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료 오르고 11시부터 심야 할증…겁나서 택시 타겠나”
2년 만의 광주 택시요금 인상…시민들 반응은
기본요금 4300원서 1.7㎞ 4800원…심야 할증 20~30% 세분화
시 “업계 경영난 해소·시민 교통 이용 안정화 위한 불가피한 결정”
2025년 10월 22일(수) 20:35
광주 택시요금 인상 첫날인 22일 서구 광주종합버스터미널 택시 승강장에서 승객들이 택시에 오르고 있다.
광주 택시요금이 2년 만에 올랐지만, 택시 기사들과 시민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택시업계의 경영난 해소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게 시의 설명이지만, 정작 시민과 기사 모두 “체감 부담만 늘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택시요금 인상 첫 날인 22일 오전 광주종합버스터미널(유스퀘어)와 광주송정역, 금남로 등 주요 택시 승강장에 모인 시민들은 물가가 전반적으로 오른 상황에서 교통비까지 올랐다며 부담스럽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병원 진료를 위해 매주 함평에서 광주를 찾는다는 남홍순(74)씨는 “광주에 있는 병원을 두세 군데 다니다 보면 택시비가 원래도 장난이 아니었다”며 “오늘은 첨단에 있는 병원을 가야 하는데 그냥 버스를 타야겠다”며 버스 승강장으로 향했다.

완도에서 병원 진료차 광주를 찾은 김한규(76)씨도 “매일같이 오는 게 아니라서 광주 올 때마다 가까운 거리도 택시를 탔었다”며 “앞으로 첨단에 있는 병원까지는 택시를 타더라도 식당이나 가까운 곳 이동할 때는 버스를 타거나 좀 더 걸을 것 같다”고 말했다.

광주 지역 맘카페에서도 택시 요금 인상을 우려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맘카페에서는 “면허도 없는 뚜벅이라 애 셋 데리고 택시 자주 타야하는데 걱정이다”, “택시 탄 김에 택시기사와 대화 나눴는데, ‘특히 수입없는 학생들이 부담 느껴서 손님이 줄 것 같다’고 한숨 쉬더라”, “원래도 자주 이용 안하지만 더 안 탈 것 같다. 누굴 위한 인상이냐”는 의견이 나왔다.

반대로 택시기사들은 요금 인상으로 오히려 손님이 줄어들까봐 우려된다는 목소리를 냈다.

33년째 개인택시를 운행 중인 최복수(68)씨는 “요금 인상 첫날이라 더 벌 수 있을까 싶어 30분 일찍 나왔지만 손님 수는 평소랑 비슷하다”며 “기본요금이 800원이던 시절부터 이 일을 해왔는데, 오를 때마다 손님이 줄어 결국 제자리로 돌아오더라”고 말했다.

법인택시 기사들은 오히려 수익이 줄어들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요금이 오르자마자 택시조합 측에서 사납금을 올리는 안을 언급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20년째 법인택시를 몰고 있는 최재환(54)씨는 “하루 수익금에 따라 회사에 입금해야 하는 금액이 최근 평균 22만 3000원 수준이었는데, 당장 요금이 올라 수익금이 늘면 사납금도 덩달아 오른다”며 “지금의 사납금도 불과 몇년 전 19만원이었다가 3만원 넘게 오른 것이다. 한 달로 계산하면 100만원씩 추가 사납금을 내게 된 것인데, 이번에도 같은 현상이 반복될 것 같다”고 말했다.

법인택시 기사 김남철(61)씨도 “요금이 오르자마자 조합에서 사납금을 올리겠다는 말이 나왔다”며 “기본요금이 500원 늘었다고 하지만, 1시간에 손님 한두 명 줄면 오히려 손해다. 기본 요금이 500원 늘어도 그 사람들을 쉼없이 태워야 의미 있지, 1시간 기다려서 단거리 한명 태우면 그게 무슨 의미냐”고 하소연했다.

자정부터 적용되던 심야할증이 밤 11시로 한 시간 앞당겨지는 것에 대해서는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금남로에서 만난 택시기사 강성일(68)씨는 “심야 할증 시간이 앞당겨지고 인상률도 높아져서 그부분은 좀 도움이 될 것 같다”며 “밤늦게 운행하려고 일부러 점심 먹고 출근하는 사람들도 있더라. 갈수록 야간 운전 택시가 늘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시는 22일 자정을 기점으로 인상된 택시 운임·요금을 적용했다.

지난달 29일 물가대책위원회에서 인상안이 확정된 데 따른 것으로, 지난 2023년 7월에 4300원으로 오른 지 2년 3개월만의 요금 인상이다.

중형택시 기본요금은 2㎞ 4300원에서 1.7㎞ 4800원으로 500원 인상됐고, 거리요금은 134m당 100원에서 132m당 100원으로 조정됐다. 시간요금은 32초당 100원이 그대로 유지됐다.

심야할증은 기존 자정~새벽 4시까지 일괄 20%였던 것이 세분화됐다. 밤 11시~자정까지는 20%, 자정~새벽 2시까지는 30%, 새벽 2시~4시까지는 다시 20%로 조정됐다. 시계외할증은 기존 35%를 유지했지만, 나주·담양·장성·함평 등 인접 시·군 구간의 경우 40%로 인상돼 근교 이동 시 체감 부담이 더 커질 전망이다.

심야와 시계외가 겹치는 복합할증은 40%에서 50%로 높아진다. 모범·대형(승용)택시 기본요금도 5100원(2㎞)에서 5400원(1.7㎞)으로 300원 오른다. 200원당 거리요금 기준은 156m에서 149m로 조정되며, 시속 15㎞ 이하 주행 시 시간요금(200원)은 36초 기준을 유지한다.

광주시 대중교통과 관계자는 “이번 요금 조정은 택시업계 경영난 해소와 시민 교통 이용 안정화를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며 “23일 광주택시 친절결의대회를 실시할 예정이다. 요금 인상에 걸맞은 서비스 개선과 기사 근로여건 개선을 병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글·사진=서민경 기자 mink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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