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업계 가동률 ‘마지노선’ 붕괴 초읽기…정부 구조조정 시동
상반기 가동률 60%대 추락·근무 인력도 감소
정부 이달 중 대책 발표…여수산단 활로 마련 주목
2025년 08월 17일(일) 16:05
여수국가산단 전경.<광주일보 자료사진>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주요 기업의 설비 가동률이 수익성 확보 기준선으로 여겨지는 70% 밑으로 내려앉고 있다.

정부는 이달 중 각종 금융, 자금, 세제 지원 등을 담은 구조조정 대책을 발표할 예정으로, 위기에 처한 여수산단 등이 생존의 길을 마련할 수 있을 지 지역사회의 관심 집중되고 있다.

17일 각사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의 상반기 나프타분해(NCC) 공장 평균 가동률은 64.4%로 지난해 81%에서 급락했다. 범용 플라스틱 제품인 폴리프로필렌(PP)과 폴리에틸렌(PE)은 각각 72.8%, 71.7%로 15%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LG화학의 평균 가동률도 71.8%로 작년보다 6.2%포인트 낮아졌으며, 금호석유화학은 합성고무와 합성수지 부문이 각각 66%, 57%로 떨어졌다. 한화솔루션 큐셀부문은 태양광 모듈 가동률이 33%에서 21%로 줄었고, 자동차·태양광 소재를 담당하는 한화첨단소재 역시 71%에서 67.7%로 낮아졌다.

가동률 하락은 인력 감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2분기 말 기준 작년 말보다 209명이 줄어 4555명으로 집계됐고, LG화학도 183명 감소한 1만3674명을 기록했다. 한화솔루션 역시 120명이 줄어 5790명으로 근무 중이다.

위기를 느낀 정부는 이달 내로 ‘석유화학산업 구조 재편 방안’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대책은 기업이 자발적으로 사업을 정리하거나 인수·합병, 합작법인 설립 등 구조조정에 나설 경우 금융·세제·행정 인센티브를 집중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산업부는 이를 위해 지난달부터 주요 석유화학 기업 대표들을 개별 면담하고 각사 의견을 수렴했다.

일단 업계 최대 관심사는 공정거래법 규제 완화 여부다. 현행법은 기업 간 협의와 정보 교환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어 사업 재편 논의 자체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일본이 1980년대 오일쇼크 이후 석유화학 재편 과정에서 공정거래법 적용을 일시 유예해 기업 결합을 촉진했던 사례를 참고하고 있다.

정부는 또 원유 무관세 적용 기간 연장, 에탄 등 원료 수입을 위한 터미널과 저장탱크 건설 인허가 패스트트랙 지원도 추진한다. 여기에 3조원 이상 규모의 정책금융 자금 지원, 공업 원료용 LNG 수입 부과금 환급, 분산형 전력 거래 활성화를 통한 전기요금 선택권 확대 등이 포함될 전망이다. 정부는 고부가가치·친환경 화학소재로의 전환을 위한 세제 혜택과 연구개발(R&D) 지원도 병행한다.

특히 이번 정부 대책은 여천NCC 등의 부진으로 위기에 처한 여수국가산단의 활로 모색과도 직결된다.

여수산단은 국내 석유화학 생산의 핵심 거점이자 지역경제의 중추지만, 여천NCC 등 입주 기업들이 글로벌 공급 과잉과 적자 누적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실제 여천NCC는 올해 초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하는 등 부도 위기를 가까스로 버텨내고 있다.

업계는 정부의 금융·세제 지원이 본격화될 경우 여수산단 기업들의 재무 구조 개선과 설비 효율화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경쟁력 회복에는 시간이 필요해 구조조정의 방향과 속도가 향후 산단의 명운을 좌우할 전망이다.

기업 역시 자구책을 서두르고 있다. LG화학은 대산·여수 공장의 스티렌모노머(SM) 라인과 나주 알코올 생산을 중단했고, 롯데케미칼은 대산 에틸렌글리콜(EG) 2공장과 여수 일부 라인의 가동을 멈췄다. 롯데케미칼은 HD현대오일뱅크와 대산 NCC 설비 통합 운영 방안도 논의 중이다.

한국화학산업협회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의뢰한 분석에 따르면 현 불황이 이어질 경우 3년 내 국내 석유화학 기업의 절반이 존속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왔다. 여천NCC는 이미 적자 누적으로 부도 위기에 몰려 긴급 증자와 추가 출자 등으로 운영을 유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최근 현장을 방문하고 “석유화학업계의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기업이 자발적으로 설비 조정과 사업 재편에 나서야 하며 정부도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김해나 기자 khn@kwangju.co.kr

/장윤영 기자 zza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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