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구독자의 ‘관심’…실종 장애인 찾았다
이로이씨 충장로서 라이브 방송 중 시청자 “인상착의 비슷” 제보
경찰 확인 후 2주만에 ‘가족 품으로’…“안내 문자에 더 관심 갖길”
2025년 11월 25일(화) 20:55
방송 중 실종 장애인을 발견, 가족에게 돌려보낸 유튜버 이로이씨.
광주의 유튜버가 라이브 방송을 하던 중 실종된 장애인을 발견,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냈다. 방송을 보던 시청자는 그가 실종자임을 알아본 후 즉각 정보를 제공했고, 경찰은 신속하게 대응했다.

508만 뷰(25일 현재)를 기록한 쇼츠를 본 네티즌들은 “집단지성의 힘이다 실종문자가 귀찮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소중함을 알았다”, “라이브의 순기능이다. 시청자의 눈썰미가 대단하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화제의 주인공은 8년 전부터 유튜브 ‘이로이’를 운영하며 매일 밤 9시 광주 곳곳에서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는 이로이(이영주·41)씨다.

지난 20일 밤 11시 30분께 1500여명의 시청자들과 소통하며 충장로 인형뽑기 가게 앞을 지나던 그는 한 남자를 발견하고 이름과 나이를 물으며 인터뷰를 시도했다. 누가 봐도 40대였지만 그는 자신을 23세 대학생이라고 소개했고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던 순간 한 시청자가 채팅으로 실종안내문자 링크를 전달했다. 문자에는 ‘북구 주민인 김형빈 씨를 찾는다’는 내용과 함께 178㎝, 65㎏에 파란색 점퍼, 검정 긴 바지 등 남성의 인상착의와 동일한 내용이 적혀있었다. 중증정신지체장애인 김형빈(44·광주시 북구 일곡동)씨는 지난 14일 집 밖으로 나간 뒤 집으로 돌아오지 않아 경찰에 실종신고가 접수된 상태였다.

이 씨는 광주 북부경찰에 신고한 뒤 10여분 간 김 씨가 사라지지 않도록 뒤를 쫓았고, 경찰은 현장에서 남성이 실종자임을 확인한 뒤 가족에게 인계했다.

“추운 날씨에 얇은 점퍼 하나 입고 혼잣말을 하며 거리를 돌아다니던 김씨의 모습이 선명합니다. 코인을 건네자 단숨에 인형을 뽑고 좋아하던 모습도요. 원래 방송할 때 상대방의 이름이나 나이 등 인적사항은 잘 묻지 않는데 그때는 하나하나 묻고 싶었어요. 그 덕분에 시청자분이 실종자임을 알아차렸고, 경찰에 인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그 분이 집으로 돌아가야 했던 운명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합니다.”

광주에서 나고 자란 이씨는 14만 구독자를 가진 유튜버로 방송 중 수차례 장애인 대상 범죄를 만났다. 장애인 친구가 묻지마 폭행을 당했을 때 병원비를 내주고, 사건 처리를 도와주기도 했다.

그는 “처음에는 보여주기식이라는 악플을 받기도 했지만 누군가를 돕는 행복감이 크다는 걸 잘 알고 있다”며 “이번 경험을 통해 안내문자를 좀 더 유심히 보고, 우리사회 약자들을 돕기 위해 계속해서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예전에 실종됐을 때도 실종안내문자를 받은 주민의 신고로 귀가했다.

광주북부경찰 관계자는 “CCTV 추적도 시간과 인력 측면에서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실종자를 찾는 데는 이웃 주민들의 신고 하나하나가 소중하다”며 “실종 문자를 클릭해 인상착의를 확인하고, 주위를 둘러보는 한번의 관심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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