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작은 일탈’ “나는 무대 위에 선다”
직장인 극단 ‘ALIVE’ 첫 공연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 성료
한명 한명 열정으로 매일 연습
연기·연출·세트 설치까지 뿌듯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 성료
한명 한명 열정으로 매일 연습
연기·연출·세트 설치까지 뿌듯
![]() 광주 직장인 극단 ‘ALIVE’가 지난달 29~30일 장성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을 선보였다. 지난 공연의 한 장면. <ALIVE 제공> |
“매일 매일 괜찮기만 기도해. 무뎌지려 해 봐도 상처는 낫지 않아. 가야만해. 그럼 살 길은 또 생겨. 행복만을 위해 사는 건 아니지만 살아 있어야 행복해.”(넥스트 투 노멀 넘버 ‘빛’ 중)
집과 직장만을 오가는 출근·퇴근의 궤도 위에서 우리는 종종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걸까”, “나는 뒤처지고 있는 건 아닐까.” 그저 평범하고 무탈하게 싶을 뿐인데 그마저도 쉽지 않다.
그런 일상의 쳇바퀴 위에서 ‘작은 일탈’을 선택한 직장인들이 있다. 퇴근 후 집이 아닌 연습실로 모여 한 편의 뮤지컬을 무대 위에 올린 직장인 극단 ‘ALIVE’의 이야기다.
직장인 극단 ‘ALIVE’가 지난달 29~30일 장성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을 무대에 올렸다. 광주에서 일반인 극단이 정식 라이선스를 취득해 뮤지컬을 제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LIVE는 올해 광주를 기반으로 문을 연 신생 직장인 극단이다. 모토는 ‘Today, Here, Right now(오늘, 여기, 지금)’. 배역 뒤에 숨지 않고 무대 위에서 ‘살아 있는 지금’을 연기하겠다는 뜻을 담았다.
단원은 총 10명이다. 특수교사, 학원 강사, 공기업 직원, 상담사 등 서로 다른 직업과 일상을 지닌 이들이 한 무대에서 호흡을 맞췄다.
연출을 맡은 이수민(31) 씨는 “우리 극단에는 20대부터 50대까지 연령도, 성별도, 직업도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며 “10명이 힘을 합쳐 연기와 연출은 물론 무대 바닥판을 까는 일부터 세트 설치, 대도구 제작까지 직접 해냈다”고 웃었다.
단원 대부분은 원래 연극과 뮤지컬을 좋아했지만, 완전히 새로운 도전에 나선 이도 있다. 50대 단원 이문희 씨는 대학에서 뮤지컬을 전공 중인 아들을 지켜보며 “가족으로서 뮤지컬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이해해보고 싶었다”며 극단의 문을 두드렸다.
다양한 사람이 모인 만큼 의견을 모으는 일도 쉽지 않았다. 특히 연습 시간 조율이 가장 큰 난관이었다. 광양 포스코에서 근무하는 단원은 광주까지 왕복 4시간을 오가야 했고, 직업 특성상 배를 타고 섬으로 출장을 다녀온 뒤 다시 올라와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럼에도 단원들은 뮤지컬에 대한 열정 하나로 매일 연습실에 모였다.
이들이 창단 후 첫 작품으로 선택한 것은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이다. 2009년 초연 이후 퓰리처상과 토니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뮤지컬로, 양극성 장애를 겪는 엄마 다이애나와 그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다. 약물치료와 전기충격요법, 트라우마와 상실, 그리고 ‘평범한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묵직한 질문이 록 사운드와 함께 밀도 있게 펼쳐진다.
극단이 이번 공연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주인공 다이애나의 감정선이었다. 정신질환으로 인한 환상과 감정의 파동, 가족 간의 균열과 트라우마가 과장되거나 소비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접근했다.
광주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상담사 박규창(30) 씨에게 이번 작품은 남다른 의미였다. 그는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만큼 처음엔 혹시 작품이 편견을 강화하지 않을까 걱정됐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연습을 이어가면서 작품의 진정성이 더 크게 다가왔다고 한다. 박 씨는 “정신질환자만큼이나 큰 고통을 겪는 건 그 곁을 지키는 가족들”이라며 “이번 작품이 환자 개인이 아닌 ‘가족의 이야기’를 중심에 두고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의미 있었다”고 말했다.
신안교육지원청 소속 특수교사 신의경(29) 씨는 “극 속 굿맨 가족이 장애학생 가정과 자연스럽게 겹쳐 보였다”고 했다. 장애를 진단받은 뒤 한 번 무너졌다가, 다시 아이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평범함 그 주변 어딘가’를 향해 애쓰는 부모님들이 떠올랐다는 것이다.
