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 부녀 16년 만에 누명 벗었다
광주고법 재심에서 무죄 판결…검찰의 위법·강압수사 인정
박준영 변호사 “약자 인권 외면한 사건”…진범 미궁 속으로
박준영 변호사 “약자 인권 외면한 사건”…진범 미궁 속으로
![]()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 재심에서 살인·존속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은 백점선(앞줄 왼쪽 다섯 번째)씨와 딸 A(네 번째)씨가 재판 직후 판결에 대한 소회를 밝히고 있다. |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 피고인들이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로써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을 일으킨 진범이 다시 미궁 속으로 빠지면서 철저한 진상 조사가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광주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이의영)는 28일 살인·존속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백점선(75)씨와 딸 A(41)씨에 대한 항소심 재심에서 각각 무기징역, 징역 20년을 선고했던 원심을 파기하고 1심과 같은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성범죄 무고 혐의에 대해서는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과거 재판에서 1심 판결을 뒤집었던 결정적 근거가 된 부녀의 자백을 검찰 강압수사에 의한 허위 진술로 판단하고 증거 능력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당시 재판부에 제출된 검찰 피의자신문조서와 진술서, 수사보고 등이 진술거부권을 고지하지 않은 채 작성됐고, 진술을 임의로 짜맞춘 정황이 의심된다는 것이 재판부 판단이다.
재판부는 또 A씨의 지능이 경계선 수준임에도 신뢰관계자를 동석하지 않은 채 신문하고, 객관적인 근거 없이 백씨를 공범으로 미리 지목해 질의응답을 받는다는 점 등도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한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어려운 이유로 봤다.
백씨와 A씨가 지속적인 성관계를 맺어 온 것이 범행의 계기가 됐다는 검찰의 공소사실과 관련해서도 이를 입증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와 정황이 없고, 진술 내용도 객관적인 합리성이 없고 일관되지 않는 등 신빙성이 없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A씨가 순천시 모처에서 범행 도구로 지목된 막걸리를 구입했다는 공소사실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신뢰하기 어렵다고 봤다. 애초 피고인들의 자택이 위치한 지역에는 공급되지 않던 종류의 막걸리인데다, A씨가 막걸리를 구입했다고 진술한 식당도 해당 용량(750㎖)의 막걸리를 취급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는 것이다.
또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감정 결과 막걸리에 청산가리가 투입된 양이 29.63g에 달하는데, 백씨의 진술처럼 숟가락 2스푼으로 투입할 수 있는 양으로 보기 어려워 진술의 신빙성이 낮다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피고인들이 살인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같은 취지의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검사 항소 이유 주장과 같은 사실 오인이나 법률의 위법은 없다”고 밝혔다.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은 2009년 7월 6일 오전 순천시 자택에서 청산가리를 넣은 막걸리를 마신 주민 2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친 사건이다.
사망한 피해자의 남편인 백씨와 막내 딸인 A씨가 범인이자 공범으로 지목됐다.
이들 부녀는 청산가리를 넣은 막걸리를 아내이자 어머니에게 건네 어머니를 비롯한 2명을 숨지게 하고 2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1심에서는 백씨는 무죄, A씨는 무고죄만 유죄 판결이 나왔다. 하지만 항소심에서는 백씨 부녀가 자백을 했다는 이유로 판단이 뒤집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백씨에게 무기징역, A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이 판결은 2012년 3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이후 핵심 증거인 청산가리가 막걸리에서 검출됐으나 사건 현장 등에서 발견되지 않은 점, 청산가리를 넣었다던 플라스틱 숟가락에서도 성분이 나오지 않은 점 등 논란이 이어졌다.
백씨 부녀는 지난 2022년 1월 재심을 청구해 재심이 결정됐으나 검찰이 불복해 지난 2023년 9월 대법원에서 최종 재심개시 결정이 나왔다.
선고 직후 백씨는 눈시울을 붉히며 “기가 막히고 말도 못 하겠다”고 말했다.
A씨도 “재판부와 변호사, 응원해 주신 분들에게 모두 감사하다”면서도 “검사와 수사관들이 강압적이고 윽박지르는 수사가 아니라, 적법한 절차를 통해 증거를 확보해 진실된 수사를 하길 바란다”고 했다.
