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압박·반이민 정책…트럼프 미국 바로 알기
위험한 미국사 - 김봉중 지음
2025년 09월 18일(목) 21:30
요즘의 ‘트럼프 시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과거 미국 역사의 거대한 흐름을 들여다봐야 한다. 최근 미국 조지아 주 현대차-LG밧데리 공장에서 체포된 한국인 노동자들. /연합뉴스
대규모 대미투자 강요, 고율관세 정책 압박, 불법이민 단속, 주한미군 개편 시사….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기존 판을 뒤엎는 미국의 새로운 정책이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특히 최근 미 이민당국이 조지아 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공장 건설현장을 급습해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을 체포·구금한 사태는 국민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안겨줬다.

신간 ‘위험한 미국사’는 요즘의 ‘트럼프 현상’을 이해할 수 있는 길라잡이 역할을 톡톡히 한다. 저자인 김봉중 전남대 명예교수는 국내 최고의 미국사 권위자이자 역사 스토리텔러로, tvN ‘벌거벗은 세계사’에 출연해 흥미로운 대중강의로 화제를 모았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트럼프 시대를 미국 역사라는 큰 흐름 속에서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평생 미국사를 연구해온 내게 피할 수 없는 질문이다”며 신간 집필의도를 밝힌다. 또한 우리가 왜 지난 미국역사를 알아야 하는지에 대해 “미국은 우리의 거울이다. 미국을 본다는 건 우리 과거와 현재, 미래를 들려다보는 일이다”라며 “독자들이 미국사라는 오랜 전통을 바탕으로, 변화무쌍하고 불확실성이 가득한 ‘트럼프 시대’를 견뎌낼 수 있도록 이끄는 길잡이가 될 것이다”라고 덧붙인다.

이 책은 크게 1장 ‘트럼프 2기의 탄생배경과 역사’, 2장 ‘민주주의의 위기인가, 새로운 전환점인가’, 3장 ‘미국 외교 전통을 파괴한 트럼프’, 4장 ‘제2의 남북전쟁은 불가피할까’, 5장 ‘트럼프의 미국은 과연 어디로 갈 것인가’ 등 5개 주제로 구성돼 있다. 이를 통해 미국이 동부해안 13개 식민지가 영국과 싸워 독립을 쟁취한 후 연방을 형성해 세계를 호령하는 강대국으로 자리하기까지 249년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트럼프 시대’를 분석한다.

미국은 ‘노예해방 선언’(1863년)과 ‘민권법’(1964년) 등을 통해 자유와 평등, 인권의 역사적인 발걸음을 내디뎠다. 하지만 다양한 민족·인종이 섞여 사는 ‘용광로’(Melting Pot)’이자 ‘이민자의 나라’인 미국에서 펼쳐지는 ‘반(反)이민’ 정책은 아이러니하다. 또한 주요 교역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강경한 무역정책과 ‘미국 우선주의’, ‘강한 미국’ 정책은 과거 미국역사에 존재했다. 앤드루 잭슨 대통령은 1828년 수입품에 최고 50%의 세금을 부과하고, 허버드 후버 대통령은 대공황기인 1930년 ‘스무트-홀리 관세법’에 서명하며 수입품에 60%의 높은 관세를 부과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두 대통령의 의도는 미국경제를 더욱 망쳤다. 트럼프의 대표 슬로건인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Make America Great Again)’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1980년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듭시다’(Let’s Make America Great Again)는 백인 보수주의자들을 결집시켰다.

저자는 트럼프 1기에 대해 “그의 정책들은 미국 정치에 새로운 문을 열었지만 동시에 미국 민주주의의 오랜 흐름에서 벗어난 과감한 이탈이었다. 전통적 공화당뿐 아니라 미국 민주주의 자체에 대해서도 그는 이방인이었고 이단아였다”고 평가한다. 현재로선 국제 정세를 요동치게 하는 ‘트럼프 시대’가 단순한 해프닝에 그칠지, 아니면 미국 역사의 전환점이 될지 섣불리 예측할 수 없다. 끝으로 저자는 ‘트럼프 시대’의 미래와 우리의 자세에 대해 이렇게 강조한다.

“이러한 위기의 순간, 우리는 다시 미국에게 ‘특별한 존재’임을 되새겨야 한다. 우리의 안보와 번영을 위해 미국의 역할은 여전히 필수적이다. 한-미 양국이 공유하는 가치와 신뢰가 흔들릴 때일수록 우리는 그 특별함을 굳게 붙들고, 미국이 동맹 본연의 길로 돌아오도록 변함없는 지지와 협력을 보내야 한다. 그렇게 쌓이는 노력이 한-미 동맹을 더욱 견고히 다지고 양국의 안보와 번영을 한층 단단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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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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