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적십자병원 활용…정체성 논란 불러서야
2025년 11월 21일(금) 00:20
광주시가 5·18민주화운동 사적지인 옛 적십자병원을 트라우마 치유센터와 창업센터 기능을 갖춘 복합 공간으로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다. 지난 19일 공청회를 통해 옛 적십자병원 활용 방안을 공개했는데 5·18 관계자는 물론 시민들도 5·18의 정체성을 무시한 ‘짬뽕 계획’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광주시는 역사적 장소인 옛 적십자병원을 기억 계승 공간으로 만드는 동시에 트라우마 치유 기술을 개발하고 창업 지원을 연계하는 공간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공개했다.

헌혈실, 중환자실, 수술실 등 5·18 당시 부상자 치료와 자발적 헌혈이 이뤄진 상징적인 공간은 원형을 보존하겠다지만 나머지 공간에 트라우마 치유 실증센터와 AI(인공지능) 헬스케어 창업센터를 넣겠다는 것은 5·18 사적지의 정체성을 흐리게 하는 처사라는 지적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5월 단체 관계자는 물론 시민들이 누더기를 만들 셈인가라며 강하게 반발한 것도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광주시가 사라질 위기에 처한 옛 적십자병원을 매입한 것은 잘한 일이지만 5·18의 정체성을 희석시키는 복합 공간으로 활용하겠다고 한 것은 조급하고 근시안적 판단이란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서구에 국가트라우마센터가 있어 굳이 이곳에 트라우마 실증센터를 넣을 이유가 없고 AI 창업공간도 첨단산단 등 집적화 된 곳이 있는데 왜 이곳을 고집하는지 모르겠다.

광주시는 연말까지 공청회 결과를 반영해 최종 활용 방안을 확정하겠다는 계획이다. 시민들의 의견을 폭넓게 반영하려면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도 늦지 않다.
이 기사는 광주일보 홈페이지(img.kwangju.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img.kwangju.co.kr/article.php?aid=1763652000792296074
프린트 시간 : 2025년 11월 21일 04:1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