백씨의 아들 또한 “더 이상 검찰 수사관의 압박 수사로 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며 “빠르게 진범 수사가 재개돼 가족들이 명예를 회복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백씨 부녀의 법률대리인인 박준영 변호사는 “이 사건은 검찰의 그릇된 수사로 인해서 경찰의 진범 수사가 좌초된 사건이자, 실적에 눈먼 공권력이 약자의 인권을 외면한 사건”이라며 “오늘의 판결이 무죄 확정을 넘어 가족의 명예 회복까지 나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상고 여부에 대해 검찰의 양심 있는 판단과 진정성 있는 사과를 바란다”며 “일주일 뒤 형이 확정되면 가족들과 상의해 형사 배상과 국가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검찰 측은 “재심 판결문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거쳐 상소 제기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검찰이 재심 선고에 불복, 상고하면 대법원이 사건을 다시 심리하게 된다.
/글·사진=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이로써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을 일으킨 진범이 다시 미궁 속으로 빠지면서 철저한 진상 조사가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광주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이의영)는 28일 살인·존속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백점선(75)씨와 딸 A(41)씨에 대한 항소심 재심에서 각각 무기징역, 징역 20년을 선고했던 원심을 파기하고 1심과 같은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성범죄 무고 혐의에 대해서는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에 제출된 검찰 피의자신문조서와 진술서, 수사보고 등이 진술거부권을 고지하지 않은 채 작성됐고, 진술을 임의로 짜맞춘 정황이 의심된다는 것이 재판부 판단이다.
백씨와 A씨가 지속적인 성관계를 맺어 온 것이 범행의 계기가 됐다는 검찰의 공소사실과 관련해서도 이를 입증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와 정황이 없고, 진술 내용도 객관적인 합리성이 없고 일관되지 않는 등 신빙성이 없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A씨가 순천시 모처에서 범행 도구로 지목된 막걸리를 구입했다는 공소사실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신뢰하기 어렵다고 봤다. 애초 피고인들의 자택이 위치한 지역에는 공급되지 않던 종류의 막걸리인데다, A씨가 막걸리를 구입했다고 진술한 식당도 해당 용량(750㎖)의 막걸리를 취급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는 것이다.
또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감정 결과 막걸리에 청산가리가 투입된 양이 29.63g에 달하는데, 백씨의 진술처럼 숟가락 2스푼으로 투입할 수 있는 양으로 보기 어려워 진술의 신빙성이 낮다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피고인들이 살인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같은 취지의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검사 항소 이유 주장과 같은 사실 오인이나 법률의 위법은 없다”고 밝혔다.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은 2009년 7월 6일 오전 순천시 자택에서 청산가리를 넣은 막걸리를 마신 주민 2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친 사건이다.
사망한 피해자의 남편인 백씨와 막내 딸인 A씨가 범인이자 공범으로 지목됐다.
이들 부녀는 청산가리를 넣은 막걸리를 아내이자 어머니에게 건네 어머니를 비롯한 2명을 숨지게 하고 2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1심에서는 백씨는 무죄, A씨는 무고죄만 유죄 판결이 나왔다. 하지만 항소심에서는 백씨 부녀가 자백을 했다는 이유로 판단이 뒤집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백씨에게 무기징역, A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이 판결은 2012년 3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이후 핵심 증거인 청산가리가 막걸리에서 검출됐으나 사건 현장 등에서 발견되지 않은 점, 청산가리를 넣었다던 플라스틱 숟가락에서도 성분이 나오지 않은 점 등 논란이 이어졌다.
백씨 부녀는 지난 2022년 1월 재심을 청구해 재심이 결정됐으나 검찰이 불복해 지난 2023년 9월 대법원에서 최종 재심개시 결정이 나왔다.
선고 직후 백씨는 눈시울을 붉히며 “기가 막히고 말도 못 하겠다”고 말했다.
A씨도 “재판부와 변호사, 응원해 주신 분들에게 모두 감사하다”면서도 “검사와 수사관들이 강압적이고 윽박지르는 수사가 아니라, 적법한 절차를 통해 증거를 확보해 진실된 수사를 하길 바란다”고 했다.
백씨의 아들 또한 “더 이상 검찰 수사관의 압박 수사로 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며 “빠르게 진범 수사가 재개돼 가족들이 명예를 회복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백씨 부녀의 법률대리인인 박준영 변호사는 “이 사건은 검찰의 그릇된 수사로 인해서 경찰의 진범 수사가 좌초된 사건이자, 실적에 눈먼 공권력이 약자의 인권을 외면한 사건”이라며 “오늘의 판결이 무죄 확정을 넘어 가족의 명예 회복까지 나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상고 여부에 대해 검찰의 양심 있는 판단과 진정성 있는 사과를 바란다”며 “일주일 뒤 형이 확정되면 가족들과 상의해 형사 배상과 국가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검찰 측은 “재심 판결문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거쳐 상소 제기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검찰이 재심 선고에 불복, 상고하면 대법원이 사건을 다시 심리하게 된다.
/글·사진=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