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장축제, 시민 모두의 잔치가 되길 - 홍기월 광주시의원
2025년 09월 19일(금) 00:00
가을의 문턱,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면 으레 떠오르는 풍경이 있다. 충장로와 금남로를 가득 메운 활기찬 인파와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의 향연이다. 이때 만큼은 계층, 남녀노소 간 장벽이 허물어진다. 그야말로 동네잔치이다. ‘광주 추억의 충장축제’가 그렇다. 지금은 광주를 대표하는 시민 축제로 굳건히 자리 잡으며 전국에서 지역 축제의 선진사례로 꼽히고 있다. 여러 지자체가 배우고 익히려 광주를 찾고 있다. 광주시민으로서 몹시 뿌듯하고 감격스럽다.

새삼 충장축제의 원류를 기억에서 끄집어낸다. 2003년 광주시 동구 유태명 청장의 기획으로 동구청 운동장에서 열린 ‘서석축제’가 그 시작이다. 필자는 당시 조동림 충장로번영회장과 이명종 상인회장, 소수옥 고문, 유영옥 당시 유생촌 대표 등과 함께 뜻을 모아 기획위원으로 참여했다. 이 첫 도전이 소기의 성과를 남겼고 이듬해인 2004년 ‘제1회 광주 추억의 충장로 축제’로 공식적인 포문을 연 것이다. 처음 축제가 시작될 때만 해도 도심 공동화 현상으로 텅 비어버린 거리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도 혼재했다. 그러나 광주 시민들의 열정과 노력 덕분에 충장축제는 해를 거듭할수록 발전했고 이제는 광주 대표 거리축제로 우뚝 섰다.

이 모든 과정에 시민들과 함께했다는 사실이 정말 자랑스럽다. 개인적으로는 축제 기획위원으로 충장축제의 시작을 함께한 이후에도 구의원으로, 그리고 현재는 광주광역시의회 예결위원장 등으로 활동하며 충장축제 예산 확보와 축제 활성화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 온 스스로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충장축제는 올해로 22회를 맞는다. ‘추억의 7080’이라는 정체성을 굳건히 지키면서 젊은 세대와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새로운 시도를 이어온 세월이 물경 22년이다. 그 중심에는 아무래도 방문객을 유인하는 다양한 콘텐츠에 있을 터.

과거의 향수를 자극하는 ‘추억의 테마거리’는 여전히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고 ‘충장 퍼레이드’와 ‘아시아 문화의 날’ 같은 새로운 프로그램이 더해져 축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는 끊임없이 변화를 모색하고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려는 축제 관계자들과 시민들의 노력 덕분이다. 점진적으로 외연을 확장하며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충장축제는 단순한 지역 축제를 넘어 과거의 아픔을 딛고 희망찬 미래를 향한 시민들의 의지를 담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축제를 거듭할수록 한편으로는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충장축제가 특정인의 치적을 과시하거나 홍보 수단으로 변질돼서는 안된다는 지역민의 우려를 접할 때면 더욱 그렇다. 충장축제가 시민들의 축제라는 의미를 퇴색해 버리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축제의 규모가 커지고 예산이 늘어나는 만큼 그 성과를 내세우고 싶은 마음이야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충장축제의 진정한 주인은 바로 축제를 즐기고 참여하는 시민이다. 이 축제는 그 누구의 치적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함께 즐기고 소통하며 추억을 만드는 시민 모두의 잔치여야 함을 상기해야 한다.

무엇보다, 광주 충장축제는 단순한 문화 행사를 넘어 도심 공동화 문제를 해결하는 해법으로 작용해야 한다. 이전의 충장축제를 통해 쇠퇴했던 충장로와 금남로에 활기를 불어넣었고 도시 재생의 가능성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단순히 과거를 회상하는 축제가 아닌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소통의 장이며 광주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는 중요한 매개체가 충장축제이다. 화려한 볼거리와 풍성한 프로그램도 중요하지만 시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모두가 행복을 느끼는 축제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시민과 함께하는 시민 축제를 통해 도심 공동화를 해소하는 것이 충장축제의 핵심 기능이다.

22번째 가을, 광주 충장축제는 오는 10월 15일부터 19일까지 5일간 충장로 일원에서 개최된다. 충장축제에서 만들어가는 소중한 순간들이 모두의 가슴에 오래도록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기를 바란다. 광주만의 시민 잔치가 언제나 풍요롭기를 희망한다.
이 기사는 광주일보 홈페이지(img.kwangju.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img.kwangju.co.kr/article.php?aid=1758207600789565131
프린트 시간 : 2025년 09월 19일 06:14: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