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먼저다 - 김원명 광주원음방송 교무
2025년 11월 21일(금) 00:20
원불교 대종경 요훈품 14장에 보면 ‘다른 사람을 바루고자 하거든 먼저 나를 바루고, 다른 사람을 가르치고자 하거든 먼저 내가 배우고, 다른 사람의 은혜를 받고자 하거든 먼저 내가 은혜를 베풀라. 그러하면, 나의 구하는 바를 다 이루는 동시에 자타가 고루 화함을 얻으리라.’한 구절이 있다. 바루고, 가르치고, 은혜를 받고 무엇인가를 하고자 할 때에는 선행이 따라야 하며 선행은 곧 자타가 고루 화하는 바탕이 된다.

한 사람의 얼굴도 똑같은 모습이 없듯이 우리 마음도 다 각각이다. 각각일 뿐만 아니라 현실경계에 시달리고 안으로 마구니들에게 시달리느라 일그러져 있고, 그 일그러진 정도도 심한 경우와 가벼운 경우가 있다. 일그러진 영역도 다 각각이어서 많이 일그러진 부분도 있고, 좀 가벼운 부분도 있다.

이것을 우리는 장점, 단점이라 한다. 이러한 골은 깊기도 하고 얕기도 하여 천태만상을 이루며, 그 모습의 총체를 일러서 ‘사람 됨됨’이라 한다. 그리하여 사람 됨됨이 좋으면 좋은 사람, 사람 됨됨이 안 좋으면 안 좋은 사람, 사람 됨됨이 원만하면 원만한 사람, 사람 됨됨이 편벽하면 편벽된 사람, 사람 됨됨이 오만하면 오만한 사람, 사람 됨됨이 법도가 있으면 법도 있는 사람, 사람 됨됨이 법도가 없으면 법도 없는 사람, 사람 됨됨이 예절이 있으면 예절 있는 사람, 사람 됨됨이 예절 없으면 예절 없는 사람이라고 인물평을 한다.

이외에도 수없이 많다. 이와 같은 사람 됨됨은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에 따라 본인 앞날의 운명을 만들어 가고 더 나아가 자기가 소속한 집단의 운명을 만들어 간다. 그리하여 인격적 하자(瑕疵)가 현실 속에서는 함정을 만들기도 하고 태산을 만들기도 하고 때로는 태풍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러므로 우리 마음 내부에 있는 것들을 일일이 점검하여 잘못 된 것들을 찾아 모두 바루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장차 큰 재앙이나 풍파를 불러올 수도 있고, 현실을 파탄과 불행으로 몰고 갈수도 있다. 운전자의 조그마한 ‘부주의’가 수십 명 승객의 생명을 앗아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처럼 우리 내부에 잘못되어 있는 것은 불발탄과 같다. 어느 때인가 계기를 만나면 폭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참으로 심각한 문제이다. 한때 요행수로 넘겼다고 해서 앞으로 무사하기를 바라거나 무사할 것이라는 견해를 갖는 것은 크게 잘못된 일이다. 그 사례를 다 열거할 수는 없으나 그제 신안 해상에서 267명이 탄 여객선이 좌초되어 3시간 만에 승객이 전원 구조되었는데 원인은 바로 일등항해사와 조타수가 휴대폰으로 뉴스 검색을 하다 항로 변경을 놓쳤고 협수로 구간서 자동항법장치를 수동으로 전환하지 않은 것까지 밝혀졌다.

오늘날 소위 매스컴에 발표되는 인재(人災)마다 현실적으로 잘못한 점이 문제가 됐다고 하지만 실상은 이미 마음속에서 원인이 작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 지엽도 다스려 수습해야 하지만 보다 근본적 원인을 찾아 다스리는 것이 참으로 현명한 일이다.

그것이 바로 잘못되어 있는 마음세계를 바루는 일이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이러한 본말관계의 사실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근본적 대책에 대한 관심이 아예 없거나 미약하기 이를 데 없다. 어찌 된 일인가. 마음세계를 바루는 것은 이 세상에서 가장 근본을 다스리는 일이며 이는 곧 천하를 평정하는 일이다. 마음세계를 완전하게 바루어 놓으면 온 세상이 평정됨과 동시에 세상의 모든 인재는 거의 사라질 수도 있다. 따라서 마음은 철저히 바루어야 할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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