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열기 여전…‘소년이 온다’ 2년 연속 베스트셀러 1위
2025 도서 판매 트렌드 분석
지난해 노벨상 수상 효과 지속
‘12·3 계엄’으로 광주정신 환기
100위권 내 소설·시·희곡 21권
정치사회 분야 판매 19.1% ↑
AI 일상화로 관련 서적 출간 붐
유시민·성해나·양귀자 도서 인기
2025년 12월 01일(월) 19:15
역시 한강이었다.

올해 문학 출판계는 지난해 노벨상을 수상한 ‘한강 효과’의 자장이 지속된 해였다. 한강의 작가적 저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였으며, 국내 안팎으로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특히 한강 작가가 당시 노벨문학상 수상자 강연에서 언급했던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많은 이들에게 문학의 본질, 의미, 가치 등을 사유하게 했다.

올해 종합 베스트셀러는 광주 5·18의 참상과 아픔을 소설적으로 승화시킨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가 차지했다. ‘소년이 온다’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1위에 올랐으며 특히 ‘12·3 계엄’과 맞물려 ‘광주정신’을 환기하게 했다.

교보문고와 예스24가 1일 발표한 ‘2025년 종합 베스트셀러 트렌드 및 결산’에 따르면 한강의 ‘소년이 온다’는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소년이 온다’의 2년 연속 종합 1위는 연간베스트셀러 역사상 5번째다. 이전에 ‘홀로서기’,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시크릿’,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소년이 온다’는 현대사의 상흔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동시에 미학적 관점에서도 독특한 울림을 전하는 소설이다. 특히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는 ‘제왕적 대통령’이 나타나면 ‘80년 5월’과 국가폭력이 다시금 발생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예스24에 따르면 ‘소년이 온다’는 80년 5월을 새로운 관점에서 조명한 한국적인 서사다. 올해 27주간 종합 10위 내에 머물렀으며 한 해의 절반 이상 종합 베스트셀러 10위권에 랭크가 됐다.

뒤를 이어 유시민의 ‘청춘의 독서’, 성해나의 ‘혼모노’, 양귀자의 ‘모순’ 등도 독자들로부터 인기를 얻었다.

특히 연간 종합 베스트셀러 100위권 내에는 소설, 시, 희곡 분야 도서가 21권 포함됐으며 한강 작가 작품을 제외하더라도 소설, 시, 희곡 분야 도서 판매량은 지난해 대비 4.0% 신장했다. 이와 맞물려 한국소설과 한국시는 각각 19.5%, 7.3% 판매량이 늘며(한강 작품 제외) 한국문학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교보문고의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에도 유시민의 ‘청춘의 독서’, 성해나의 ‘혼모노’, 양귀자의 ‘모순’ 등도 상위권에 올라 독자들의 인기를 반영했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부터 시작된 일련의 급박한 정치 상황은 자연스레 한국정치, 한국사회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관련 도서들이 독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교보문고 집계에서는 상반기 탄핵 정국, 조기 대선 국면에서 정치사회 분야 책 판매가 19.1% 늘었다. 특히 5월에는 93.2%로 매우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으며 그 가운데 정치/외교 관련 도서가 53.1% 늘었다. 법학 분야 도서는 34.1%의 신장률을 보여 전공자를 넘어 일반 독자들에게 확장되는 추세를 보였다.

이 같은 양상은 예스24 집계에서도 드러났다. 국내외 역동적인 정치 상황이 관련 도서 판매로 이어졌다는 방증이다. ‘사회·정치’ 분야가 전년 대비 11.1% 증가했는데 그 중 가장 급부상한 분야는 ‘헌법서’였다. 지금까지 일반 독자들에게는 소구력이 없었던 ‘헌법’에 대한 관심이 눈에 띄게 늘면서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6.1% 증가했다.

또한 민주주의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지면서 ‘결국 국민이 합니다’,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등의 책도 인기를 끌었다.

올해는 AI의 일상화로 관련 서적 출간이 붐을 이룬 점도 하나의 트렌드로 기록된다. 출판계 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 분야에 AI는 이제 상수가 되다시피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예스24는 ‘AI·인공지능’ 책들이 무려 2000종 넘게 발간됐다고 집계했다. 챗GPT 등 AI의 영향력 증대와 맞물려 도서 판매와 출간 모두 급증하는 결과로 이어졌던 것. 관련 서적 판매량은 지난해 대비 40.5% 신장했고, 올해 출간된 신간은 지난해 1308종에서 1.8배 증가된 2327종으로 조사됐다.

‘인공지능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꼽히는 이선 몰릭의 ‘듀얼 브레인’이 가장 많이 팔렸다.

교보문고 분석에서도 ‘AI 관련 도서’ 판매량은 작년에 비해 68.5% 급증했다. 또한 경제경영, 인문, 자기계발 등 전 분야로 AI 활용서가 확산되는 추세를 보였다. 관계자는 “AI 기술이 대화형 AI와 생성형 AI 모델을 일상생활에서 쉽게 활용하면서 그 영향력이 빠르게 확대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디지털 범람 속에서도 손으로 직접 글을 옮기는 필사책도 인기를 끌었다. 예스24에 따르면 필사 도서는 작년 대비 64.7% 판매량이 늘었다. ‘하루 한 장 나의 어휘력을 위한 필사노트’는 올해도 필사 트렌드를 견인하는 대표작으로 자리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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