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흥 출신 염민숙 시인의 ‘제6회 선경문학상’ 수상집 나와
50여 편 시 담은 ‘범은 너무 많거나 너무 적어’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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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민숙 시인 |
상상인 기획시선 9번째로 출간된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다채로운 이미지와 감각을 펼쳐낸다.
작품집은 1부 ‘새는 발효된 그 밤을 자꾸 물어와’, 2부 ‘건반과 건반 사이에 오래 누워’, 3부 ‘길이 하나였다면 4월이 더 쉬웠을까’, 4부 ‘그녀를 뒤돌아보는 동안 하루가 지났다’로 구성돼 있다.
고봉준, 김종태 심사위원들은 수상작품에 대해 “존재의 반어와 역설을 꿰뚫는 비극적 상상력을 통해 다채로운 이미지로써 밀도 높은 상징체계를 구현한 작품들”이라고 평한 바 있다.
“길을 다 건너지 못한 뱀처럼 한 사람이 침대를 건너가고 있다/ 길을 가다 뱀에 물리는 일과 첫사랑을 만나게 되는 일 중 어느 쪽 확률이 높을까/ 한 사람이 가슴을 지그시 누르며 침대를 건너가자// 향이 다른 침대가 되었다/ 낯선 거리의 향이 이불에 스며 있다/ 이불에 체취를 남기는 사람은 얼마나 많은 침대를 넘어왔을까/ 낯선 향을 악물고 놓지 않는 이불을 들고 뒤돌아보면/(후략)”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저어새가 갯바닥을 젓듯 문장의 바닥을 저었다”며 “때로 칠성장어 같은 문장 하나를 건졌다”고 했다.
시 쓰기를 향한 지독한 열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마치 시라는 ‘고기’를 잡기 위해 거대한 저수지 둑의 물을 바가지로 퍼내는 노고를 마다하지 않는 듯하다. 허투루 작품을 쓰지 않는, 고투의 흔적이 읽혀져 작품 하나하나가 소중하게 다가온다.
해설을 쓴 고광식 평론가는 염민숙 시인의 작품에 대해 “사물을 해체하고 다시 조립하며 다양한 형태로 만든다”고 평한다.
한편 염 시인은 2015년 머니투데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시집 ‘시라지’, ‘오늘을 여는 건 여기까지’를 펴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