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고유의 자원·문화 살려 ‘일터·삶터·쉼터’ 만들자
섬이 위험하다 <5> 위기를 기회로
해수면·해수온도 상승·해류변화로
어종생태계 영향…섬 주민들 피해
양식기술 개발·우량종묘 생산 주력
영광 대표 새우잡이 배 ‘중선’ 복원
노동요·풍어제·돌담 등 문화 보존
‘퍼플섬’ 등 특색있는 섬 개발 확대
2025년 11월 19일(수) 19:15
신안 비금도 내촌마을 돌담길 전경. 앞마당격인 바다에서 불어오는 세찬 바람을 막기 위해 집집마다 돌담을 쌓아놓았다. <신안군 제공>
“(양식장에) 입식한 지 이제 한 달 됐는데, 계속 지켜봐야죠. 이제 0.5㎝나 자랐을까, 3년은 키워야 출하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올 겨울, 지내봐야죠. 아열대성 물고기인데, 아직 겨울을 안 났거든요. ”

어민 박주일씨는 요즘 양식장에 풀어놓은 ‘벤자리’ 상태 살피는 게 중요한 하루 일이다. 박씨는 한 달 전 여수 거문도 양식장에 벤자리 1만 마리를 집어넣었다. 국립수산과학원 아열대연구소에서 분양받은 인공분화 ‘벤자리’ 치어(7~8㎝)들로, 여수시가 고수온 피해에 대응하기 위해 아열대수산연구소 및 남해수산연구소와 협의해 무상 분양받은 아열대성 어종이다.



영광군 낙월도에 남아있는 풍장의 또다른 형식인 초빈(草殯).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 송기태 교수 제공>
달이 지는 섬(落月)이라는 뜻으로, ‘진달이’라는 옛이름을 갖고 있는 낙월도 주민들의 바람은 ‘중선’(활개배) 복원이다. 젓새우잡이 전용 무동력 선박을 일컫는데, 한 때 낙월도 인근 해역에서 전국 생산량의 60~80%를 차지할 정도로 많이 났던 새우를 잡아 자식을 뭍으로 유학보냈던 섬 사람들에겐 ‘명줄’이나 다름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정부의 감척사업 등으로 목포국립해양유물박물관에 전시된 ‘중선’ 현종호(14t)외에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낙월도 역사자료보존회는 이같은 중선에 대한 역사 기록물 정리 뿐 아니라 선체 복원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해수온도 상승, 해류변화로 인한 어종 변화는 바다를 생계의 터전으로 삼았던 섬 주민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바다만 보고 살 수 없으니 섬을 빠져나가나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전남 곳곳의 섬마다 고유한 문화와 역사를 보전하는 것도 버거운 실정이다.

위기를 기회로 활용해 바다만 보고 살아가는 섬 주민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단기적인 전략으로 어족자원 방류, 안정적 서식 환경을 유지할 수 있는 양식기술 개발과 온도 내성·내병성이 강한 우량종묘 생산에 주력하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한 전 지구적인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립수산과학원 아열대수산연구소 연구사들이 해상 가두리양식장에서 시험 양식중인 벤자리를 살펴보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아열대수산연구소 제공>
◇아열대 양식과 우량 종자에 도전=전남(2165개)에서 신안(858개) 다음으로 많은 섬(353개)을 보유한 여수시의 경우 기후변화에 대응한 대체품종 발굴에 적극적이다.

여수시는 올해에만 전남지역 5개 시·군 165개 어가에서 고수온으로 어·패류 8종 456만 3000마리가 피해를 입은 점을 감안해 아열대성 어류 ‘벤자리’ 종자(4~5g) 1만 마리를 무상 분양받아 시험 양식중이다.

벤자리는 일본 남부·동중국해 및 우리나라 남해 일부 해역에 서식하는 아열대성 어류로 28~30도 수온에도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하고 횟감 수요가 높아 최근 일본으로부터 수입량이 증가하고 있는 고급 어종이라는 게 여수시 설명이다.

국립수산과학원 아열대수산연구소는 이미 2021년부터 벤자리 생리·생태 연구를 수행하면서 신규양식품종으로 개발에 나선 상태다.

지난해부터 국내 최초 해상 가두리 양식장에서 벤자리 시험 양식을 시작해 지난해 12월부터 올 4월까지 겨울철 월동 시험도 진행했다.

아열대수산연구소 박진우 연구사는“ 아열대 품종인 벤자리에 대한 월동시험 결과, 저수온기(10도 내외)의 생존율이 70% 이상이고 고수온(28~30도)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사육 가능한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여수시도 이같은 점을 바탕으로 시험양식 추진계획을 수립하고 벤자리 종자 1만 마리를 지난 10월 거문도 해역 가두리에 입식,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전남해양수산과학원도 기후변화에 대응할 전담팀(TF)을 꾸려 어족자원 방류, 대체 양식품종 발굴, 양식시설·방법 등의 개발에 공을 쏟고 있다.