그는 “마지막 넘버 ‘빛’의 가사처럼 여러 날을 구름과 비 속에서 보내겠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견딜 수 있다는 마음을 학생과 부모들에게도 전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이수민 연출은 “연습과 라이선스 취득 등 준비 과정이 너무 힘들어 ‘이번이 마지막 작품이다’라는 마음으로 임했었다. 그런데 막상 공연을 마치고 커튼콜에서 받은 박수와 뿌듯함을 잊지 못해 또다시 2기를 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다음에는 모두가 웃고 즐길 수 있는 밝은 희곡을 무대에 올려보고 싶다”고 전했다.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집과 직장만을 오가는 출근·퇴근의 궤도 위에서 우리는 종종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걸까”, “나는 뒤처지고 있는 건 아닐까.” 그저 평범하고 무탈하게 싶을 뿐인데 그마저도 쉽지 않다.
직장인 극단 ‘ALIVE’가 지난달 29~30일 장성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을 무대에 올렸다. 광주에서 일반인 극단이 정식 라이선스를 취득해 뮤지컬을 제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LIVE는 올해 광주를 기반으로 문을 연 신생 직장인 극단이다. 모토는 ‘Today, Here, Right now(오늘, 여기, 지금)’. 배역 뒤에 숨지 않고 무대 위에서 ‘살아 있는 지금’을 연기하겠다는 뜻을 담았다.
연출을 맡은 이수민(31) 씨는 “우리 극단에는 20대부터 50대까지 연령도, 성별도, 직업도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며 “10명이 힘을 합쳐 연기와 연출은 물론 무대 바닥판을 까는 일부터 세트 설치, 대도구 제작까지 직접 해냈다”고 웃었다.
단원 대부분은 원래 연극과 뮤지컬을 좋아했지만, 완전히 새로운 도전에 나선 이도 있다. 50대 단원 이문희 씨는 대학에서 뮤지컬을 전공 중인 아들을 지켜보며 “가족으로서 뮤지컬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이해해보고 싶었다”며 극단의 문을 두드렸다.
다양한 사람이 모인 만큼 의견을 모으는 일도 쉽지 않았다. 특히 연습 시간 조율이 가장 큰 난관이었다. 광양 포스코에서 근무하는 단원은 광주까지 왕복 4시간을 오가야 했고, 직업 특성상 배를 타고 섬으로 출장을 다녀온 뒤 다시 올라와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럼에도 단원들은 뮤지컬에 대한 열정 하나로 매일 연습실에 모였다.
이들이 창단 후 첫 작품으로 선택한 것은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이다. 2009년 초연 이후 퓰리처상과 토니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뮤지컬로, 양극성 장애를 겪는 엄마 다이애나와 그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다. 약물치료와 전기충격요법, 트라우마와 상실, 그리고 ‘평범한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묵직한 질문이 록 사운드와 함께 밀도 있게 펼쳐진다.
극단이 이번 공연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주인공 다이애나의 감정선이었다. 정신질환으로 인한 환상과 감정의 파동, 가족 간의 균열과 트라우마가 과장되거나 소비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접근했다.
광주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상담사 박규창(30) 씨에게 이번 작품은 남다른 의미였다. 그는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만큼 처음엔 혹시 작품이 편견을 강화하지 않을까 걱정됐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연습을 이어가면서 작품의 진정성이 더 크게 다가왔다고 한다. 박 씨는 “정신질환자만큼이나 큰 고통을 겪는 건 그 곁을 지키는 가족들”이라며 “이번 작품이 환자 개인이 아닌 ‘가족의 이야기’를 중심에 두고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의미 있었다”고 말했다.
신안교육지원청 소속 특수교사 신의경(29) 씨는 “극 속 굿맨 가족이 장애학생 가정과 자연스럽게 겹쳐 보였다”고 했다. 장애를 진단받은 뒤 한 번 무너졌다가, 다시 아이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평범함 그 주변 어딘가’를 향해 애쓰는 부모님들이 떠올랐다는 것이다.
그는 “마지막 넘버 ‘빛’의 가사처럼 여러 날을 구름과 비 속에서 보내겠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견딜 수 있다는 마음을 학생과 부모들에게도 전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이수민 연출은 “연습과 라이선스 취득 등 준비 과정이 너무 힘들어 ‘이번이 마지막 작품이다’라는 마음으로 임했었다. 그런데 막상 공연을 마치고 커튼콜에서 받은 박수와 뿌듯함을 잊지 못해 또다시 2기를 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다음에는 모두가 웃고 즐길 수 있는 밝은 희곡을 무대에 올려보고 싶다”고 전했다.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