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 소식 뛸 듯이 기뻤지만 시작의 무게감 느껴집니다”
2026광주일보 신춘문예 신인작가 3명 인터뷰
소설 김수현 “표류하던 시간 떠올라 울컥”
시 권라율 “6년째 도전에 뜻밖의 기쁨”
동화 김령희 “‘신춘’ 소망 이뤄져”
2026년 01월 12일(월) 18:55
소설 김수현
새해 문화계의 가장 눈길을 끄는 뉴스는 단연 신춘문예다. 주요 일간지 신년호에 신춘문예 당선자들의 작품, 심사평, 당선소감이 실리면 문학청년, 문학애호가들의 시선이 집중된다. 독자들은 올해는 또 어떤 신인이 당선됐을까, 라는 궁금증을 갖게 되며 투고자들은 다시 도전의 각오를 다지기도 한다.

기자는 2026 광주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3명 신인작가들과 얼마 전 전화와 지면으로 인터뷰를 했다. 김수현(소설), 권라율(시), 김령희(동화) 3명 신인들의 당선소감을 비롯해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들었다.

김수현 소설가는 당선 소감을 묻는 질문에 “연락을 받고 난 뒤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긴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갔고 어떤 울분이랄까, 억눌렸던 뭔가가 몸 밖으로 한꺼번에 터져 나오려고 했다”며 “망망대해에 표류하던 기나긴 나날이 지나가려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권라율 시인은 “새해를 좋은 소식으로 시작하게 돼 기쁘다. 신춘문예에 도전한 지 6년째 당선이 되었다”며 “뜻밖의 소식에 며칠간은 기분이 날아갈 듯했는데 그 다음부터는 시작이라는 말이 주는 무게감으로 연말을 차분히 지냈다”고 전했다.

김령희 동화작가는 “동화를 처음 공부할 때 친구들이랑 각자 받고 싶은 문학상을 자기 이름 앞에 ‘호’로 붙이자고 했다. 그때 제 이름 앞에 붙인 것은 ‘신춘’이었다”며 “우리는 장난처럼 호를 만들었지만 저는 절대 장난이 아니었다. 소망을 이루어서 기쁘다”고 했다.

신인 작가들의 소감에는 소원하던 바람이 이루어졌다는 기쁨이 담겨 있었다. 기다림 끝의 단비와도 같은 느낌이 전해졌다.

“학창시절부터 학업을 마치면 도서관 열람실을 갔다. 마치 제가 있어야 할 자리인 것처럼 당연하다는 듯… 지식에 대한 열망보다는 정원을 가꾸듯 마음을 채웠다. 어느 순간 펜을 들고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연유는 모르겠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게 책무인 것처럼 지치지 않았다. 세상은 다변했지만 읽는 맛과 쓰는 재미만큼은 한결같았다. 그렇게 취미가 작가의 길로 이끌었다.”(김수현)

“결혼하고 얼마 되지 않아 도서관에서 시조를 배우게 됐다. 시조의 매력에 흠뻑 빠졌고 등단도 생각했다. 후에 수업이 없어져서 더는 배울 수 없게 되었지만 시조와 시는 한 뿌리라고 생각했다. 다만 현대에 와서 서로 바라보는 곳이 조금씩 달라졌다고 본다. 그 후 모임에서 만난 한 시인의 소개로 시에 입문하게 됐다. 현대시를 공부하면서 문학, 종교, 철학 서적 등을 찾아보고 공부하게 됐다.”(권라율)

“조카가 집에 놀러 오면 누워서 이야기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밤새 이야기를 만들었다. 창으로 새어 들어온 빛의 모양을 보고도 이야기를 만들고 “까르르” 웃었다. 그때 조카에게 좋은 이야기책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방송 글을 쓰는 일을 하고 있어서 어렵지 않게 동화를 떠올렸다. 만만하게 접근할 분야가 아니었다. 어려운 문학을 해보자, 라는 마음에 본격적으로 공부했다.(김령희)

그러나 창작 공부를 한다고 해서 단기간에 성과가 나는 것은 아니다. 어떤 경우에는 영원히 신춘문예 관문을 통과하지 못할 수도 있다. 세 명의 시인작가들은 어떻게 그 같은 불안을 극복했을까.

