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진보문학 ‘민주문학’ 12월호에 문병란 시인·진보작가 마쓰다 비교연구 수록
5월 광주 개최 국제심포지엄 비평문도 소개
일본 바라보는 저항정신 등 조명
2025년 11월 27일(목) 14:55
지난 5월 광주에서 열린 ‘마쓰다 도키코’ 국제심포지엄 장면. <김정훈 전남과학대 교수>
일본 진보 문학을 대표하는 문예지 ‘민주문학’ 12월호에 지난 5월 18일 광주에서 개최된 ‘마쓰다 도키코 국제심포지엄에 대해’<광주일보 5월 20일자 17면 보도>라는 비평문이 크게 실려 화제다.

‘민주문학’은 1965년 창설된 ‘일본민주주의문학동맹’이 그 해부터 발행해온 유서 깊은 문예지. 1993년 이 문학동맹이 ‘일본민주주의문학회’로 거듭난 뒤로도 전국에 지부를 두고 꾸준히 진보 문학을 이끌어 왔다.

이번 ‘민주문학’ 12월호는 723호에 해당하는데, 마쓰다 도키코 회 대표로 활동 중인 에자키 준(江崎淳) 평론가의 ‘마쓰다 도키코(松田解子) 국제심포지엄에 대해’라는 글이 실렸다.

상하단 8페이지 분량으로 발표한 비평문 도입부에서 에자키 평론가는 “한·일 수교 60주년, 광주민주화운동 45주년을 맞이하여 민주, 평화, 인권의 도시 광주에서 그 의미를 살려 해방 전부터 조선인의 민주, 평화, 인권 문제를 위해 투쟁을 멈추지 않았던 마쓰다 도키코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로부터 다시 주목받는 광주민주화운동의 날인 5월 18일에 “마쓰다 도키코를 현창(顯彰)하기에 적절하다고 하는 설정이 내게는 생각지도 못한 놀라움이었다”라고 소감을 토로했다.

심포지엄 개최 계기는 2024년 8월 메이지(明治)대학에서 개최된 제75회 ‘역사교육자협의회’ 전국대회에서 차타니 주로쿠 아키타현 역사교육협의회 회장이 발표문 ‘한국으로 확장되는 마쓰다 도키코 문학과 생애’ 속에서 언급한 내용 때문이라고 했다.

차타니 회장이 고바야시 다키지나 다른 작가와 비교해 더욱 소개의 필요성을 느꼈다며 광주시에서 국제심포지엄이 열리기를 원한다고 말한 사실을 거론했다.

이후 ‘차타니 회장과 김정훈 전남과학대 교수가 개입한 한국에서의 마쓰다 도키코 연구사’라고 규정하며 김 교수와의 연구 활동을 소개했다.

책에는 심포지엄 내용에 대해 다룬 내용도 수록돼 있다. 유재연 동신대 교수 사회로 진행된 기념 강연에서 다카하시 히데하루 아키타현립대 부총장은 마쓰다 도키코의 생애를 ‘아키타시대·습작기’, ‘창작활동 개시·전개’, ‘제2차세계대전 아래’, ‘전쟁 이후’로 구분해 설명했다고 했다.

에자키 평론가 자신의 ‘하나오카 사건과 마쓰다 도키코’ 발제에 대해선 대표작 ‘오린 구전’ 집필 당시 마쓰다 도키코가 “아직 제목도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걸 쓰지 않고선 죽을 수 없다”, “1950년대부터 집요하게 추적한 ‘땅밑의 사람들’의 경우 적어도 이 작품을 씀으로써 침략전쟁을 일으킨 나라의 한 국민으로서 책임을 다하고 싶다”라고 고백했다고 기술했다.

또한 차타니 회장의 발제는 심포지엄을 개최하게 된 경과, 하정웅 명예관장과의 만남과 연작 목판화 ‘하나오카 이야기’에 대해’ 등을 논했다고 정리했다.

에자키 평론가가 가장 지면을 할애해서 길게 논한 대상은 김정훈 교수가 발제한 ‘문병란과 마쓰다 도키코의 저항정신’. 특히 ‘마쓰다 도키코를 평가한 문병란’의 항목을 주목, 문병란 시인이 광주·전라남도 지역의 지도자로서 활약한 모습과 함께 대표시 중 하나인 ‘식민지의 국어시간’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나아가 김 교수가 일본을 바라보는 두 사람의 저항정신을 비교한 부분에 주목했다. 문병란 시인이 “일본의 침략주의와 이중적 태도를 일본 독자를 상대로 통렬히 비판”했다고 강조했다.

에자키 평론가는 5월 18일 저녁 일본에서 참가한 강연자와 발제자가 광주일보 인터뷰에 응했고, 다음날 광주민주화운동으로 희생된 영령 164명을 기리는 5.18 민주묘지를 방문했다고 기록했다.

그리고 “광주일보에 게재될 사진 카메라에 잡히면서 지난밤과는 완전히 다른 조용하고 광활한 묘원에서 꽃 하나하나를 곁들이며 문병란 시인을 비롯한 희생자들의 영령에 참배한 뒤 귀국길에 올랐다”고 글을 마무리 지었다.

에자키 준 평론가는 1946년 대만에서 태어나 아이치현에서 자랐다. 아이치현립대학교 국문과 졸업 후 1975년부터 신일본출판사에 근무하며 일본 저항문학의 거목 고바야시 다키지 편집 등에 주력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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