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우원식 국회의장 “5·18 기억이 계엄 막아…한국 민주주의는 광주에 빚졌다”
“계엄 소식 듣자마자 광주의 비극 떠올라
거리에 나선 국민이 민주주의 지켜내
5·18 관련 시위로 옥고·광주는 정치의 뿌리
의장 역할 헌법 수호 최우선으로 삼겠다”
2025년 12월 01일(월) 20:20
우원식 의장은 1일 광주일보와 인터뷰에서 계엄을 막아낸 원동력으로 ‘광주 정신’을 강조했다. 오른쪽은 우 의장이 비상계엄 해제를 위해 선포 당일 늦은 밤 경찰을 피해 국회의사당 담을 넘어 들어가는 모습.<국회의장실 제공>
‘12·3일 불법계엄’에 맞서 심야에 국회의사당 담을 넘었던 우원식 국회의장은 국민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국회에서 계엄령 해제 결의안을 의결하는 등 헌정파괴 행위에 맞섰다.

‘불법계엄’ 1주년을 앞두고 우원식 국회의장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광주가 먼저 내디딘 한걸음’이 수많은 길을 열어온 역사였다”고 평가했다.

우 의장은 1일 광주일보와의 서면인터뷰를 통해 계엄을 막아낸 원동력으로 ‘광주 정신’을 첫 손에 꼽았다.

특히 계엄 이후 개헌 논의와 관련해서는 “국민적 공감대가 높은 광주 5·18과 부마 민주항쟁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등을 위해 내년 지방선거와 함께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실시하는 것”을 제안했다. 다음은 우 의장과 일문일답.

-‘12·3 비상계엄’의 긴박했던 당시 상황은.

▲소식을 듣자마자 44년 전, 광주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계엄군에 의해 목숨을 잃었던 비극이 떠올랐다. 그래서 ‘동이 트기 전 비상계엄을 해제해야 한다’는 생각이 더욱 앞섰다. 계엄을 해제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이 국회였기에 한시라도 빨리 국회로 가야한다고 생각했고, 경호대원들과 함께 10시 37분경에 국회로 출발했다. 인적이 드문 곳을 찾다가 3문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식물원 출입문을 발견했다. 비교적 쉽게 넘을수 있는 문이라고 생각해서 바로 담을 넘었다. 담을 넘자마자 차규근 의원을 만나서 함께 본청으로 이동했다.

-계엄을 막아낸 가장 큰 힘은 무엇이었다고 평가하는지

▲계엄을 막아낸 가장 큰 힘은 국회를 지켜주신 국민 여러분이라고 생각한다. 이 기회를 빌어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국민께서는 비상계엄을 해제할 유일한 기관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집에서 가장 밝은 것을 들고 나왔던 국민이 이번에도 대한민국과 민주주의를 지켜냈다. 비상계엄이라는 위기 앞에서도 국회를 향해 신속히 달려온 국민과 국회의원, 국회 구성원 모두가 합심하여 민주주의를 지켜주신 덕분에 위헌적 비상계엄을 막을 수 있었다. 그 덕분에 국회는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로 거듭날 수 있었다.

-계엄 해제 과정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는.

▲윤 전 대통령이 방송을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심지어 계엄군이 국회로 쳐들어오고 있는데도 왜 국회의장이 바로 비상계엄을 해제하지 않고 시간이 걸렸는지 궁금해하시는 국민 분들이 많은 걸로 알고 있다. 또 어떻게 비상계엄을 해제할 것이냐의 문제가 있었다. ‘법’으로 할 것인지 ‘결의안’으로 할 것인지를 두고 논의를 하던 중에 당시 의사국장이 1964년 6·3 비상계엄 해제 당시 국회가 결의안으로 이를 처리한 선례를 찾아냈다. 계엄군이 창문을 깨고 본관에 쳐들어오는 상황에서 왜 빨리 계엄을 하지 않느냐는 항의 문자가 빗발쳤지만, 평생 먹을 욕이란 욕은 다 먹으면서도 절차를 지킨 것은 그 어떠한 절차적 흠결도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계엄을 막아내는 과정에 광주정신이 강조됐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우리의 민주주의는 늘 광주에 빚을 졌다고 생각한다. 1980년 5월 광주는 국민을 이기는 권력은 없고, 민주주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믿음을 만들었다. 그 마음이 모여 12·3 위헌·불법 비상계엄으로 위협받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국민과 국회가 함께 지켜냈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광주가 먼저 내디딘 한걸음이 수많은 길을 열어온 역사였다. 광주가 있어, 광주와 함께 민주주의의 길을 열었을 뿐만 아니라, 그 바탕 위에서 대한민국은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고 전 세계가 열광하는 문화강국이 됐다.

-광주와 개인적 인연이 있는가.

