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지지부진’ 송정지역주택조합 이번엔 서희건설 불똥
시공사 참여 뒤 추가부담금 급증속 ‘김건희 리스크’에 특검 조사 타깃
대통령 지시 분쟁 현황 집중조사도…조합원들 “착공 못하나” 불안 증폭
2025년 08월 18일(월) 20:40
광주 지역에서 ‘서희건설’을 시공사로 둔 지역주택조합(이하 지주택) 조합원들 사이에서 ‘김건희 리스크’로 인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최근 서희건설이 김건희 특검 조사의 ‘타깃’이 돼 서희건설을 압수수색한 데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통령 지시로 지주택 분쟁 현황 등을 집중조사하는 등 상황 변화가 시시각각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서희건설이 시공사로 참여한 뒤 공사비 증액 요구로 추가분담금이 급증하고 자금난까지 시달리게 된 조합은 “파산 위기”라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기도 하다.

더구나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이 특검에 자수서를 내 김건희에게 6000여만원 상당의 반클리프 목걸이를 선물한 사실을 인정하고, 개발 담당 고위 임원이 경기도 용인시의 지주택 사업과 관련해 14억여원을 횡령·배임한 혐의로 구속 기소되기도 했다. 또 한국거래소가 서희건설에 대한 주식 거래를 정지 조치하는 등 악재가 잇따르면서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회사가 흔들리면서 착공을 못 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18일 송정지주택 조합원 A(54)씨는 “처음부터 서희건설이 짓는다 했으면 계약을 안 했을텐데 후회하고 있다”며 “집 없는 사람들이 낮은 가격에 집 살 수 있게 한다는 취지가 무색한 상황이다. 몇 년 동안 착공일만 기다렸는데 시공사에 대한 이야기까지 새나오니 갈수록 태산이다”고 한숨을 쉬었다.

같은 조합 가입자인 B(48)씨는 “시공사는 계속 지금 매를 맞고 있는데, 조합은 조합원들을 ‘잡은 물고기’ 취급하고 시공사에 일방적으로 도움이 되는 도급 계약을 하려 하고 있다”며 “사업은 지지부진하고 분담금 부담은 커지는데 시공사도 흔들리고 있으니 온갖 악조건이 맞물린 상황”이라고 울상을 지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난 6월 이재명 대통령이 광주에서 타운홀 미팅을 할 때 조합원이 나서 “조합 자금이 바닥나 파산 위기”라며 대책을 호소하기도 했다.

송정지주택은 광주시 광산구 소촌동 47 일대에 지하 2층~지상 20층 아파트 11개동(658세대)을 짓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난 2018년 9월 12일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았으며 18일 현재 조합원은 총 503명이다. 이들 중 상당수의 조합원들은 1억 2000만원에서 많으면 2억이 넘는 금액까지 납부를 해놓은 상황이지만, 공사가 언제 시작될지도 몰라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처지’라고 전했다.

업무대행사 측에서도 당초 오는 11월 착공 예정이었으나, 시공사 계약이 아직 체결되지 않아 일정은 다소 늦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확한 착공일은 미지수다.

업무대행사 측은 “사업이 단계별로 진행돼야 하는데, 지난 4월 사업승인 이후에도 시공사와 단순 협약 상태에만 머물러 있고 정식 계약이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다”고 밝혔다. 또 “아파트는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강하게 작용하는데, 만약 이미지가 좋지 않은 건설사로 사업이 추진될 경우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고 전했다.

조합 측도 “시공사에 대한 신뢰도가 많이 떨어져 있다. 약정은 맺었지만, 지금 같은 어지러운 상태에서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8월 말에서 9월쯤 선정 총회를 열 예정이다. 그때 조합원들이 시공사를 컨택해서 확정하고, 계약서를 써야 정식 시공사가 된다. 지금 분위기를 봐서는 건설사 변동 가능성도 조금은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당초 이들은 대우건설과 시공 계약을 맺고 있었으나, 대우건설이 최근 중흥 그룹에 편입된데 따라 시공사에서 물러났다. 조합 측은 사업계획승인을 받기 위해 서희건설을 시공예정사로 두고 지난 4월 지자체로부터 사업계획 승인을 받았다.

조합은 지난 2015년부터 사업을 추진해 왔으나, 10년 동안 사업이 미뤄지면서 분담금이 급증하고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상태라고 한다.

조합원 모집 당시 조합 측이 제시한 조합원 분양가는 평당 1150만원으로, 공급면적 98.07㎡(29.67평) 기준 3억 4000여만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사업승인 과정에서 광주시로부터 종상향 제한을 받아 기존 계획했던 812세대가 아닌 658세대만 짓게 됐고, 시공 단가도 오르면서 평당 1900만원(동일면적 기준 5억 6000여만원)으로 분양가가 뛰었다. 사업비 또한 기존 2000억여원에서 6600억여원으로 뛰면서 단순 계산만으로 세대당 10억원씩 부담해야 하는 구조가 됐다.

더구나 사업 장기화로 조합원들이 모은 900억여원 돈도 고갈돼 가 조합 임원들조차 수개월 째 무임금으로 일하는 상황이다. 자금난에 이달 초 조합장이 사퇴하기도 했다.

조합 측은 서희건설 측에 시공사로서 자금을 조달해 달라는 요청을 했으나, 정식 시공사로 계약을 맺은 게 아닌데다 부동산 PF 대출 자금이 경색된 상황이라며 묵묵부답인 실정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김건희 특검 때문에 서희건설의 시공 가능 여부도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자 조합원들은 “기존 시공사가 사업을 못 한다며 나가기에 지난 4월에 시공사를 바꿨는데, 이제는 김건희 리스크까지 안게 됐다”고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유철수 송정지주택조합 상임이사는 “최근 서희건설과 김건희가 연루돼 있다는 언론 보도가 잇따르면서 조합원뿐 아니라 조합 차원에서도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서희건설뿐 아니라 시공사 두어 군데를 더 찾아 두고,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 총회를 열고 의견을 모아 시공사를 최종 선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최근 전국에서 지주택 사업 현황 조사를 거쳐 전국 618개 지역주택조합 중 187개 조합(30.2%)에서 293건의 분쟁이 발생한 사실을 확인했다. 정부는 이달 말까지 전수조사를 거쳐 분쟁과 갈등을 예방하기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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