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의 정체성 연구 성과…한국학 자료 10만 점 수집
개원 10년 한국학호남진흥원 기록문화유산 확보
‘장승법수’·‘간양록’·‘김수연 왕지’ 등 보물급 다수
“2~3년 내 보관 공간 포화…전문 수장고 시급”
2025년 12월 04일(목) 20:05
채용신 작 ‘기우만 초상화’
1434년 무과 합격증서인 ‘김수연 왕지’, 고봉 기대승과 퇴계 이황의 서신 등을 모은 ‘양선생문답첩’, 호남 대표 유학자 수은 강항의 일본 체류기 ‘간양록’ 등….

한국학호남진흥원(원장 홍영기·호남진흥원)이 지금까지 수집한 자료들 가운데 보물급에 해당하는 자료들이다. 호남의 정체성과 문화적 자부심을 보여주는 희귀 기록문화유산이다.

호남진흥원이 한국학 자료 10만점 수집을 달성해 ‘화제’다.

호남진흥원은 4일 광산구 수완동 아이와즈 3층 가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그동안 활동 내역 등을 소개했다.

올해까지 멸실, 훼손 위기에 놓인 자료 1만4455점을 추가 확보한 누적 자료까지 포함하면 총 10만1696점에 달한다.

이번 호남진흥원의 자료 10만점 달성은 전국 국학진흥기관 가운데 두 번째로, 기관 설립에 부합하는 의미있는 성과로 평가된다. 호남진흥원은 이를 토대로 향후 연구와 번역, 교육 등 시민과 공유하는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홍영기 원장은 “오늘의 10만점 자료 수집은 지역 문중들의 관심과 성원, 진흥원 구성원들의 헌신 등이 맞물려 이뤄낸 결실”이라며 “10만점 달성을 계기로 새로운 여정을 준비해 나가야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진흥원 내 수장고가 2~3년이면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가장 시급한 것은 기관의 정체성에 맞는 수장고를 확보하는 일이다. 다가오는 개원 10주년에 걸맞는 새로운 청사진이 제시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전국 국학진흥기관 소장 규모를 보면, 한국국학진흥원이 68만 여점, 한국유교문화진흥원 4만9000여 점, 율곡 국학진흥원이 2만9000여 점에 이른다.

1434년 김수연 왕지
호남진흥원의 한국학 원본 자료 대규모 확보는 호남의 인문을 비롯해 사회, 역사, 예술 등 분야에 걸쳐 연구 핵심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자료 가운데는 앞서 언급한 자료 외에도 보물급이 더 있다. 1389년 무학대사가 간행한 불경사전 ‘장승법수’를 비롯해 1452년 통도사 신도인 법노가 가족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다라니경’을 인출해 3권 1책의 절첩본으로 엮은 ‘불정심관세음보살대다라니경’ 등을 꼽을 수 있다.

자료(11월 30일 기준) 중에는 고문서가 62.4%인 6만3535점으로 가장 많다. 이어 고서 22.3%(2만2698점), 근현대자료 9.3%(9471점) 순으로 나타났다.

지역별 보존현황은 전남자료가 73%인 7만4230점으로 다수를 차지했으며 광주 20.6%(2만875점), 전북 4.4%(4519점) 순이었다. 시군별로는 보성이 가장 많은 2만6833점, 광주 2만875점, 나주 8875점, 영광 6094점이었다.

‘음식보’, ‘환영지’ 등 호남의 대표 자료도 있다. ‘음식보’는 1756년 나주 도래 풍산홍씨 문중에서 홍수원의 아내 진원오씨와 며느리 진주정씨가 작성한 한글 조리서로 전라도식 식재료 및 요리 이름 등이 수록된 희귀본 자료다. 영남지역은 음식 관련 자료가 많지만 호남에서는 발굴이 많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수집된 자료라는 점에서 가치가 높다.

강세황 작 ‘노매도’
‘주자서절요’는 임진왜란, 정유재란 때 호남을 대표하는 의병장인 죽천 박광전(1526~1597)이 퇴계 이황이 저술한 것을 받아 공부한 흔적이 남아 있는 희귀본이다.

아울러 호남을 대표하는 실학자 존재 위백규(1727~1798)가 제작한 환영지 목판과 초안도 포함돼 있다. 당시 정조 명으로 진상됐던 자료로 남아 있으며 목판과 초안은 희귀본이다.

한편 자료 확보 과정 등을 설명한 안동교 부장은 “기록문화유산 가운데 국가유산 자료가 다수 포함돼 있다. 학술집담회를 통해 자료 평가를 거쳐 보물 자료로 등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독립 청사와 수장시설이 없는 여건 속에서 10만점 넘은 자료를 수집했다는 것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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