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진 연탄에 취약계층 ‘겨울이 두렵다’
광주 821가구·전남 2577가구 연탄값 부담 가중
2025년 10월 28일(화) 20:25
/클립아트코리아
나기평(85·광주시 북구 신안동)씨는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자 값비싼 연탄을 구할 걱정에 한숨부터 나왔다고 한다. 지난 1일부터 연탄을 때기 시작한 나씨는 방에서 전기매트를 써도 한기를 막기 어려운데다 물을 끓여서 씻을 방법이 연탄불밖에 없는데, 최근 연탄값이 많이 올라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나씨는 “예전에는 연탄 한 장에 700~800원이면 샀는데, 지금은 1000원에 구매하고 있는 실정이다”며 “연탄을 아끼려고 하루에 연탄을 2장씩만 써 가며 버티고 있는데, 본격적으로 추워지면 어떻게 할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최종길(71·광산구 운남동)씨는 최근 급격히 추워진 날씨에 감기에 걸렸음에도 연탄 걱정부터 앞섰다고 한다. 자연마을 내 한옥집에 거주하는 최 씨는 추석 직후인 지난 9일부터 연탄을 때기 시작했는데, 하루에 연탄을 6장씩 때다 보면 한달에 180장, 단순 계산으로도 18만원씩 나간다는 것이다. 최씨는 “광주시와 동사무소에서 매년 600~700여장씩 지원을 받아도 늘 부족해 아껴 써야 한다”며 “이번 여름에 빗물이 들어와 집이 헐어버려서 외풍이 많이 들 것 같은데 연탄값은 날로 비싸지니 답답하다”고 했다.

최근 광주·전남에 때 이른 추위가 닥치자 연탄불을 때며 겨울나기를 하는 취약계층들이 “다가올 겨울이 무섭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고령에 형편도 넉넉지 않은데 연탄값은 계속 오르고, 지난해 광주시 남구 남선연탄 공장까지 폐업하면서 연탄값 부담이 날로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밥상공동체연탄은행이 발간한 ‘2025년 전국 연탄사용가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기준 광주에는 821가구, 전남은 2577가구가 연탄을 때고 있다.

이 중 광주에서는 192가구(23.3%)가 기초수급자 가구이며 차상위가구는 26가구(3.1%), 기타 소외계층은 389가구(47.3%)로 73.9%가 취약계층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남은 기초수급 가구 649가구(25.1%), 차상위가구 185가구(7.1%), 소외계층 1352가구(52.4%) 등 84.8%가 취약계층이었다.

반면 연탄값은 지속적으로 상승해 올해 장당 900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600원이었던 것이 9년 만에 900원까지 오른 것이다.

더불어 지난해 4월 남선연탄이 폐업한 이후 광주에는 연탄공장이 없어 전북 전주시에 있는 공장을 활용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교통비가 붙어 광주 1000원, 목포·여수 등 1300~1400원대 가격이 형성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연탄을 후원하는 온정의 손길도 뚝 끊겼다는 점이다. 28일 전주연탄은행에 따르면 현재까지 광주·전남에서 연탄 후원이 들어온 것은 초등학교 독서모임과 11월 초순 밀알학교 봉사가 예정된 2건 뿐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겨울에는 광주·전남에서 총 3만여장의 연탄 후원을 받았는데, 이마저도 취약계층이 겨울을 나기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연탄 가구는 1구 3탄 기준 하루에 3~5장(3000~5000원)이 필요해 6개월 기준 1000장이 있어야 겨울 나기가 가능하고, 2구 3탄 기준 2000장이 필요하다. 전주연탄은행에 따르면 정부에서 연탄 가구는 에너지바우처 쿠폰을 받지만, 600장 정도 기준이라 겨울나기가 불가능한 수준이다.

연탄은행 측은 최근 기술 발전과 탄소배출 감축 등 친환경 정책으로 인해 연탄 산업이 붕괴되고, 취약계층을 위한 후원과 봉사도 줄어드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사회·경제·정책 등에서 고립돼 가는 연탄사용가정을 위해 지자체와 시민들이 관심을 갖고 지원을 늘려 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윤국춘 전주연탄은행 대표는 “국민들이 사랑의 마음이 없어진 게 아니라 경기 침체로 나도 힘들어 남을 돌볼 여유가 없는 것”이라며 “우리 주변의 온기가 절실한 취약계층 이웃들을 위해 광주·전남 지역에서 10만장 연탄 후원이 들어올 수 있도록 시민들이 힘을 합쳐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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