은 물론 주택담보대출(모기지) 보증, 공공지원 민간임대 등 HUG 사업 전반에서 발생하고 있는 만큼 HUG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 등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5일 주택업계에 따르면 인정 감정평가 제도는 전세사기 대책 논의 과정에서 윤석열 정부 시절 국무회의를 거쳐 지난해 6월 4일 시행됐다.

당시 건설업계를 중심으로 전세사기와 무관한 법인·건설임대 사업자까지 개인 임대 사업자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받게 돼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제도 개선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역 주택업계 관계자는 “전세사기는 주로 개인 임대 중심으로 발생했는데 법을 고치면서 별다른 문제 없이 운영되던 법인 임대까지 한꺼번에 동일 잣대를 적용했다”며 “제도 설계 단계에서부터 무리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기존에는 임대인이 감정평가법인을 통해 산정한 주택 가격을 HUG에 제출하면 이를 토대로 임대보증금보증이 발급됐다.

하지만 현행 제도에서는 임대보증금보증 발급을 위해 HUG가 지정한 5개의 감정평가법인이 산정한 주택 가격만 인정된다. 이 평가금액이 보증 기준이 되면서 시세보다 낮게 평가될 경우 임대보증금 축소나 현금에 준하는 추가 담보 제공이 불가피해진다.

예컨대 임대보증금이 3억원인 주택의 인정 감정평가가 2억원으로 나올 경우 그 금액에 맞추지 않으면 보증서가 발급되지 않는 구조다. 이같은 경우 결국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주거나 차액만큼을 HUG에 제공해야 하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감정평가법인이 HUG가 인정한 극소수 업체로 한정된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전국 수많은 감정평가법인 가운데 일부만 인정되면서 평가 결과가 획일화되고 보수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불만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감정평가가 특정 업체로만 한정되다 보니 결과가 HUG의 기준과 시각에 맞춰질 수밖에 없다는 의심이 현장에 퍼져 있다”며 “실제로 시세와 비교했을 때 시세에 턱없이 못 미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일부에선 HUG와 감정평가기관의 관계를 의심하는 말도 나온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제도 변화는 지역 건설사의 경영에도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실제 광주·전남 기반 건설사로 탄탄한 재무 구조를 자랑했던 삼일건설이 최근 기업 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삼일건설은 지난 6일 광주지방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고 법원은 회생 인가 여부 결정 전까지 채권을 동결하는 포괄적 금지 명령을 내린 상태다.

삼일건설은 공사대금 미지급이나 대규모 채무가 없는데도 ‘HUG 인정 감정평가 제도 변경’ 부작용을 견디지 못하고 불가피하게 법정관리를 선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삼일건설 관계자는 “임차인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삼아 연대보증 유지, 추가 비용 투입 등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했으나 더 이상의 자구책으로는 한계에 도달했다”면서 “HUG의 보증 처리 및 압류가 진행되면 회사가 위험해질 수 있어 불가피하게 법정관리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광주 건설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터질 게 터졌다”는 분위기다.

지역 건설 업계 관계자는 “현장을 무시한 잘못된 제도 때문에 삼일건설처럼 건실한 회사마저 법정관리를 받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면서 “특히 지역 건설업계에선 어려운 사정을 외면하는 HUG광주전남지사의 업무 태도 등에 대한 불만도 크다”고 주장했다.

지역 주택업계가 특히 문제 삼는 대목은 감정평가 제도가 건설임대 사업자와 개인 임대사업자를 구분하지 않고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HUG가 더불어민주당 복기왕 의원실에 제출한 최근 5년간 임대 보증(사용검사 후) 사고율 자료에 따르면 개인 임대사업자의 보증 사고율은 2023년 7.9%, 2024년 9.3%까지 치솟았다. 반면 건설임대 사업자가 포함된 법인 임대사업자의 사고율은 각각 0.4%, 0.8%에 그쳤다.

지역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 제도가 유지된다면 주택업계의 줄도산으로 이어져 대규모 보증사고와 함께 모든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들에게 돌아가는 이른바 ‘전세사기 시즌 2’가 재현될 것”이라며 “하루빨리 건설 임대와 개인 임대를 명확히 구분하고 법령 시행 이전 임대 단지 적용 제외 등 합리적인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해나 기자 khn@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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