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뉴스페이스’ 시대 개막 2조원 우주산업 ‘정상 궤도’ 진입
항우연→한화에어로스페이스
우주개발 플레이어 교체
국가안보서 상업적 이익창출로
우주 공간 활용 수요 ‘무궁무진’
로켓 재사용 등 비용 효율화 시급
2025년 11월 27일(목) 19:00
27일 새벽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여수 낭도항에서 니콘 Z9 카메라와 35㎜ 렌즈를 이용한 다중촬영 기법으로 누리호 궤적을 담았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한국형발사체 누리호(KSLV-II) 4차 발사가 지난 27일 새벽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발사 시각은 이날 새벽 1시13분이었고, 40여분 뒤인 새벽 1시 55분에 차세대중형위성 3호와 12기의 큐브위성이 남극 세종기지 지상국과 첫 교신을 마쳐 정상 동작이 확인됐다.

이번 성공은 대한민국 우주산업이 ‘정부 주도’(Old Space)의 껍질을 깨고 ‘민간 주도’(New Space)라는 새로운 궤도에 진입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차, 3차 발사에 이은 이번 4차 발사의 성공으로, 대한민국은 글로벌 우주 발사체 시장에 명함을 내밀 수 있는 최소한의 자격인 ‘비행 헤리티지’(Flight Heritage)를 확보했다.

2조원(18억 5000만 달러) 규모로 추산되는 글로벌 소형 발사체 시장을 향한 대한민국의 도전이 본격화된 것이다.

◇한국판 ‘스페이스X’의 탄생 = 이번 4차 발사의 가장 큰 특징이자 의의는 ‘플레이어의 교체’다.

지난 30여 년간 한국의 우주개발을 이끌어온 것이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이었다면, 이번 무대의 주연은 민간 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2년 체계종합기업으로 선정된 이후 처음으로 발사체 제작의 총괄 관리를 맡았다. 300여개 협력업체에서 납품된 37만여 개 부품을 검수하고, 1단부터 3단까지 기체를 조립하는 등 발사 운용 단계에까지 깊숙이 개입했다.

과거에는 민간 기업이 설계된 도면대로 부품을 가공해 납품하는 단순 하청업체 수준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발사체 전체 시스템을 이해하고 관리하며 리스크를 통제하는 ‘엔지니어링의 주체’로 격상됐음을 의미한다.

우주산업의 패러다임이 ‘국가 안보 및 기술 확보’에서 ‘상업적 이익 창출’로 전환되는 변곡점에서, 한국도 스페이스X와 같은 민간 우주 수송 기업을 육성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향후 5차, 6차 발사에서는 주도권을 더욱 강화해, 독자적인 발사 서비스 역량을 갖춘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3연속 성공’, 한국 기술 입증 = 우주 발사체 시장에서 ‘성공률’은 곧 ‘가격’이자 ‘보험료’다.

한 번의 실패는 수천억 원짜리 위성의 소실로 이어지기 때문에, 위성 고객들은 비용이 조금 더 들더라도 검증된 발사체를 선호한다.

누리호는 1차 발사의 실패를 딛고, 2차, 3차, 그리고 이번 4차 발사까지 3회 연속 성공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이번 발사는 야간 발사 기상 조건과 센서 오류라는 돌발 변수 속에서도 정밀한 발사를 성공시키며 목표 궤도에 정확히 위성을 투입했다는 점에서 기술적 성숙도가 절정에 달했음을 보여준다.

‘반복된 성공’은 누리호의 신뢰도(Reliability)를 비약적으로 상승시켰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는 향후 국내 공공 위성뿐만 아니라 해외 민간 위성의 발사 수주를 따낼 때 결정적인 경쟁력으로 작용한다.

아직 스페이스X의 팰컨9과 같은 압도적인 비용 경쟁력을 갖추지는 못했지만, 98% 이상의 발사 성공률을 담보할 수 있다면 ‘발사 슬롯’(Slot)이 부족한 글로벌 시장에서 충분히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특히 중소형 위성을 원하는 궤도에, 원하는 시기에 쏘아 올리고 싶어 하는 틈새 수요는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에서다.

◇2조 시장을 잡아라…과제는 ‘비용 절감’=전 세계 소형 발사체 시장 규모는 2024년 기준 18억 5000만 달러(한화 약 2조 5000억 원)에 달하며,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뉴스페이스 시대가 도래하면서 대학, 연구소, 스타트업들이 제작한 초소형 위성(큐브위성) 수요가 폭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누리호 4차 발사에 탑재된 12기의 큐브위성들이 바로 이 시장의 잠재 고객들이다. 제약 실험부터 지구 관측까지, 우주 공간을 활용하려는 수요는 무궁무진하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비용 효율화’다. 현재 누리호는 한 번 발사하고 버려지는 ‘소모성 발사체’다.

반면 경쟁자인 스페이스X는 1단 로켓을 재사용하며 발사 단가를 혁명적으로 낮췄다. 누리호가 상업적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반복 발사를 통해 부품 양산 단가를 낮추고, 차세대 발사체 개발을 통해 재사용 기술을 조기에 확보해야 한다.

정부가 추진 중인 ‘차세대발사체(KSLV-III)’ 개발 사업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차세대발사체는 누리호보다 3배 이상의 수송 능력을 갖추고, 추후 재사용이 가능한 다단연소 사이클 엔진을 탑재하여 경제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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