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체전] 법성고 농구부, 첫 경기서 졌지만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여자 고등부 농구 1회전서 강호 수피아여고에 55-89 패
교체 선수 없는 5명 동료애로 똘똘…남인영 코치 “내년에도 팀 운영”
교체 선수 없는 5명 동료애로 똘똘…남인영 코치 “내년에도 팀 운영”
![]() 영광법성고 농구부 조윤서(1년·왼쪽부터), 김민경(3년), 이은서(3년), 이한울(1년), 박은서(2년)가 경기가 끝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지난 18일 부산대 경암체육관에서 열린 제106회 전국체육대회 여자 고등부 농구 1회전. 영광 법성고와 광주 수피아여고가 맞붙었다.
토너먼트 첫 경기부터 전남과 광주의 대결이 성사됐다.
교체 선수조차 없는 5명의 부원으로 구성된 법성고는 1회전부터 올 시즌 3관왕(춘계연맹전·연맹회장기·주말리그 왕중왕전)을 차지한 강호, 수피아여고의 벽에 부딪혔다.
결과는 55-89, 법성고의 패배였다. 영화 같은 반전은 없었지만 법성고 선수들은 “수고했다”고 서로를 격려하며 ‘작은 농구부’의 끈끈한 동료애를 보여줬다.
법성고는 패배 속에서도 성장의 가능성을 이야기했다.
경기를 복기하던 선수들은 이날의 ‘하이라이트’로 1학년 조윤서의 첫 드라이브인을 꼽았다.
3쿼터 중반 공을 잡은 이은서(3년)가 조윤서에게 패스를 건넸고, 두 명의 수비를 마주한 조윤서는 망설임 없이 골대로 달려가 레이업슛을 넣었다.
조윤서는 “속공 찬스가 와도 항상 다른 사람 찾기 바빴는데, 언니가 마지막으로 만들어준 기회라고 생각하고 돌파했다”며 3학년들과의 마지막 경기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윤서가 첫 드라이브인에 성공했을 때 짜릿했어요. 윤서가 제 공을 받아 골을 넣은 것처럼 후배들이 농구부를 잘 이어받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은서에게 법성고에서의 마지막 경기는 후배들에게 바통을 넘겨주는 순간으로 남았다.
법성고의 농구부원은 단 5명이다. 지난 8월 2025-2026 여자 프로농구(WKBL)신인 드래프트에서 나란히 청주 KB스타즈와 부천 하나은행에 지명된 김민경과 이은서가 떠나면 2학년 박은서, 1학년 조윤서·이한울 세 명만 남는다.
법성고 농구부 남인영 코치는 “전남에서는 여자 구기종목 선수 육성이 어렵다. 면 단위 학교에서 5명 부원을 채우는 것조차 매년 고비”라며 현실적인 어려움을 전했다.
그는 “5명밖에 없어서 강팀이 되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번 대회에서 법성고가 고전한 이유도 적은 인원수와 직결돼 있었다.
지난 8월 이한울이 U-16 여자 아시안컵 국가대표로 차출됐고, 9월엔 김민경이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석 달 가까이 팀 훈련이 중단됐다.
남 코치는 “두 명만 빠져도 팀 호흡을 맞출 수가 없다. 준비가 안 된 채 체전에 나간 거다”라고 털어놨다.
또 하나의 패배 원인은 선수들의 짧은 구력이다. 법성고에는 고등학교에 와서 제대로 농구를 시작하는 선수들이 많다.
남 코치는 “초중고를 거쳐 연대 육성된 엘리트 선수들과는 기본기가 다르다”며 공을 만진 시간에 따른 실력 차를 이야기했다.
하지만 법성고에서 농구공을 처음 만진 선수의 늦은 간절함이 큰 성과를 만들기도 했다. 프로 데뷔를 앞둔 이은서가 그 예다.
남 코치는 완도에 ‘운동신경 좋은 학생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금일중학교를 찾아가 3학년 재학 중이던 이은서를 스카우트했다.
이은서는 “그때 농구가 뭔지도 몰랐다. 거절했다면 평생 후회했을 것이다”라고 웃으면서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완도에서는 농구를 배울 기회조차 없었는데, 지금은 농구가 제 인생의 전부가 됐다”고 말했다.
남 코치는 “은서처럼 고교에서 농구를 시작해 프로에 지명되는 건 대단한 일”이라며 “전남에도 스포츠클럽이나 농구교실이 많아져서 아이들이 재능과 흥미를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도권과 달리 전남은 생활체육 기반이 약해 선수 수급이 더 어렵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남 코치는 포기하지 않는다.
