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다움에서 인간다움을 다시 꺼내 본다”
강미미 작가 ‘오늘, 기쁘게도 비가 내린다’전 19일까지 주안미술관
2025년 12월 01일(월) 15:30
‘새벽에 자라나는 손’
‘드러난 뿌리, 드러난 샘’
‘네 개의 콩깍지’
자연을 좋아하는 것과 직접 농사를 짓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이다. 전자는 힐링의 느낌을 환기하지만, 후자는 땀의 의미를 사유하게 한다.

강미미 작가는 직접 농사를 지으며 삶 속에서 자연과 호흡한다. 작가에게 밭은 작물 생산의 공간을 넘어 인간과 자연이 교차하는 치열한 생의 현장이다.

“농사를 지으며 작물을 대하는 삶 속에서 자연다움을 찾고, 자연다움에서 인간다움을 다시 꺼내 본다”라는 말에서 강 작가가 상정하는 자연의 모습이 그려진다.

강 작가의 ‘오늘, 기쁘게도 비가 내린다’전이 주안미술관에서 진행 중이다. 오는 19일까지 펼쳐지는 이번 전시는 ‘자연다운 인간’, ‘인간 닮은 자연’을 아우르는 데 초점을 뒀다. 회화와 설치작품 등을 관통하는 것은 생명에 대한 존중, 생명에 대한 호기심이다.

‘오늘, 기쁘게도 비가 내린다’라는 주제가 말해주듯 ‘물’은 자연을 살리는 생명수다. ‘기쁘게도 비가 내린다’는 표현은 다의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메마른 대지를 적시는 물의 공급을 뜻하는 한편, 비가 내리는 순간의 감각적 사유, 감성에 초점을 두기도 한다.

‘새벽에 자라는 순’은 직접 농사를 지어본 이라야 표현하고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작물은 새벽이슬을 먹고 자라며 농부의 발자국 소리에 키가 큰다. 대지를 뚫고 올라오는 새싹이 지닌 힘, 새싹이 내재하고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특유의 붓질로 형상화했다.

‘드러난 뿌리, 드러난 샘’은 돌더미 속에서도 악착같이 뿌리를 내린 나무를 초점화했다. 메마른 황무지의 돌무더기를 뚫고 생명을 피워내는 나무는 안타까움을 준다. 말라비틀어진 나무와 바닥이 드러나버린 샘은 오늘의 우리에게 자연이 주는 엄중한 경고로 읽힌다.

송진주 학예사는 “강 작가의 전시는 단순한 작품을 보여주는 데 있지 않고 자연을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을 촉구하는 데 있다”며 “직접 밭농사를 지으며 자연과 함께하기에 작가의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는 간단치 않다”고 전했다.

자세한 전시 일정 및 정보는 주안미술관 인스타그램 통해 확인 가능하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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