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자에 살아갈 희망 선물해 뿌듯합니다”
광주 봉선2동행정복지센터 지연우·조하련 주무관
도움 거부에도 설득·진심으로 대상자 마음 열어
주거환경 개선·돌봄주택 이사까지 끝까지 지원
2025년 12월 09일(화) 19:45
지연우(왼쪽) 주무관과 조하련 주무관이 돌봄 대상자와 함께 환하게 웃고있다. <지연우 주무관 제공>
광주시 남구 봉선동에 사는 이모(40)씨는 교통사고로 후천적 청각장애인이 되면서 심한 우울증에 빠졌다. 장애로 일상생활에 제약이 생기자 세상과 단절하며 삶을 포기하려했다. 쓰레기로 가득한 집에 살며 이러다 아무도 모르게 죽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던 그때 누군가 이 씨의 집 문을 “쾅쾅” 두드렸다.

집 앞에 찾아온 여성 두명의 문 두드리는 소리에 이씨의 집에 가득했던 적막이 깨졌다. 죽고 싶었던 이 씨가 다시 살고 싶게 되는, 그의 삶이 송두리째 바뀌는 변화의 시작이었다.

최근 광주시 남구청 칭찬합니다 게시판에는 봉선2동행정복지센터 맞춤형복지팀 지연우(사례관리), 조하련(통합돌봄) 주무관을 칭찬하는 글이 올라왔다. 두 주무관의 도움을 받은 이씨가 작성한 글이었다.

은둔형외톨이 복지 대상자였던 이씨는 복지서비스를 전면 거부해왔다.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씨가 연락이 닿지 않자 두 사람은 경찰과 동행해 이씨의 집 앞으로 찾아갔다. 강제개방된 문 앞에는 화가 잔뜩 난 채 “대체 왜 이렇게 나를 괴롭히는 거냐”며 언성을 높이는 이씨가 서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이후로도 각종 생필품을 이씨의 집 문 앞에 두고 가거나 카톡으로 귀여운 이모티콘 등을 보내며 안부를 물었다. 카톡 대화창 의 ‘1’ 표시가 사라지면 그제서야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계속 도움받기를 거부해서 ‘나도 할 만큼 했어’하고 포기하려다가 ‘아냐 내가 도와야해’ 하는 생각의 반복이었습니다. 고독사 업무를 맡았던 적이 있어서 쓸쓸한 죽음의 형태를 누구보다 잘 알고 동시에 그들을 돕는 방법도 잘 알고 있었어요.”

지연우 주무관은 “할 수 있는데 안하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끝까지 이씨를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시 이씨는 살고 있던 LH 임대 아파트 주거비와 관리비를 미납해 소송이 걸린 상태였다. 두 사람은 문제 해결을 위해 이씨와 A4용지 100여장을 주고 받으며 소통했다. 쓰레기로 가득해 보여주고 싶지 않다는 이씨의 집을 광주시 주거환경개선사업을 통해 말끔하게 대청소했고 남구돌봄주택으로 이사할 수있도록 자치구를 가리지 않고 매물을 찾아다녔다.

돌봄주택에서 안정적으로 살 수 있게 된 이씨는 이제 ‘사는 재미’를 느낀다. 어둡고 쓰레기 더미 속에 가득한 집에 살았던 과거와 달리 그의 방 문 앞에는 ‘푸쉬업 100개’, ‘깨끗하게 청소하기’ 등 매일의 다짐이 적혀있다. 이씨는 게시글에 ‘세상에 사람 하나 살리겠다고 이렇게 정성스럽게 돌봐주기도 하는구나 싶었다. 두 주무관들의 노력으로 부정적이었던 내가 긍정적으로 변했다. 내 몸도 아끼고 세상을 예쁘게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적었다.

지 주무관은 누군가의 삶이 변화한 것을 봤을 때 ‘일할 맛 난다’고 웃어보였다.

“도우려고 찾아온 공무원에게 다짜고짜 ‘천하의 고아자식’, ‘등본이나 떼는 것들’이라며 심한 말을 하기도 해요. 처음엔 내가 왜 이런 말까지 들어야 하나 화부터 났지만 지금은 시간이 지나 자신이 받은 도움을 체감한 뒤 고맙다고 말하는 순간을 기다려요. 그들이 변화하고, 행복해진 모습을 보는 게 가장 큰 원동력이죠.”

지 주무관은 “사람을 살릴 수 있는 일이라는 게 가장 큰 자부심”이라며 “우리가 개입해서 삶의 의지가 생길 수 있다면 앞으로도 더 많은 이들에게 손 내밀고 말 걸며 온기를 더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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