▲80년 5월 광주는 감회가 깊다. 광주는 저에게 ‘시작이자 이끌어온 힘’이다. 1981년 5·18 1주기에 전두환 정권 규탄 시위로 구속되고 2주기, 3주기를 감옥에서 맞았다. 5·18을 기억하는 것조차 탄압받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그 무도한 시대를 광주가, 그리고 우리 국민이 물리쳤다. 그 역사가 쌓여서 12·3 위헌·불법 비상계엄도 국민과 국회가 막아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오월 광주는 이제 더 단단해질 것이다. 광주가 피 흘려 싹틔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그리고 그 소중함이 우리 사회에, 우리 국민들 개개인에게 얼마나 넓고 깊게 스며들어 있었는지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계엄 1년 한국 정치의 변화는.

▲군사력을 앞세운 불법 계엄에 맞서 국민은 민주주의를 지켜냈고, 국회는 평화적 절차로 헌법을 수호할 수 있었다. 국회는 비상계엄 해제 결의를 통해 헌정질서를 바로 세웠고, 두 차례의 탄핵 소추 의결을 진행했다. 이어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 헌법재판관 임명 과정의 진통,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과 파면 결정, 그리고 조기 대선까지, 6개월 동안 우리 국민은 거듭해서 ‘민주주의 수호’를 선택했다. 위대한 국민을 두고 다시 계엄을 포함한 민주주의 훼손을 시도할 정치 세력은 없을 것이라고 믿는다. 세계에서 가장 강한 민주주의를 세운 국민으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라 확신한다.

-개헌에 대한 다양한 요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한 견해와 로드맵은.

▲우선 위헌적 12·3 비상계엄과 같은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민주주의를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개헌은 필요하다. AI(인공지능), 기후위기, 지방소멸, 저출생 고령화와 같은 새로운 과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헌법이 필요하다. 개헌은 한꺼번에 많은 의제를 추진하기보다는 ‘한 줄이라도 바꾸는 개헌’을 통해 개헌이 국민의 뜻에 따라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성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이에 국민적 공감대가 높은 광주 5·18과 부마 민주항쟁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내년 지방선거에 맞춰 지방소멸·지방균형발전을 위한 지방분권 강화와 같은 최소한의 의제 등을 먼저 논의해서 내년 지방선거와 함께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실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내란 종식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비상계엄에 대해 각 당이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가 크다 보니, 정치권을 비롯해 사회 전반의 갈등과 혼란이 완전히 가라앉지 않은 상황이다. 국민의힘에서도 계엄 1년을 앞두고 많은 고민이 있을 것으로 짐작한다. 민주당 역시 여당으로서 대통령께서 강조하신 ‘통합과 안정’이라는 국정기조와, ‘민주주의 강화’의 가치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에 대해 치열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입법부를 대표하는 국회의장으로서 저는 무엇보다 ‘헌법과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을 최우선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법적 판단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그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국회의장 이후의 정치 행보에 대한 준비는.

▲이제 의장 임기가 반 년 정도 남았다. 그 시간 동안 민주주의 개헌, 국회 개혁, 비상계엄 해제 1주년과 후속조치라는 3대 과제에 집중하려고 한다. 첫째, 대한민국의 미래와 민주주의 기반을 더욱 튼튼히 하기 위해 여러 정치세력과 소통하고 국민의 뜻을 받들어 개헌을 추진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께서도 개헌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갖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다. 2026년 지방선거 시 개헌 국민투표를 목표로 국민투표법 개정 등 개헌의 선결 과제를 처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국회의장 임기를 마친 뒤에는 다시 평의원으로 돌아가 후배의원들을 많이 도우면서 남은 국회의원 임기까지 성실히 의정활동에 임하겠다.

-광주·전남 지역민에게 한마디.

▲대한민국 전 국민이 그러셨겠지만, 특히 광주·전남 분들은 무거운 마음으로 올 한 해를 시작하셨다. 비상계엄이 초래한 국가적 위기에 더해 여객기 참사가 있었다. 국가적 재난 속에서 광주·전남은 또다시 오월 광주의 나눔과 연대인 주먹밥 정신을 통해 진심 어린 위로의 손길로 위기를 극복해 나갔다. 대한민국 국회를 대표하는 국회의장으로서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이제 오월 정신 헌법전문 수록은 국민의 바람이고 시대적 사명이다. 헌법에 민주주의 자부심을 새기는 것이고, 대한민국을 지켜온 힘이 국민에게 있다는 것을 새기는 것이다. 현재를 지켜준 과거의 5·18정신에 대한 왜곡과 폄훼 시도가 발붙일 자리 없게 오월 정신을 헌법에 올려 오월 광주가 더 단단해질 수 있도록 국회의장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 멀지 않는 날 다시 광주와 전남을 찾아 여러분께 인사드리겠다.

/오광록 기자 kroh@kwangju.co.kr
이 기사는 광주일보 홈페이지(img.kwangju.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img.kwangju.co.kr/article.php?aid=1764588000792703004
프린트 시간 : 2025년 12월 01일 22: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