전국 어류양식의 48.5%에 이를 정도로 많은 대표 어종인 조피볼락의 경우 고수온(28도 이상)에서 사육이 불가능한 점을 들어 고수온에서 폐사를 줄이고 고수온에도 견뎌낼 수 있는 양식 어종을 확보하는 데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부세의 경우 현장 적용시험 결과 30도 이상 수온에도 폐사가 없고 18개월 이내 300g까지 성장하면서 위판 가격(200~350g)도 1만5000~1만 7000원 수준으로 수입산(㎏당 9000원~1만원)에 견줘 경쟁력도 갖춰 고수온 대체 품종으로 개발 중이다.

수온 상승으로 영향을 받는 고착성 연안 양식성 생물에 대한 신품종 개발·적응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

김·미역, 꼬막 등은 수온 변화에 민감한 대표적 수산물로 꼽힌다. 김의 경우 성장기 알맞은 수온은 5~8도. 최근 수온 상승으로 종자를 바다에 넣는 채묘 시기가 과거보다 10~15일 늦어지고 있고 생산량도 감소 추세다.

최근 찾은 진도 접도에서 만난 어민들은 수온 상승, 이상기후가 반복되면서 김의 씨가 녹거나 일명 ‘고춧가루병(붉은갯병)’ 등 병이 퍼지는 사례가 반복되는 어려움 등을 호소했다.

전남해양수산과학원은 이같은 점을 들어 고품질의 내병성 김 신품종 4개 품종(참김, 방사무늬김, 잇바디돌김) 을 확보, 시험 양식을 진행중이다. 섬 주민 절반 이상이 다시마를 재배하는 생일도를 비롯, 다시마 재배 어민들을 위한 신품종 연구도 추진중이다. 해양수산과학원은 올해 지역 해역에 적합한 다시마 양식품종 개발을 위한 시험양식을 추진하고 있다. 해양수산과학원은 또 완도 주민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전복을 대체할 품종으로 피뿔고둥에 주목, 인공종자 양성기술 및 대량생산 가능성 분석에 들어갔다.

◇오고싶은 섬으로=섬만 858개나 되는 신안은 섬 만의 독특한 생태, 환경 등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면서 섬 문화와 역사 단절을 막는 데 주력하고 있다.

‘가고싶은 섬’으로 선정된 전남 20개 섬 중 신안지역 섬인 반월·박지도(2015년), 기점·소악도(2017년), 우이도(2019년), 선도(2020년), 옥도(2021년), 고이도(2022년) 등을 각각 사계절 보라색 꽃이 피는 퍼플섬, 순례자의 섬, 백서향 향기가 공존하는 생태관광의 섬, 수선화의 섬, 작약의 섬, 갯국의 섬으로 특색있게 조성해 섬의 자연과 문화를 보전하는 한편, 관광지로 발전시켜 나가는 데 초점을 맞췄다.

순례자의 섬으로 이름붙여진 기점·소악도는 꾸준한 발길이 이어지면서 2020년(2만 8546명)에 견줘 2배 가까 늘어난 5만 7866명이 지난해 찾았다. 5년 전 2753명(2020년)이던 우이도 관광객도 지난해 5522명으로 크게 늘었고 고이도에는 지난해 7880명이 찾아 전년도(3650명)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전남 곳곳의 섬마다 고유한 문화와 생태, 환경을 개발·보전하는 데 지원도 필요하다. 섬 살이를 알리고 보존하는 민간 단체들에 대한 발굴과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주낙(긴 낚싯줄에 여러 개의 낚싯바늘을 달아 물속에 늘어뜨려 고기를 잡는 어구)으로 홍어를 잡는 흑산도의 생태친화적 전통 어업이나 여수 거문도 6개 마을에서 했던 풍어제·고두리 영감제(덕촌마을)·거북제(변촌마을)·용왕제(죽촌마을)·풍어제(거문마을) 등은 주민 수 감소와 외면 등으로 자칫 명맥이 끊어질 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400년 전 바닷바람을 막기 위해 비금도 내촌 마을 집집마다 쌓아올린 돌담을 지키면서 살아갈 주민들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영광 낙월도 대표 어선인 새우잡이 전용 어선 ‘중선’. <책 ‘낙월도’ 최종민 작가 제공>
그나마 낙월도 주민들을 중심으로 한 자생단체인 낙월도역사자료보존회의 경우 영광 낙월도의 대표 어선인 새우잡이 어선 ‘중선’에 대한 기록물 정리와 중선 복원에 힘쓰는 한편, 섬살이 주민들의 노동요와 뱃노래, 상여소리 등을 수집해 보존하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뭍에서 떨어진데다, 경제성의 논리까지 맞물리면서 턱없이 부족한 인프라 개선도 시급하다. 흑산도 주민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흑산 공항 문제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섬을 무인도로 만들지 않고 응급환자 이송과 수산물 유통을 통해 살만한 섬으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시설이라는 요구를 흘려듣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다. <끝>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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