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기자의 육아일기]89년생 ‘워킹 맘’ 김묘정씨
프롤로그
직장과 가정 사이 ‘일하는 엄마’로 산다는 것
정신없이 바쁘지만 아이는 삶의 기쁨
“일하는 멋진 엄마 모습 보여주고 싶어”
2026년 01월 01일(목) 16:10
지난 27일 광주시 서구의 자택에서 만난 ‘일하는 엄마’ 7년차 김묘정씨는 “힘든 일도 많지만 딸 태리의 미소를 보면 피로가 눈 녹듯 씻어진다”고 말했다.
지난해 광주·전남 맞벌이가 45만 가구를 넘기며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한국사회에서 오랜 기간 ‘주 양육자=엄마’라는 공식이 내려왔지만, 최근에는 부부가 공평하게 육아 분담을 하는 분위기가 자리 잡고 있다.

‘일하는 엄마’ 즉 ‘워킹 맘’(Working Mom)으로 사는 것은 매일 치르는 시험과 같다.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숨 가쁘게 일과 육아를 병행하지만 ‘이게 맞나’ 하며 자신을 의심하는 날이 늘어간다. 하지만 일하며 얻는 성취감과 아이를 키우며 느끼는 기쁨은 ‘일하는 엄마’만이 가질 수 있는 경험일 것이다.

광주일보 ‘엄마 기자’들은 첫돌이 지난 아이를 키우는 워킹 맘의 시선으로 육아 일상을 그려낼 예정이다.

그에 앞서 맞벌이가 흔하지 않았던 1980년대 두 자녀를 키워낸 엄마와 ‘코로나둥이’를 낳은 89년생 엄마를 만나 육아 후기를 들어봤다.



지난 27일 찾은 태리네 집은 일곱 살 꼬마가 예쁜 꿈을 키워가는 놀이터처럼 느껴졌다. 거실 벽에는 TV 대신 연갈색 피아노와 빽빽이 가득 찬 책장이 눈에 띄었다. 냉장고에는 ‘매일 일기 쓰기’ ‘양치질하기’ 등 태리의 굳은 다짐이 정성 들인 글씨로 붙어 있었다.

2020년 2월 ‘코로나둥이’로 태어난 태리에게 엄마 김묘정(36)씨는 작은 우주와도 같았다. 태리를 데리고 밖으로 나갈 수 없고 또래와 어울리게 할 수도 없어 시간은 느릿느릿 흘러갔다.

“코로나 시국에 엄마는 일해야 했기 때문에 태리는 어린이집에 갈 수밖에 없었어요. 다른 아이들은 감염을 피하려고 등원을 꺼리던 시기였죠. 모바일 앱 알림장에서 혼자 놀고 있는 태리를 보면 미안함이 더욱 커졌어요. 사진 속 태리의 표정을 살피며 어떤 하루를 보냈을지 매일 조마조마했답니다.”

전남의 한 자치단체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는 김씨는 퇴근 후 아이가 엄마를 기다리다 잠든 모습을 마주할 때 가장 마음이 아팠다. 중요한 행사가 있거나 대민 지원을 나가야 할 때 태리는 엄마 없이 주말을 보내야 했다.

아이를 키우면서 김씨가 깨달은 건 “정말 내 맘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태리가 태어나기 전에 재미를 붙였던 운동은 아직 시작도 못 했어요. 딸을 돌보느라 제 여유 시간은 엄두도 못 내고 있죠. 대신 제가 태교하던 시기에 즐겼던 피아노 연주의 재미를 태리에게도 전하고 있어요. 딸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답니다.”

식구가 한 명 늘면서 기쁨이 배가되는 때도 많았다. 김씨는 또래 자녀가 있는 동료들과 1박 캠핑을 다니거나 동창들과 주말 공동 육아를 하며 우정을 돈독히 하고 있다.

김묘정씨는 주말·휴일에는 꼭 아이와 밖에 나가 추억을 쌓으려 노력하고 있다.
이달 초까지 이어지는 유치원 겨울방학을 맞아 김씨는 머리가 복잡해진다. 남편과 하루 이틀씩 번갈아 휴가를 내고 친정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겨울방학을 ‘버텨낼’ 생각이다.

내년 태리의 유치원 졸업을 앞두고 김씨는 근심이 쌓이고 있다. 주어진 육아휴직을 모두 써서 아이의 초등학교 등하교를 함께 하기에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유치원 하원 후에는 친정어머니가 태리를 거의 도맡다시피 하고 있다. 시가는 사는 곳과 멀리 있어서 손 벌리기 쉽지 않다. 김씨는 최근 친정과 가까운 곳에 보금자리를 옮겼다.

김씨 가족에게 둘째 계획은 ‘일단 보류’다. 맞벌이 부부에게 다자녀는 쉽지 않은 선택이다. 대학 교직원인 남편이 1년 육아휴직을 하면서 아이 키우기의 어려움에 적극적으로 공감한 것도 결심에 영향을 미쳤다.

10년 넘게 공직 생활을 해온 김씨는 올해 새로운 부서에서 새 출발을 한다. 겪어보지 않은 업무를 시작할 마음에 설렘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면서 부서원과 동료들의 많은 관심과 배려를 받았기에 앞으로 후배들에게 ‘일하는 엄마’의 모범을 보여줄 포부도 세웠다.

“아이를 키우면서 우여곡절이라는 말로는 다하지 못할 정도로 어려운 일이 많지만 딸 태리에게 ‘일하는 엄마’의 멋진 모습으로 남고 싶어서 오늘도 기운을 냅니다. 똑똑하고 세심하고 사려 깊은 우리 딸이 나래를 펼칠 수 있도록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싶습니다.”

/글·사진=백희준 기자 bhj@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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