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는 언젠가 꽃피울 씨앗…아카이브처럼 쌓길”
호남대 취창업 페스타서 강연 ‘무한도전’ 김태호 PD
OTT 시대 도래에 무한도전 폐지…콘텐츠 회사 차려 대중과 소통
“K-콘텐츠가 세계적 트렌드 되는 세상…많이 움직이고 경험하길”
2025년 10월 30일(목) 19:20
30일 김태호 PD가 호남대 IT 스퀘어 광장에서 ‘트렌드를 이끄는 힘’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2006년 첫 방송을 시작해 13년간 이어졌던 ‘무한도전 신화’는 지난 2018년 막을 내렸다.

시대적 흐름에 따라 폐지를 주장한 사람은 프로그램을 이끈 김태호 PD였다. 과거 TV에만 의존했던 ‘본방사수’ 시대에서 시청자들이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를 골라 보는 OTT(Over The Top) 시대가 도래함에 따른 결정이었다.

그는 질주하는 OTT를 ‘맞서야 할 상대’가 아닌 ‘협상 파트너’로 사고를 전환했고 지난 2022년 MBC 퇴사 후 콘텐츠 제작사 TEO를 차렸다. 그의 두 번째 인생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30일 열린 호남대 취창업 페스타에서 ‘트렌드를 이끄는 힘’을 주제로 마이크를 잡은 김 PD는 ‘실패’에 대해 역설했다.

‘무한도전’ 제작을 맡은 김 PD는 TEO 설립 후 ‘서울 체크인’, ‘지구 마불 세계여행’, ‘굿데이’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김 PD는 MBC에서 노홍철과 가수 비가 함께 오토바이로 전국을 일주하는 ‘먹보와 털보’ 아이디어를 젊은 PD들과 구상했고 넷플릭스에 약 5억 원에 판매하며 OTT 시스템을 익혔다.

제작비를 아끼며 작품을 만들었던 과거와 달리 OTT라는 좋은 인프라에서 촬영을 마친 그는 자신을 보며 PD의 꿈을 꾸는 청년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퇴사를 결심했다. 퇴사 과정에서 높은 연봉, 좋은 조건을 제시받기도 했지만 회사를 설립했다. 프리랜서 PD 10명으로 시작했던 TEO에는 현재 70명의 PD들이 함께하고 있다.

그는 이날 강의에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야 한다”고 부연했다.

“모두가 제 콘텐츠를 좋아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시청률로 성공과 실패를 가를 수 있지만 모든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는 관념은 사라졌습니다. 저 역시 시청자 반응이 걱정되는 작품을 내놓을 때도 있지만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무한도전도 재밌는 회차는 한 달에 한두 개였지만 그 회차들이 쌓여 재밌었던 프로그램으로 세상이 기억해 주는 것처럼 실패를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고 꾸준히 해 나가는 것이 하나의 방법입니다.”

‘예능스러운 것’의 경계를 없애고 싶다는 그는 세상만사에 관심을 갖고 있다. 지구촌에 일어나는 모든 일이 예능의 소재이자 콘텐츠인 셈이다. 김 PD는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을 대학생들에게 조언을 더했다.

“대학 시절 가장 아쉬움이 남는 건 과방에서 넋 놓고 있었던 시간, 아무것도 하지 않고 흘려보냈던 주말이에요. 오늘 광주송정역에 내려서 보니 광주에서 갈 수 있는 기차역이 참 많더라고요. 주말이면 멍하니 시간을 보내지 말고 기차를 타고 근교라도 나가서 많은 것을 보세요. 많이 움직이고 경험해서 온전히 자신의 콘텐츠로 만들어야 합니다.”

김 PD는 “한국 가수 로제와 BTS가 세계 차트에 이름을 올리고, 한국이 만든 콘텐츠가 세계적인 트렌드가 되고 있다”며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오늘날에는 가능해진 만큼 지금 당장 실패했다고 생각이 들거나 선택받지 못하더라도 언젠가 꽃피울 씨앗이라고 생각하고 아카이브처럼 쌓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사진=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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