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한 단어들, 신효원 지음
2025년 09월 19일(금) 00:20
숨이 턱턱 막히는 ‘땅바람’ 불던 지난한 여름이 지나갈 즈음에는 선선한 가을바람이 살랑 불어온다. 이른 가을에 부는 시원한 바람을 ‘색바람’이라고 한다. 요즘처럼 색바람이 불어와 선선해진 날을 순우리말로 ‘상크름하다’고 표현한다.

태도나 성격이 부드럽고 친절한 사람을 표현할 때 ‘곰살맞다’고 한다. 곰살맞은 사람을 만나면 우리 마음은 나긋나긋 말랑해진다. 여기에 싹싹함까지 더하면 ‘곰상곰상하다’고 표현하고 부드럽고 사근사근한 사람은 ‘오사바사하다’고도 한다.

이토록 다정하고 보드라운 우리말이 건네는 다정한 안부 같은 책 ‘우리가 사랑한 단어들’이 출간됐다. 21년차 한국어 교육 전문가이자 28만 부 베스트셀러 작가인 신효원이 펴낸 이 책은 삶 속에서 피어난 감각과 감정을 28개 주제어로 구분하고 여기에 우리가 사랑해 왔고 사랑하게 될 750여 개 순우리말 단어들을 소개한다.

책은 단순한 단어 모음집이 아니라 말과 삶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한다. 저자는 대표되는 주제어를 중심으로 그 단어가 떠오르는 에세이를 다정하게 풀어내고 주제와 관련된 순우리말을 최대한 많이 담으려 했다. 순우리말 뜻풀이는 기본에 예시 문장도 추가했다.

책을 읽다보면 잊고 있던 우리말 속에서 따뜻한 울림과 새로운 발견을 경험하게 된다. 무엇보다 줄임말, 신조어, 외래어 등 잠깐 유행하다가 빠르게 사라지는 말이 아닌 오래도록 빛나는 순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새삼 깨닫게 해주어 더 뜻깊다.

방송인 이금희는 “AI는 쓸 수 없는 사색과 상상을 엿볼 수 있는 책”이라며 “일상에 숨어 있어 미처 몰라봤지만 보석처럼 빛나는 낱말들, 비늘이 반짝이는 싱싱한 단어들을 길어 올릴 수 있는 책”이라고 추천했다. <생각지도·1만8800원>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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