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우선에 ‘樹수방관’…벌목 남발에 ‘樹난시대’
마구잡이 벌목에 몸살 앓는 가로수 <상> 이식 대신 툭하면 잘라내
광주 자치구 5년간 1032그루 싹둑
공사 과정 잘려나간 것만 503그루
옮겨 심은 나무 점검·관리도 미흡
자치구 조례상으로는 이식 원칙
비용 문제에 작업현장 벌목 선호
베기 전 전문가 자문 의무화해야
2026년 01월 13일(화) 20:10
최근 광주시 북구 용봉동 전남대 예술대학 가로수길에 줄지어 있던 나무가 모두 베어진 채 밑동만 남아있다.
도심의 가로수는 미세먼지를 걸러내 공기를 정화하고, 여름철 그늘을 제공하고 도심의 온도를 낮추는 도시의 인프라로서 기후 위기 시대에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하지만 가로수 관리를 담당하는 지자체는 지금까지도 도시개발, 공사 현장에서 “현실적인 이유”를 빌미로 주먹구구식으로 가로수를 벌목하기를 반복하고 있다. 생육 가능성에 대해 제대로 진단도 안 하고, 생태적 가치를 따져보지도 않고 무분별하게 벌목되는 광주 지자체의 가로수 관리 실태와 도시숲을 지키기 위한 대안을 3회에 걸쳐 연재한다.



광주시 5개 자치구가 최근 5년간 벌목한 가로수가 1000그루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절반에 달하는 500여그루는 도시개발, 공사 과정에서 “지하 시설에 뿌리가 얽혀 있어 뽑기 힘들다”, “가로수 뿌리가 너무 커서 못 뽑겠다”는 등 개발 논리, 경제 논리에 맞춰 잘려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더욱이 벌목하기로 결정을 내리는 과정도 지자체 담당자가 눈대중, 시공사 설명만 듣고 벌목 여부를 결정하는 등 ‘주먹구구’ 식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광주시 5개 자치구에서 집계한 가로수 관리 현황에 따르면 최근 5년(2021~2025년)간 광주시에서는 총 1032그루의 가로수가 벌목됐다.

이중 교통사고 등 파손, 관리 부실로 고사한 것을 제외하고 공사 과정 등에서 협의 하에 잘려나간 나무는 503그루였다.

서구는 공사 등 이유로 328그루를 벌목하며 가장 많은 나무를 잘라냈고, 북구 93그루, 동구 72그루, 광산구 5그루 등이었다. 남구는 고사목을 제거한 것 외에는 벌목으로 기록된 건 없었다.

최근 전남대에서도 지하 관로를 공사한다며 가로수를 15그루 벌목하는 등 각 자치구에서 관리하지 않고 있는 가로수까지 포함하면 실제 벌목된 나무는 그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같은 기간 벌목하지 않고 ‘이식’한 가로수는 899그루로 집계됐다.

이식은 나무를 잘라내는 대신 뿌리채 굴착해 나무를 통째로 공원, 유휴부지 등 녹지로 옮겨심고, 상황에 따라 공사 이후 제 자리에 다시 옮겨심는 조치다.

북구는 411그루를 보차도 점용, 건축사업, 도로 공사 등을 사유로 이식했다. 광산구는 244그루, 남구 209그루, 동구 26그루 등이었으며 가장 많은 나무를 잘라냈던 서구를 단 9그루를 이식하는 데 그쳤다.

다만 각 자치구는 이식 이후 일정 시간이 지난 가로수에 대해서는 별다른 관리를 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식 과정에서 하자보증기간 2년을 설정해 공사업체(시행사)로부터 현금을 예치받거나 하자보증보험에 가입하도록 하는 것이 전부로, 이후 생존 여부를 점검하거나 관리하는 주기적인 모니터링 시스템은 없는 실정이다.

각 자치구 관계자들은 “조례상 원칙은 이식이지만, 현장 여건 등 현실적인 이유로 벌목이 불가피한 경우가 많다”고 했다.

지자체는 ‘광주시 도시숲 등의 조성 및 관리 조례’와 각 자치구 가로수 조성 및 관리 조례에 따라 처리 여부를 결정한다.

교통사고 등으로 가로수가 생육이 불가능할 정도로 파손됐을 경우에는 벌목 처분한다. 또 배수관·선로 등 지하 매설물에 뿌리가 얽혀 있어 뿌리를 뽑아내기 힘들거나 이식 과정에서 재산·인명 피해 우려가 있는 경우에도 벌목을 검토한다.

가로수 뿌리가 ‘가로수 조성 및 관리 매뉴얼’에서 정한 기준을 넘어 밑동 지름의 4~5배 이상으로 넓게 퍼져 있을 경우, 아예 “이식을 해도 뿌리를 내리지 못할 것”으로 보고 벌목 처분한다.

나무의 흉고직경(가슴높이 둘레)이 작을수록 뿌리 활착률이 높아 이식이 상대적으로 수월하지만, 큰 나무일수록 더 많은 뿌리를 확보해야 해 이식 환경이 쉽지 않다는 것이 각 자치구 담당자 설명이다.

하지만 벌목과 이식 여부를 결정할 때는 대부분 전문가 심의위원회를 열기는커녕 비전문가인 자치구 담당자와 시공사의 육안 점검, 내부 검토만 거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광주시 조례상으로는 벌목에 앞서 공청회나 주민설명회, 나무의사 등 전문가 자문을 받도록 하고 경우에 따라 ‘도시숲 등의 관리 심의위원회’에서 심의를 받도록 하고 있지만, 필수사항이 아닌 ‘권고사항’으로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작업 현장에서는 비용 문제 때문에 이식보다 벌목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벌목을 할 때는 벌목 작업비와 임목 폐기물 운반비, 폐기물 처리비만 부담하면 되지만, 이식은 굴취(굴착) 작업비를 비롯해 가식장(임시로 심는 공간) 운반, 가식재 비용, 가식 기간 동안의 유지관리비, 공사 완료 후 재굴취비, 재운반·최종 식재비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일반적으로 이식을 하면 벌목할 때보다 최소 2배 이상 비용이 많이 들게 된다는 것이다. 더구나 뿌리가 지하 매설물에 얽혀 있으면 공사시간과 비용, 인력이 많이 들기 때문에 빨리 진행할 수 있는 벌목이 선호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가로수를 단순한 시설물이 아닌 생명체로 바라보는 인식 전환과 함께, 벌목·이식 과정에서 전문가 자문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중태 나무의사는 “나무 하나를 키우는 데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지만, 공사 때문에 인위적으로 베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작은 나무도 이식에 수백만 원이 들고 보호수는 1억 원 이상이 소요되지만, 수목 폐기물은 5t 차량에 실어 60~70만 원에 처리된다”고 말했다. 이어 “지자체도 가로수를 베기 전 반드시 나무의사 등 전문가의 진단과 자문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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