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사형 집행, 한·미 관계 위협” 美 카터 서한 초고 공개
국사편찬위, DJ 서거 16주기 NARA 기밀 해제 문서 공개
일본가톨릭정의평화협의회 ‘5·18 민주화운동 문서’ 등도
2025년 08월 18일(월) 19:40
18일 광주 남구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창작연극 ‘지도자 김대중’ 출연 배우들이 공연을 펼치고 있다. 이번 연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 입문기(1967~1979)를 중심으로 민주주의를 향한 그의 삶과 신념을 조명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5·18민주화운동 이후인 1980년대 후반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과 관련해 미국과 전두환 신군부 사이에 오갔던 서한 등 문서가 처음으로 공개됐다.

국사편찬위원회는 18일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를 맞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관련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이 기밀 해제한 미 국무부 문서를 공개했다.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은 전두환 신군부가 김 전 대통령과 민주화 운동가, 정치인, 학생운동 지도자 등을 무더기 체포하고 “북한 사주를 받아 정부를 폭력으로 전복하려 했다”는 혐의를 뒤집어 씌워 군사재판에 회부, 사형을 선고한 사건을 가리킨다.

신군부는 김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선고한 다음 날인 1981년 1월 24일 미국 등 국제사회의 강력한 압력을 받아 형을 무기징역으로 감형했으며, 1982년 12월 23일 김 전 대통령은 건강 악화를 이유로 형집행정지 처분을 받고 미국으로 출국해 2년여 망명 생활을 하다가 1985년 귀국했다.

국사편찬위는 이 사건과 관련, 1980년 한국 주재 미국대사관이 국무부로 보낸 전문(電文), 내부 문건 등 미 국무부 산하 인권 및 인도주의국에서 작성하거나 보관한 3150여장(종이 박스 2개 분량)의 문서를 확보했다.

문서 중에는 전두환씨가 1980년 11월 10일 카터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과 이에 대한 카터 대통령의 답신 초안 등도 포함됐다. 이들은 처음으로 내용이 공개된다.

카터 대통령의 답신은 12월 6일 전달된 친서 초고로 추정되며, 미국 측이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사형 집행 여부가 한·미 관계의 기초를 심각하게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내용이 담겼다.

미국 정부가 김 전 대통령의 재판 상황을 일일이 보고한 기록도 나왔다. 국무부 법률고문실은 1980년 12월 22일 총 56쪽 분량의 보고서를 작성해 김 전 대통령의 체포 순간부터 재판에 이르는 과정을 기록했다.

재판 참관인으로 파견된 제프리 스미스는 1980년 8월 24일부터 9월 18일까지 한 달 여 서울에 머물며 재판 과정을 직접 지켜봤고, 관계자들을 만나 인터뷰했다고 한다.

국사편찬위는 “보고서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공정한 재판’을 받지 못했다는 결론이 담겨 있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김 전 대통령의 활동이 계엄 해제와 자유선거 촉구 등 민주국가에서 처벌 대상이 될 수 없는 합법적 정치 활동이었다는 점이 명시돼 있다는 것이다. 문서 중 1980년 11월 18일 백악관에서 만난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당시 미국 국가안보 담당 대통령 특별 보좌관과 김경원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장의 회의록도 포함됐다.

브레진스키는 해당 회의에서 “김대중 사건의 결과는 범죄에 대한 판결이 아닌 정치적 판결로 인식돼 한국에 대한 국제적 평판이 심각하게 손상될 것”, “한국 정부가 이 사건을 ‘벼랑 끝 상황’(cliff hanger)으로 몰아가지 않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는 등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기록됐다.

국사편찬위는 1980년 8월 일본가톨릭정의평화협의회가 발행한 ‘광주에서 발생한 최근 사건에 관한 문서’ 등도 공개했다.

허동현 국사편찬위 위원장은 “이번 자료는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에 대해 당시 미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어떤 인식을 가졌는지와, 내부에서 어떤 정책 논의가 오갔는지를 보여주는 사료”라며 “재판의 불공정성을 국제적으로 재확인하고, 한국 현대사 연구와 민주주의 가치 확산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자료는 국사편찬위원회 전자사료관(archive.history.go.kr)에서 열람할 수 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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