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가수 - 김미은 여론매체부장
2025년 11월 20일(목) 00:20
피아노 앞에 앉은 작곡가 김형석이 자신의 대표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1994년 발매된 박진영 1집 수록곡 ‘너의 뒤에서’. 잔잔한 전주가 흐르고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이날 김형석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노래한 이는 가수 김현식(1958~1990)이었다.

‘빙고’, ‘비행기’ 등의 히트곡을 남긴 3인조 그룹 ‘거북이’의 리더 터틀맨(1970~2018)도 멤버 지이·금비와 함께 춤을 추며 ‘이태원 클래스’ 삽입곡인 가호의 ‘시작’을 함께 불렀다.

두 사람은 Mnet TV의 AI 음악 프로젝트 ‘다시 한번’을 통해 팬들을 만났다. 홀로그램으로 등장한 두 사람은 AI 음성 합성기술로 만든 목소리로 노래했다.

도쿄 등 6개 도시 투어를 마친 5인조 아이돌 그룹 ‘플레이브(PLAVE)’는 21·22일 K팝 정상급 아티스트의 상징과도 같은 고척돔에 입성한다. 플레이브는 BTS나 세븐틴 같은 여느 그룹과는 다르다. AI기술을 활용해 제작된 버추얼(가상) 아이돌 그룹으로, 실체 없이 캐릭터로만 존재하지만 이미 가상 세계를 넘어 현실 세계까지 점령중이다.

‘나를 돌아봐’, ‘여름 안에서’ 등의 히트곡을 남긴 힙합 듀오 듀스 멤버 고(故) 김성재를 다시 만나는 프로젝트 소식도 들려온다. 듀스의 멤버 이현도는 김성재의 목소리를 AI로 복원, 오는 27일 신곡 ‘라이즈’를 발표한다고 밝혔다. 최근 빌보드 차트에서는 AI로 만든 브레이킹 러스트의 ‘워크 마이 워크’(Walk My Walk)가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제 AI와 음악은 불가분의 관계가 됐다.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 디저에 따르면 음원 플랫폼에 하루 동안 업로드되는 음악중 약 34%(5만곡)가 AI를 통해 생성되고 있다. 8개국 9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약 97%가 AI로 만든 음악과 인간이 작곡한 음악을 구별하지 못했다.

AI를 통해 그리운 가수들을 다시 만나는 일은 감동적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기술로 복원해낸 모습과 목소리에 위화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더불어 ‘정체성’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된다. 급속한 기술발전의 시대가 가져다준 질문이다. /김미은 여론매체부장 me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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