김수현 소설가는 슬럼프는 매년 신춘 시기였다고 했다. 투고 후 12월에서 1월까지 암담했다는 것이다. 새해가 밝았는데도 개운하지 않았고 “몸에 구멍이 뚫린 듯 바람이 빠져나갔다”고 했다. 그런데도 그는 신춘 당선 윤곽이 나올 무렵이면 다시 글을 썼다. “머릿속을 맴도는 아이디어를 밖으로 꺼내야만 개운했다. 몸에 바람이 빠져나가는 와중에도 습관적으로 신작을 썼다”며 “그러다 보면 어느새 뚫린 구멍이 자연히 메워졌다”고 말했다.

시 권라율
권라율 시인은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는 홀로 언저리에 앉은 사람을 생각했다. ‘스스로를 다독이며 한 사람이라도 내 시가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버텼다. 그는 “억지로 슬럼프를 극복하려다 보면 더 깊은 수렁에 빠져드는 것 아닐까 싶었다. 그저 마음을 인정하고 멍하게 보내거나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그 시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며 “재미있는 소설을 보거나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보거나 종일 걸어 다니기도 했다”고 전했다.

김령희 동화작가는 동화를 쓰기 위해 아동문학을 전문적으로 배워야겠다고 생각하고 학교에 들어갔다.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관련된 것들을 많이 찾아봤다. 작품, 이론, 논문, 전문서 등등, 특별한 비법은 없었다. 그는 “목표가 정해진 이상 그저 묵묵히 공부했다”며 “무엇보다 동화를 쓸 때 ‘아이의 입장이 되어보자’라는 생각을 견지했고 그 지점을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 명의 작가들은 사회활동을 하고 있거나 저마다 방식으로 창작과 연계된 활동을 했다. 김수현 소설가는 오랫동안 몸담았던 직장에서 나와 현재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 전남영상위원회에서 모집하는 ‘전남배우’에 선발돼 활동 중이다. 보조출연자로 영화 촬영을 두 번 경험했는데 “촬영장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피땀 흘려가며 일하는지 알게 된 귀한 경험이었다”고 언급했다.

권라율 시인은 현재는 잠시 쉬고 있고 이전에는 편집을 했다. 대학에서 주관하는 교육에서 교육생을 모집하고 관리하는 매니저를 하기도 했다.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기도 했는데 적성에는 맞지 않았다”며 “퇴근 후 블로그에 서평을 쓰거나 영화감상을 쓰기도 했는데 글이 좋다는 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동화 김령희
김령희 동화작가는 몇 년째 드럼을 배우고 있는데 “지금의 경험이 헛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깊이 생각하고 넓게 느낄 수 있도록 수련하는 과정이라고 했다. 또한 연극을 비롯해 뮤지컬, 음악, 그림, 스포츠 등 다양한 문화를 접하려고 노력 중이라는 말이 돌아왔다.

신인 작가들은 이제 출발선에 섰다. 신춘문예 당선은 단지 작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글을 써도 좋다는 ‘자격증’에 불과하다. 의미 있는 창작활동을 펼치는 것은 전적으로 작가들의 정진 여부에 달려 있다.

“신작을 쓰고 있는 중이다. 단편소설이 잘 마무리되면 연이어 다음 작품을 써 나갈 생각이며 그간 써놓았던 작품들을 모아 소설집을 발간하고 싶다. 책이 누군가의 손에 들려 있고 영향을 줄 수 있다면 더없이 기쁠 것 같다. 작가로 입지가 다져진다면, 언젠가 글쓰기 수업을 하고 싶다. 소설을 배우고 싶어 하는 이들이 있다면 어디든지 찾아갈 생각이다.”(김수현)

“우선은 좋은 시를 쓰고 싶다. 일차적으로는 스스로를 만족시킬 뿐 아니라 객관적으로도 완성도 있는 작품을 썼으면 한다. 지금은 그 정도밖에 생각이 안 난다. 쓰다 보면 그 후에 자연스럽게 따라올 일들이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당분간은 평소에 읽고 싶었던 소설이나 수필, 만화책을 읽고 싶다.”(권라율)

“동화는 물론 청소년 소설을 쓰려 한다. 상처 입은 아이들의 마음을 보듬어주는 이야기말이다. 부끄럽지 않은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다음 타석에 올라가기 위해 동계 훈련을 하고 있는’ 중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저의 경기는 이제, 다시 시작한다.”(김령희)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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