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통합, 소득 증대에 복지·일자리 확대 긍정 효과
[2023년 광주전남 통합 연구용역]
정부, 서울시 준하는 위상·재정 특례·2차 공공기관 이전 우선권 약속
시·도민이 체감할 교통·경제 분야 청사진 등 ‘삶의 질 개선’이 급선무
2026년 01월 04일(일) 19:05
광주시와 전남도가 오는 6월 통합 단체장 선출이라는 파격적인 로드맵을 제시하며 행정통합 논의에 다시 불을 지폈다.

양 시도지사가 사흘 만에 전격 합의를 이뤄내며 ‘톱다운(Top-down)’ 방식의 속도전을 예고했지만, 과거 연구 결과가 보여주는 시도민의 요구는 명분보다는 철저한 ‘실리’와 ‘공감’에 방점이 찍혀 있어 향후 추진 과정의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4일 광주시와 전남도에 따르면 강기정 시장과 김영록 지사는 지난 2일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고 통합 추진을 공식화했다.

이는 김 지사가 추진기획단 구성을 제안하고 강 시장이 즉각 화답한 지 불과 3일 만에 이뤄진 결정이다. 양 단체장은 실무진 검토를 거치는 기존의 상향식 방식을 폐기하고, 리더의 결단으로 난관을 돌파하는 하향식 방식을 택했다.

여기에는 대전과 충남 등 충청권이 주도하는 메가시티 논의에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감과 이재명 대통령의 강력한 분권 의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 대통령은 SNS를 통해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을 위한 지역 주도 성장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광주·전남의 움직임에 힘을 실었다.

정부 역시 통합 지방정부에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위상과 재정 특례를 약속하며 2차 공공기관 이전 우선권 등 인센티브를 공언한 상태다. 민주당 또한 오는 2월 말까지 국회에서 관련 특별법을 통과시키겠다며 입법 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정치권의 이 같은 속도전과 달리, 통합의 실질적 주체인 시도민의 정서는 ‘삶의 질 개선’이라는 구체적인 성과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2023년 1월 광주전남연구원이 발표한 최종보고서는 현재의 통합 논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명확히 제시하는 나침반이다.

당시 2022년 8월부터 9월까지 시도민 2000여 명과 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를 보면 시각차가 뚜렷했다. 전문가는 지자체 간 갈등 조정이나 행정구역 개편 같은 거시적 체계 구축을 중시한 반면, 시도민은 당장 피부에 와닿는 교통망 확충과 경제적 이익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구체적으로 시도민은 행정통합 시 가장 시급한 과제로 통합교통체계 구축(17.5%)을 지목했고, 경제통합 분야에서도 SOC 확충(25.2%)을 1순위로 원했다. 통합에 따른 기대효과 역시 소득증대와 복지혜택, 일자리 기회 확대 순으로 나타나 내 지갑을 채워주는 경제적 기회로서의 통합을 갈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전문가들은 경제 활성화와 갈등 조정을 더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로 인식해 산업 구조적 접근과 거버넌스 구축에 무게를 뒀다. 이는 행정 조직의 물리적 결합에 치중할 경우 시도민의 호응을 얻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당시 조사에서도 상생협력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자기 지역을 우선하는 소지역주의(33.5%)가 꼽혔다. 정치적 이해관계나 시도 간 주도권 다툼이 통합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로 현재 지역 사회 일각에서는 물리적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단체장의 의지만으로 밀어붙이는 통합이 졸속으로 흐를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통합 결정 방식에 대해서도 시도민 과반인 56.1%가 주민투표를 선호한다고 응답해 직접 참여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이는 3일 만의 단체장 합의로 추진되는 현재의 방식이 자칫 역풍을 맞을 수 있음을 경고하는 대목이다.

결국 성공적인 통합을 위해서는 2월 특별법 제정이라는 입법 속도전과 병행해, 시도민이 체감할 수 있는 교통·경제 분야의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는 것이 급선무다. 또한 소지역주의를 극복하고 주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공론화 과정을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광주·전남 대통합의 성패를 가를 핵심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강 시장과 김 지사는 시도민 공감대 형성을 위한 절차를 병행하겠다고 밝혔지만, 5개월 남짓 남은 지방선거 일정 속에서 얼마나 내실 있는 여론 수렴을 이뤄낼지 지역민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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