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 임차료 얼마가 적당할까
[농산물품질관리사 김대성 기자의 ‘농사만사’]
순이익의 절반은 과해…지속가능한 농업 위해 현실화 필요
2025년 11월 16일(일) 18:35
/클립아트코리아
농사 특히 쌀농사가 완료되면 농지 임차료가 입살에 오르곤 한다. 주고받는 입장에선 얼마로 할지, 또 돈으로 지불할지 아니면 현물(쌀로) 줄지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농지를 소유하지 못한 농민이 지주에게 농지를 빌리고 사용의 대가로 수확량의 일부분을 주는 임차료는 과거 소작이 주였던 때의 소작료와 개념이 비슷해 간혹 헷갈릴 수 있다. 땅을 빌리는 자가 소작농, 빌려주는 자가 지주로 동서고금을 통해 신분을 구분하는 광범위하고도 엄격하고 불편한 관계로 불공정한 책정이 난무해 역사적으로 보면 어두운 측면이 있는 용어다. 동학농민운동 시기 소작료는 최소 39%에서 최대 90%에 달하는 고율이었다는 것과 신안 암태도 소작인들이 7할 또는 8할의 소작료를 징수하는 지주와 이를 감싸는 일제에 대항해 소작쟁의를 벌인 것이 먼 과거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농업 환경이 변해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농촌인구가 소멸에 이를 정도로 감소하고 고령화 되면서 놀리는 땅이 많아져 귀농 청년에 의한 임차농이 대세가 됐다. 농사를 할 수 없는 어르신의 자리를 기계화와 규모화를 하는 농업법인과 청년 농부가 대신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우리나라 현행 헌법 제121조에서는 국가가 농지에 대해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함을 강조하고 농지의 소작제도 금지를 선언하고 있다. 대신 농업생산성의 제고와 농지의 합리적인 이용을 위하거나 불가피한 사정으로 발생하는 농지의 임대차와 위탁경영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인정하고 있다. 여기에 농업경영체 등록과 농업직불금 등 농업 생산비 문제가 겹치면서 농지 소유자와 임차인 간 갈등의 소지를 안게 됐다.

현재의 논 임차료 결정방식은 1200평(논 1필지) 당 80kg 백미 11~13개 값을 농지 소유자에게 지급하는 게 보편적이다. 따라서 80kg 1가마 쌀값이 그해 얼마인지에 따라 임차료가 오르고 내린다. 이 쌀값은 대게 경작지 인근 정미소가 판매하는 가격을 기준으로 하기에 지역별로 각기 다르게 계산해 지급해 왔다. 이 과정에서 “적네 많네” 실랑이가 있는 것이다.

이같이 쌀값 기준이 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한편, 일각에선 1필지당 지급할 쌀의 개수가 너무 과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통계청의 2022년 식량작물 생산량 기준에 따르면 1200평 당 2160kg의 나락이 생산된다. 이 나락을 도정해 백미 쌀로 만들면 80kg 가마로 19.6개가 나온다. 땅 주인에게 주는 쌀가마 수는 12개 정도인데 이는 농부가 생산한 전체 쌀의 절반에 가깝다. 이렇듯 경작 반수에 달하는 임차료는 농경지의 자본화를 부추길뿐더러 농부의 생산 의도도 떨어지게 한다는 지적이다. 날씨 탓에 생산량이 급격히 떨어져도 소유자에 어떻게든 그만큼의 몫을 챙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적정한 임차료 결정을 위해 쌀값도 조율해야 하고 임차료 쌀 개수도 조정해야 한다. 갈수록 치솟는 경작 비용 역시 임차료 계산 방식을 현실화 해야 하는 이유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산 논벼(쌀) 생산비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0a(아르·1000㎡·300평)당 순수익은 27만584원으로 전년보다 24.3%p(8만7009원) 감소했다. 벼농사를 짓는 데 드는 생산비는 증가했지만 쌀 생산량과 산지 쌀 가격은 하락한 데 따른 것으로 벼농사 순수익률은 2016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농민이 쌀농사를 지어 손에 쥐는 돈이 30만원도 되지 않는 것이다. 트랙터나 콤바인, 이앙기 등 농기계 가격이 매년 오른 것을 고려하면 수익은 더 줄어든다는 의견도 많다. 단순 계산이지만 이대로라면 농업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소멸 위기에 기운 없는 농촌의 현실을 정부나 지자체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상처를 외면한다면 희망은 없다. 어느 쪽 편을 드는 건 아니지만 소농이나 임차농, 기반이 약한 새내기 농부들의 아픔을 헤아려야 할 때다. 갈등의 소지가 없도록 임차료 문제의 현실화를 기대해 본다. /big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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