“법성고는 악으로 깡으로 버텨온 팀이에요. 내년에도 맨땅에 부딪히며 팀을 꾸릴 겁니다.”
박은서는 “눈덩이도 계속 굴리다 보면 커진다. 우리도 지금은 작지만, 점점 커질 것이다”라며 희망을 얘기했다.
올해 법성고의 경기는 끝났지만, 이들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부산 글·사진=설혜경 기자 sir@kwangju.co.kr
토너먼트 첫 경기부터 전남과 광주의 대결이 성사됐다.
교체 선수조차 없는 5명의 부원으로 구성된 법성고는 1회전부터 올 시즌 3관왕(춘계연맹전·연맹회장기·주말리그 왕중왕전)을 차지한 강호, 수피아여고의 벽에 부딪혔다.
법성고는 패배 속에서도 성장의 가능성을 이야기했다.
경기를 복기하던 선수들은 이날의 ‘하이라이트’로 1학년 조윤서의 첫 드라이브인을 꼽았다.
3쿼터 중반 공을 잡은 이은서(3년)가 조윤서에게 패스를 건넸고, 두 명의 수비를 마주한 조윤서는 망설임 없이 골대로 달려가 레이업슛을 넣었다.
조윤서는 “속공 찬스가 와도 항상 다른 사람 찾기 바빴는데, 언니가 마지막으로 만들어준 기회라고 생각하고 돌파했다”며 3학년들과의 마지막 경기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이은서에게 법성고에서의 마지막 경기는 후배들에게 바통을 넘겨주는 순간으로 남았다.
법성고의 농구부원은 단 5명이다. 지난 8월 2025-2026 여자 프로농구(WKBL)신인 드래프트에서 나란히 청주 KB스타즈와 부천 하나은행에 지명된 김민경과 이은서가 떠나면 2학년 박은서, 1학년 조윤서·이한울 세 명만 남는다.
법성고 농구부 남인영 코치는 “전남에서는 여자 구기종목 선수 육성이 어렵다. 면 단위 학교에서 5명 부원을 채우는 것조차 매년 고비”라며 현실적인 어려움을 전했다.
그는 “5명밖에 없어서 강팀이 되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번 대회에서 법성고가 고전한 이유도 적은 인원수와 직결돼 있었다.
지난 8월 이한울이 U-16 여자 아시안컵 국가대표로 차출됐고, 9월엔 김민경이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석 달 가까이 팀 훈련이 중단됐다.
남 코치는 “두 명만 빠져도 팀 호흡을 맞출 수가 없다. 준비가 안 된 채 체전에 나간 거다”라고 털어놨다.
또 하나의 패배 원인은 선수들의 짧은 구력이다. 법성고에는 고등학교에 와서 제대로 농구를 시작하는 선수들이 많다.
남 코치는 “초중고를 거쳐 연대 육성된 엘리트 선수들과는 기본기가 다르다”며 공을 만진 시간에 따른 실력 차를 이야기했다.
하지만 법성고에서 농구공을 처음 만진 선수의 늦은 간절함이 큰 성과를 만들기도 했다. 프로 데뷔를 앞둔 이은서가 그 예다.
남 코치는 완도에 ‘운동신경 좋은 학생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금일중학교를 찾아가 3학년 재학 중이던 이은서를 스카우트했다.
이은서는 “그때 농구가 뭔지도 몰랐다. 거절했다면 평생 후회했을 것이다”라고 웃으면서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완도에서는 농구를 배울 기회조차 없었는데, 지금은 농구가 제 인생의 전부가 됐다”고 말했다.
남 코치는 “은서처럼 고교에서 농구를 시작해 프로에 지명되는 건 대단한 일”이라며 “전남에도 스포츠클럽이나 농구교실이 많아져서 아이들이 재능과 흥미를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도권과 달리 전남은 생활체육 기반이 약해 선수 수급이 더 어렵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남 코치는 포기하지 않는다.
“법성고는 악으로 깡으로 버텨온 팀이에요. 내년에도 맨땅에 부딪히며 팀을 꾸릴 겁니다.”
박은서는 “눈덩이도 계속 굴리다 보면 커진다. 우리도 지금은 작지만, 점점 커질 것이다”라며 희망을 얘기했다.
올해 법성고의 경기는 끝났지만, 이들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부산 글·사진=설혜경 기자 sir@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