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추락사 미온적 대처…현장 안전불감증 키웠나
광주대표도서관 붕괴 사고
노동청, 중대재해법 입건 않고
재발방지대책·안전 교육 미흡
사망사고 발생도 공개 안해
“붕괴 참사 단초 제공한 것” 지적
2025년 12월 16일(화) 21:10
16일 오후 광주시 서구 치평동 광주대표도서관 붕괴 사고 현장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ㆍ경찰ㆍ고용노동부ㆍ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등 관계기관이 합동 감식하고 있다. /나명주 기자 mjna@kwangju.co.kr
‘광주대표도서관’ 붕괴 사고와 관련, 정부와 노동당국이 6개월 전 같은 현장에서 발생한 추락 사망 사고에 대한 미온적 조치로 현장 안전불감증을 키웠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당시 작업장 내 사망사고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가 확인됐는데도, 중대재해 발생 현장(중대재해 사이렌)으로 공개하지도 않았고 여태껏 관련 혐의로 책임자를 입건하지도 않는가 하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거나 안전 교육을 강화하는 등의 조치도 미흡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16일 고용노동부 광주지방고용노동청에 따르면 지난 6월 23일 광주시 서구 치평동 광주대표도서관 신축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추락 사망 사고와 관련, 현재까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입건한 관계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장비 반입구 주변에서 비가림막(보양) 작업을 하던 직영 반장이 A(64)씨가 개구부로 추락해 크게 다쳤으며, 치료를 받다가 지난 8월 30일 사망했다. A씨는 당시 안전대 등 개인보호장구를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현행 중대재해처벌법상 산업재해로 인해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할 경우 중대산업재해로 분류하고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는 처벌 대상이 된다. 광주·전남지역에서 발생한 중대재해 현장도 온라인 상에 공개돼 왔다.

하지만 ‘광주대표도서관’의 경우 이같은 조치에서 제외되면서 공공 기관 발주 공사에 대해 관대하게 처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노동청측은 “관계자를 입건하려던 차였는데, 공교롭게도 공사장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는 입장이지만 노동자 사망 뒤 3개월이 지나도록 관련 혐의자를 특정하는 등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청은 또 다른 중대재해사업장과 달리, 노동자 사망 사고 발생 사실을 ‘중대재해 사이렌’ 등을 통해 공개하지도 않았다. 고용노동부는 재해자가 사망한 경우 온라인상 ‘중대재해 사이렌’ 등을 통해 해당 사고 내용을 공지해왔다.

시공사에 재발방지 대책을 세울 것을 요구하지도 않았고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에 대한 감독도 사고 뒤 바로 실시한 게 아니라 노동자 사망 2개월 뒤에야 나선 사실도 확인됐다. 광주시(종합건설본부)가 발주한 공공기관 공사장에 대해 예외적으로 법 적용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노동계에서는 하인리히의 법칙을 들어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한 현장인데도 철저한 책임과 조사를 진행하기는 커녕 미온적으로 대처해 ‘대형 참사’로 이어지는 단초를 제공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중대재해 수사가 신속하게 진행되고 재발 방지 중심의 행정 조치가 뒤따랐다면 현장의 경각심을 끌어올려 사고 대처 능력을 키울 수 있었다는 것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지난 6월 추락사고 사고 이후 작업중지와 현장 감독이 이뤄졌으며 입건을 하려고 했는데 이번 사고가 발생했다”며 “중대재해사이렌은 현장 경각심 차원에서 시행해고 오고 있는 것이지, 의무사항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한편 노동청은 지난 11일 오후 2시께 광주대표도서관 신축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붕괴 사고와 관련해 조사에 나서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를 검토 중이다.

노동청은 광주시 종합건설본부가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를 했는지 여부를 따져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살피고, 도급 구조에서 원청과 각 수급인의 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있는지 등 여부를 분석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다.

문길주 전남노동권익센터장은 “지난 6월 추락사고가 있었던 현장이라면 그때 조사를 철저히 해 재발을 막을 수 있었던 사고”라며 “광주시의 조급함, 제도의 맹점, 노동당국 수사의 허점, 행정의 안일함 등이 겹치면서 같은 현장에서 다시 사고가 났다”고 말했다.

문 센터장은 이어 “산재를 막는 안전관리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부터 따져야 한다”며 “사망사고가 한 차례 발생했던 사업장인데도 관공서 현장에 대한 관리·감독이 오히려 제대로 되지 않는 현실이다. 재발을 막기 위한 진정성 있는 사과와 책임 있는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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