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는 이렇게 말했다 - 미토마 다미오 지음, 김수정 옮김
2025년 11월 21일(금) 00:20
철학은 언제부터 이렇게 ‘난해한 학문’이 되었을까. 진리, 존재, 자유 같은 말이 등장하는 순간 우리는 자연스레 한 걸음 물러게 되고, 철학책 한 권을 펼치는 일조차 전문가의 세계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철학의 출발점은 언제나 일상의 질문이다.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과 세계를 이해하는 감각을 다듬어온 것이 본래의 철학이라면, 오늘 우리가 느끼는 어려움은 철학의 원형을 잊어버린 데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미토마 다미오 교수의 ‘철학자는 이렇게 말했다’는 철학과의 거리를 좁히고자 한다. 고전의 문장과 철학자의 목소리를 직접 들려주는 방식으로 철학을 개념의 탑이 아니라 살아 있는 사유의 현장으로 되돌린다.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철학사를 ‘개념의 계보’로 요약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소크라테스·플라톤·아리스토텔레스를 지나 칸트·헤겔·하이데거에 이르는 연대기적 흐름을 따르되, 대표 구절을 소개함으로써 그 문장을 쓴 사람이 당시에 무엇을 고민했고 어떻게 생각했는지를 따라가도록 구성했다. 예컨대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오랫동안 근대 과학의 출발점으로만 읽혀왔다. 하지만 저자는 데카르트가 실제로는 깊은 신앙을 지닌 인물이었으며, 그의 질문 역시 기독교 세계관을 전제로 한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탐구였음을 원문을 통해 짚어낸다.

저자는 철학을 ‘지적 전통’이 아니라 ‘살아 있는 기술’로 제시한다. 결국 철학은 인간의 마음과 언어, 사회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탐구하는 살아 있는 기술이라고 강조하며, 그 기술의 작동 방식을 고전의 문장 하나하나를 통해 다시 보여준다.

<시그마북스·1만8000원>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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