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들’ 20주년 - 박성천 문화부장
2025년 09월 15일(월) 00:00
문학 중심의 정기간행물을 일컬어 문예지라 한다. 문학 저널, 리틀 매거진으로도 불리며 예술적 글을 싣는 것이 주 목적이다. 일반적으로 최초 문예지는 1684년 프랑스에서 피에르 벨이 발간한 ‘누벨 드 라 레퓌블리크 데 레트르’로 알려져 있다. 이후 문예지는 점차 보편화됐는데 서구에서 대중화한 시기는 책과 잡지 출간이 급증하던 19세기 초반이었다.

문학이 주가 되는 특성상 문예지에는 단편소설을 비롯해 시, 수필, 평론, 서평, 작가 인터뷰 등이 게재된다. 물론 추구하는 가치나 관점에 따라 특집이나 기획 관련 글이 수록되기도 하며 요즘에는 개성적인 신변잡기 글들을 매개로 타 잡지와의 차별화를 꾀하기도 한다.

최근 광주에서 발간되는 종합문예지 ‘문학들’이 창간 20주년을 맞았다. 강산이 두 번 변할 만큼의 오랜 시간을 ‘돈이 되지 않는’ 문예지를 붙들고 문학 외길을 걸어왔다는 것은 그 자체로 박수받을 만하다. 문학이 좋아 문예지를 발간한다 하지만 재정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잡지를 발간하기란 쉽지 않다.

창간 당시만 해도 ‘문학들’에 대한 반응은 기대 반 우려 반이었다. 지역에서 그것도 순수 문예지가 성공하리라고 생각한 독자들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문학들’은 우직하게 앞만 보고 달려왔고, 참신한 기획들을 꾸준히 선보였다. 작가들의 에세이인 ‘사물들’ ‘장소들’이라는 지면을 비롯해 광주전남의 문학사 ‘문학사들’은 독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지역 문학의 가장 큰 이슈 가운데 하나인 ‘오월문학’에 대한 탐색과 조명은 ‘문학들’만이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기획이었다.

모든 분야가 블랙홀처럼 중앙 집중화되는 시대에 문예지도 예외는 아니다. 깃발을 드는 건 쉽지만 중단하지 않고 앞을 향해 나아가기란 쉽지 않다. 송광룡 대표는 “‘문학들’이 20년이 넘도록 지속적으로 문예지를 발간해올 수 있었던 비결은 태생부터 공적인 뜻이 강했기 때문이다”고 술회했다.

앞으로 20년 그리고 50년을 향해 ‘문학들’이 광주 문학을 풍성하게 일구고 싹을 틔워주는 ‘들판’이 돼주길 기대한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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