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사업 유치 과열 경쟁…광주·전남 광역 협의체 ‘악영향’
전남으로 간 AI센터 ‘후폭풍’
전남, 전력·용수·부지 ‘하드 인프라’
광주, AI 인력·연구 등 ‘두뇌 역할’
AI 시너지 효과 거둘 방안 찾아야
2025년 10월 21일(화) 20:00
국가 AI컴퓨팅센터 입지가 광주 대신 전남으로 사실상 굳어지면서 후폭풍이 예상된다.

광주·전남 입장에선 ‘호남 낙점’ 자체는 호재지만, 대한민국 AI 중심도시를 자처해온 광주는 센터유치에 사활을 걸었던 상황이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광주가 대통령 공약실현을 기대하며 유치전을 벌이는 동안 전남도도 물밑경쟁을 벌인 것으로 알려져 시도간 상생행보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삼성 SDS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이 21일 국가AI컴퓨팅센터 후보지로 전남을 선정해 공모 신청서를 낸 것으로 알려지자 광주에서는 파장이 확산했다.

강기정 광주시장이 기자브리핑을 열고 눈물로 국가AI컴퓨팅센터 광주유치를 호소한 데 이어 시민사회단체도 나서 국가AI컴퓨팅센터를 반드시 광주에 설립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광주시민단체협의회는 21일 성명을 내고 “국가AI컴퓨팅센터는 광주의 미래 먹거리이자 대한민국이 AI 3강 선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핵심 시설”이라며 “센터는 반드시 광주에 들어서야 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5·18기념재단과 공법3단체(부상자회·공로자회·유족회)도 별도의 성명을 내고 “AI 산업의 핵심은 속도와 집적이며 이 두 조건을 모두 충족할 수 있는 곳은 광주뿐”이라며 “정부와 기업이 이해관계가 아닌 국가 전략과 균형 발전의 관점에서 결단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일각에서는 “대통령 공약이 날아갔다, 전남도가 광주의 몫을 가로챘다”는 격앙된 목소리도 나온다.

전남도는 대형 국책사업 유치가 시도 갈등으로 비쳐지지 않도록 ‘조용한’ 유치전을 벌였다는 입장이지만, 후유증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우선 광주·전남 공동 어젠다의 기반인 상호 신뢰를 훼손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나주 공동혁신도시 조성 당시 ‘통큰 양보’와 역할 분담으로 묶어낸 상생의 기억이 있는 만큼, 이번에도 사전 조율이 필요했었다는 것이다.

이번 유치전의 여파는 광주·전남이 추진해온 광역 협력체 구상에도 악영향을 미칠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 8월 나주시청에서 양 시·도가 대대적으로 선포한 ‘광주·전남 특별광역연합’은 당초 국가균형발전의 핵심 모델로 주목받았다.

양 시·도는 10월 2일 ‘광주·전남 특별광역연합 규약안’을 행정예고하며 연내 출범을 목표로 삼았으나 전남도의회의 규약안 심사보류로 발목이 잡혔다.

여기에다 AI컴퓨팅센터가 전남으로 결정되자 상생의 제도틀인 광역연합이 흔들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역정치권에서는 “AI센터 유치 경쟁이 양 시·도의 신뢰 관계를 결정적으로 훼손했다”며 “향후 특별광역연합 추진도 차기 지방선거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처럼 국가AI컴퓨팅센터 유치전은 단순한 산업 입지 경쟁을 넘어, 광주·전남의 행정 연합 구상과 지역협력 체계 전반에 구조적 균열을 초래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 AI컴퓨팅센터의 호남행은 지역 디지털 경제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광주·전남이 AI 시너지 효과를 거둘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가 AI컴퓨팅센터와 연동될 광주 AI 생태계, 전남 민간 데이터 인프라, 그리고 한전·에너지밸리로 대표되는 혁신도시 자산은 사실상 하나의 경제권으로 얽혀 있다는 점에서다.

향후 국비 연계, 전력망 증설, 정책금융 지원 등 국가 책임 영역을 어떻게 재정렬하느냐가 상생 복원의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유치 지역인 전남이 전력·용수·부지와 같은 하드 인프라를 책임진다면, 광주에는 AI 인력·연구·서비스 실증과 공공데이터 허브를 응축하는 ‘두뇌 역할’을 부여해 기능을 구획해야 한다는 해법 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광주와 전남이 서로의 빈칸을 채우는 설계도를 내놓을 때만 상생의 균열을 봉합할 수 있다는 논리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이 기사는 광주일보 홈페이지(img.kwangju.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img.kwangju.co.kr/article.php?aid=1761044400790803277
프린트 시간 : 2025년 10월 22일 06:09: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