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기회로…KIA, 세대교체 본격 시동
최형우, 2년 26억에 삼성행
전력 재정비로 바닥 다지기
지명타자·亞쿼터 활용 고심
2025년 12월 03일(수) 21:25
KIA 타이거즈의 이범호 감독(왼쪽에서 두 번째)이 지난 11월 일본 오키나와에서 진행된 마무리캠프에서 한준수, 김현수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박찬호와 최형우를 떠나보낸 KIA 타이거즈가 원점에서 ‘왕조 재건’을 위한 바닥을 다진다.

최형우가 3일 삼성 라이온즈와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하면서 ‘고향팀’과의 인연을 마무리하고 ‘친정팀’으로 돌아간다.

삼성은 이날 “계약기간 2년, 인센티브를 포함한 총액 26억원에 계약을 했다”고 최형우의 FA 영입을 발표했다.

2016년 11월 삼성을 떠났던 최형우의 친정 복귀다.

전주고 출신의 최형우는 2002년 2차 6라운드 전체 48순위로 삼성에 입단해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2004시즌이 끝나고 방출됐던 그는 경찰야구단을 거쳐 2008년 삼성에 재입단해 팀을 대표하는 간판타자로 성장했다.

그리고 2016시즌이 끝난 뒤 첫 FA 자격을 얻은 그는 KIA와 4년 총액 100억원에 계약을 맺으면서 KBO리그 첫 ‘100억 사나이’로 이름을 올렸다.

최형우는 2020시즌이 끝난 뒤 KIA와 3년 총액 47억원에 두 번째 FA계약에 성공했다.

쇄골 분쇄 골절 부상을 딛고 다시 그라운드에 선 그는 지난해에는 1+1년 총액 22억(연봉 20억·옵션 2억원)에 다년 계약을 맺었고, 올 시즌에도 최고령 기록들을 갈아치우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내년 시즌 우승을 노리는 삼성이 공격적으로 베테랑 영입에 나섰고, 최형우는 자신의 역사가 시작됐던 삼성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우게 됐다.

내야의 핵심 멤버였던 박찬호에 이어 최형우가 이적을 선택하면서 KIA는 ‘새 얼굴’로 ‘새 판’을 짜게 됐다.

경험이 필요한 유격수 자리는 아시아쿼터를 활용해 채울 계획이다. 올 시즌 풀타임을 소화한 김규성과 함께 ‘기대주’ 박민·정현창도 많은 기회를 얻을 전망이다.

KIA는 또 최형우의 이적으로 생긴 ‘지명타자’ 자리를 최대한 활용해 화력 공백을 채우겠다는 구상이다.

KIA는 올 시즌 야수진의 줄부상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특히 김도영이 연달아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충격이 컸다.

이범호 감독은 시즌 초반 김도영을 지명타자로 배치하는 등 ‘부상 방지’에 초점을 맞춰 완벽한 시즌을 보낼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또 매년 부상에 시달리고 있는 나성범과 김선빈도 지명타자로 활용하면서 전력을 극대화할 방침이다.

김선빈과 나성범을 지명타자로 배치하면서 신예 선수들의 경험을 채우는 게 이범호 감독의 구상이다.

김선빈을 이은 2루수로 타격 기대주 윤도현을 주목하는 KIA는 지명타자 자리를 최대한 활용해 원활한 세대교체를 준비할 계획이다.

외야는 새 외국인 타자로 힘을 더하고, 기존 외야 자원에 새 얼굴로 스피드를 업그레이드하겠다는 방침이다. 눈길 끄는 스피드를 보유한 박재현과 마무리캠프서 공수주에서 어필 무대를 펼친 ‘루키’ 김민규가 스프링캠프에서부터 특별 조련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올 시즌 가장 꾸준하게 자리를 지켜줬던 박찬호와 최형우가 자리를 비우면서 KIA는 두 선수의 빈틈을 채우는 걸 우선 과제로 새 시즌 구상을 하게 됐다.

두 축의 이탈로 고민은 생겼지만 신예 선수들에게는 ‘기회의 시즌’이 열렸다. 지난 6월 ‘함평 타이거즈’의 힘을 보여줬던 신예 선수들의 활용도에 따라 KIA는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도 있다. 위기가 위기로 끝날 수 있는 만큼 세밀한 준비가 중요해졌다.

구단과 이범호 감독의 위기 대처 능력이 내년 시즌 KIA의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김여울 기자 wo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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