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불법 비상계엄에 맞섰던 광주시민들의 저항 정신을 기리는 다채로운 행사가 진행된다. 광주시는 오는 12월 1일부터 12일까지를 ‘빛의 혁명, 민주주의 주간’으로 선포하고 민주·인권·평화의 도시 정체성을 재확인하는 대규모 시민 참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26일 밝혔다.

행사는 기억과 목소리, 연대, 빛이라는 네 가지 핵심 주제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을 기념하는 국제 학술행사도 열린다.

시청 1층 시민홀에서는 12월 1일부터 10일까지 ‘2025 광주 시정보도 사진전’이 열려 지난 1년간 숨 가쁘게 달려온 광주의 현장을 100여 점의 사진으로 만날 수 있다.

비상계엄 선포 1주년이 되는 12월 3일 오전 11시에는 역사의 현장인 5·18민주광장에서 ‘빛의 혁명 1주년, 광주공동체 공동기자회견’이 개최된다.

오월단체와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비상계엄무효 연석회의 관계자 200여 명이 참석해, 당시 위법한 계엄에 맞서 해제를 이끌어내고 탄핵 투쟁으로 헌정질서를 수호한 시민들의 헌신을 기억하며 완전한 내란 청산을 결의할 예정이다.

문화예술을 통해 민주주의의 목소리를 듣는 시간도 마련된다. 광주독립영화관에서는 12월 3일부터 6일까지 한강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흉터’와 EBS 다큐멘터리 ‘그녀의 일곱 인생’ 등을 무료로 상영한다.

특히 12·3 사태를 다룬 뉴스타파의 다큐멘터리 ‘압수수색: 내란의 시작’도 상영작에 포함돼 언론 탄압과 민주주의 위기 상황을 생생하게 증언한다. 역사민속박물관은 12월 9일부터 내년 2월 1일까지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한강 작가를 매개로 광주의 민주·인권 역사를 재조명하는 특별 기획전시를 선보인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국제회의실에서는 ‘소년, 광장에 서다’를 부제로 한 기념 국제포럼이 12월 10일부터 11일까지 이틀간 열린다.

첫날인 10일에는 마야 웨스트, 피에르 비지우 등 한강 작가의 작품을 세계에 알린 번역가들이 연사로 나서 번역 과정에서의 경험과 작품이 지닌 세계적 보편성에 대해 발표한다.

부대행사로 소설 ‘소년이 온다’의 배경이 된 전일빌딩245와 옛 적십자병원 등을 둘러보는 팸투어도 진행될 예정이다.

시민이 일상 공간에서 참여할 수 있는 연대와 공감의 행사도 풍성하다. 전일빌딩245 1층 북카페에서는 12월 10일부터 14일까지 지역 서점 30곳이 참여하는 팝업스토어가 열려 서점별 특색이 묻어나는 북큐레이팅과 도서 전시를 즐길 수 있다.

하남도서관에서는 11일 저녁 정여울 작가와 서율밴드가 함께하는 북콘서트 ‘다시, ON 문학’을 통해 문학과 음악이 어우러지는 치유의 시간을 선사한다.

아울러 지맵(G.MAP) 미디어월과 광주송정역 인근 창의벨트 5권역에서는 한강 작가의 문장에서 영감을 받은 미디어아트 작품들이 송출돼 도시의 밤을 예술로 수놓게 된다. 중외공원 산책로에는 지역 청년 작가들이 제작한 한강과 노벨상을 주제로 한 깃발이 설치돼 축제 분위기를 돋운다.

이 밖에도 12월 10일 5·18기념센터에서는 제77주년 세계인권선언 기념식이 열려 인권의 가치를 되새긴다. 같은 날 오후 전일빌딩245에서는 민주주의를 위해 산화한 호남 민족민주열사 희생자 합동추모제가 거행돼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린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광주는 역사적인 고비마다 시민들의 강력한 연대를 통해 민주주의를 지켜온 자랑스러운 도시”라며 “이번 민주주의 주간을 통해 시민들이 그 숭고한 정신을 다시 한번 가슴에 새기고, 우리의 일상 속에 민주주의가 더 단단한 뿌리를 내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