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못 키우겠다”…역마진에 무너지는 한우 농가
전남 한우농장·사육마릿수 3년 연속 감소…소규모 농가부터 문 닫아
고환율에 사료비 지속 상승…‘농협사료’ 가격 책정 고심
2025년 12월 21일(일) 17:05
보성군 복내면의 한 한우농가 축사 전경 <광주일보 자료사진>
전남의 한우 농장 수와 한우 사육마릿 수가 3년 연속 지속적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우 가격은 하락한 반면 수입에 대부분 의존하고 있는 사료 등 생산비는 증가하면서 한우를 팔면 팔 수록 손해를 보는 ‘역마진’ 구조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역시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후반을 기록하는 등 고환율 기조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생산비 상승 등으로 한우 농가는 경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21일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를 분석한 결과 전남지역 한우 농장 수는 올 3분기 기준 1만 4188개로 전년 동기(1만 4888개) 대비 700개(4.7%) 감소했다. 전남 한우 농장은 지난 2021년 4분기(1만 6597개) 이후 13개 분기 연속 감소하고 있다.

특히 전남 한우 농장은 대규모 축사보다는 소규모 축사를 위주로 감소세를 이어갔다. 한우를 100마리 이상 키우는 농가는 1년 새 1494개에서 1444개로 50개(3.3%) 줄어드는 데 그쳤지만, 같은 기간 20마리 미만 한우 축사는 6578개에서 6158개로 420개(6.4%) 감소했다.

이는 영세한 한우 농가가 3년 이상 지속되는 순적자 및 잇따른 사육비 증가 추세를 버티지 못해 농장 문을 닫은 비중이 높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전남지역 한우 농가 수가 감소하면서 전반적인 한우 사육 규모도 3년째 위축되고 있다. 올 3분기 전남 한우 사육 마릿수는 60만 6344마리로 전년 동기(63만 1390마리)보다 2만 5046마리(4.0%) 줄었다. 한우 가격이 본격적으로 폭락을 시작한 2023년 3분기(64만 4347마리)에 비해서는 5.9% 감소했다.

한우 농가의 적자폭이 지속 확대되는 등 수익성 악화 추세가 계속되는 만큼 내년에도 전남 한우 농가 및 사육 규모는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데이터처의 농축산물생산비조사를 보면 지난해 기준 한우 비육우 한 마리를 판매하면 161만 4214원의 순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우 비육우 두당 수익성은 2021년 29만 2315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뒤 2022년(-68만 9469원), 2023년(-142만 5825원), 2024년(-161만 4214원) 등 지속 순적자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올해와 내년에는 한우 농가들의 적자폭이 더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올 하반기 들어 환율이 1500원에 육박하는 등 1450~1480원 수준을 오르내리는 데다, 한우 가격은 소폭 올랐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우를 키워 판매하기까지 들어가는 생산비 중 가장 큰 비중(4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사료비가 지속 상승하고 있다.

농가별 평균 사료비는 2021년 348만 3796원, 2022년 410만 3152원, 2023년 437만 6618원 등 매년 상승해왔다. 지난해 411만 3986원으로 소폭 하락했지만, 고환율 기조로 올해 상승 압력이 커진 상황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공식적으로 사료비를 발표하는 ‘농협사료’도 내년도 사업계획 마련에 고심이다. 내년 환율이 현재보다는 안정돼 1380~1440원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배합사료 원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연간 400만t 이상 사료원료를 수입하는 농협사료로서 환율로 인한 사료비 책정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장윤영 기자 zza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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