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체전] 전남고 럭비팀, 끈끈한 팀워크로 전국체전 동메달
고등부 준결승 충북고에 져
이종현·이준형 등 선수들
“럭비는 거칠어 보이지만
따뜻하고 매력적인 스포츠
선수들이 마음껏 뛸 수 있는
경기 환경 만들어졌으면”
2025년 10월 21일(화) 18:55
동메달을 목에 걸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전남고 3학년 노윤재(왼쪽부터), 조성우, 이준형, 이종현.
20일 부산 삼락생태공원축구장에서 열린 제106회 전국체육대회 럭비 준결승전. 고등부에 전남고(광주), 일반부에 한국전력(전남)이 출전했다.

오전 10시에 열린 고등부 준결승에서는 19-30으로 전남고가 충북고에 패하며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전반 0-23으로 끌려가던 전남고는 후반 들어 기세를 끌어올리며 19-7로 따라붙었지만, 끝내 역전에는 실패했다. 동메달을 목에 건 선수들은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전남고 이종현(3년)은 “‘트라이’랑 ‘최강럭비’ 다 챙겨봤다. 럭비가 나오는 콘텐츠는 다봤다. 너무 반갑고 감격스럽다”며 드라마 ‘트라이: 우리는 기적이 된다’, 예능 ‘최강럭비: 죽거나, 승리하거나’ 등 최근 럭비를 소재로 한 콘텐츠가 늘어난 것에 대한 반가운 마음을 전했다.

이종현은 농구선수 출신 아버지 밑에서 자랐지만, 다른 길을 택했다.

전남고 럭비부에는 그처럼 운동선수 부모를 둔 이들이 여럿 있다.

전남고 박민규(왼쪽에서 첫번째)가 20일 부산 삼락생태공원축구장에서 열린 제106회 전국체육대회 충북고와의 고등부 럭비 준결승에서 이준형이 넘긴 공을 받고 있다.
3학년 이준형(모친 배구선수 출신), 조성우(모친 사격선수 출신), 노윤재(부친 사이클선수 출신)가 그 주인공이다.

이준형은 “지금 팀 주장 신혜원이 같은 중학교 친구였는데, 럭비 한다고 무진중으로 전학을 갔다. 응원하러 경기를 보러 갔다가 너무 멋있어 보여서 럭비를 시작하게 됐다”고 웃었다.

같이 경기를 보러 갔던 조성우 역시 그때 럭비에 매료돼 함께 럭비를 시작했다.

배구선수였던 이준형의 어머니는 구기종목의 어려움을 아들에게 알려주며 럭비를 하는 것을 말렸다. 하지만 이준형은 확고한 의지로 어머니의 마음을 돌렸다.

노윤재는 사이클선수였던 아버지가 같은 종목을 권했지만 “럭비의 팀워크와 거친 매력에 이끌려 새로운 길을 택했다”고 했다.

이들은 입을 모아 한국에서는 럭비가 아직 ‘비인기 종목’으로 여겨지지만 큰 매력이 있다고 말한다.

이준형은 “럭비는 기술적인 부분에서 동료를 믿고 들어가는 거라서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면 제대로 경기할 수 없다”며 “하나로 뭉칠 수 있는 팀워크가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이종현도 “몸을 내던져 길을 열어주는 동료들이 있어야 득점할 수 있다”며 “거칠어 보이지만, 사실은 따뜻하고 끈끈한 스포츠다. 더 많은 사람이 이 럭비의 매력을 알게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럭비에 대한 애정만큼, 이들은 한국 럭비의 발전도 간절히 바란다.

이준형은 “럭비 콘텐츠가 많아져서, 대중들에게 조금씩 알려지는 것 같아 기쁘다”며 “럭비인으로서 이런 관심이 이어져서 장비나 시설도 좋아지고, 선수들이 마음껏 뛸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럭비가 어렵고 힘든 운동이란 걸 알고 있는 만큼 따뜻한 지도자가 돼서 한국 럭비를 잘 이어가 줄 선수들을 육성하고 싶다”며 앞으로 좋은 선수로 성장하는 것은 물론, 언젠가는 ‘따뜻한 지도자’가 되어 후배 선수들을 이끌고 싶다는 꿈도 내비쳤다.

한편, 이날 오후에 열린 일반부 준결승에서는 한국전력(전남)이 현대글로비스(인천)를 29-19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최강럭비’에 출연해 강팀의 저력을 보여준 바 있는 한국전력은 오는 23일 포스코이앤씨(경북)와 우승을 놓고 격돌한다.

/부산 글·사진=설혜경 기자 sir@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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