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 시설물 ‘산 속 예술품’으로 만들 수 없나
생뚱맞은 토끼등 화장실 계기…장불재 화장실 개선 목소리도 시끌
광주시, 국립공원 측과 협의해 시민 눈높이에 맞는 시설로 바꿔야
2025년 07월 17일(목) 21:20
장불재 화장실 조감도.
무등산 국립공원 주변 환경과 어울리지 않는 건축물(화장실)로 지역민들의 비판이 잇따랐다는 점에서 조만간 들어설 장불재 화장실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무등산 정상의 서석대와 마주보고 있는 장불재에 들어서는 공공시설인 만큼 시민들 눈높이에 맞는 디자인과 환경 친화적 시설로 조성해야한다는 지적이다.

17일 국립공원공단에 따르면 장불재 화장실<조감도>은 3.3m 높이(연면적 65.72㎡)로 오는 8월 준공을 앞두고 있다.

공단측은 국립공원 내 화장실인 점을 감안, 친환경적인 무방류 수세식 방식을 적용했지만 네모 반듯한 기존 디자인을 벗어나지 않아 주변 환경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장불재는 무등산의 대표 명소인 서석대·입석대와 마주한 곳으로, 광주시 전경을 한 눈에 담을 수 있다. 하지만 조감도는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 시설이라는 점에서 광주의 상징인 무등산과의 조화를 담아내는 공공 디자인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축가들 사이에서는 무등산 속에 있는 것 자체로 예술품처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데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기능 뿐 아니라 조형적으로도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면서 시민들의 눈길을 붙잡을 수 있는 ‘문화 공간’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고민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앞서, 무등산국립공원측은 네모 반듯한 화장실을 등산객들이 오가는 토끼등에 설치, 주변 환경을 해치고 바람길을 막는다는 비판을 받았다. 강기정 광주시장도 직접 현장을 찾아 ‘시민이 사랑하며 쉬어가는 무등산을 광주시와 한마디 상의도 없이 엉터리로 화장실을 지어놓았다’면서 “국립공원 관리공단 이사장에게 즉각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는 말도 했었다.

장불재가 위치한 화순군의 경우 ‘천혜의 자연경관을 보전·관리하고 매력적인 경관을 창출함으로써 관광자원으로 활용함을 기본방향으로 한다’는 경관 조례(3조)를 두고 있는 만큼 보다 적극적으로 공공시설 건축에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토끼등과 장불재 모두 국립공원공단이 설계 및 시공을 전담한 데다, 수의계약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미흡한 디자인을 설계에 반영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박홍근 건축가는 “산 속에 있는 자체로 예술품처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해버렸다”며 “기능은 당연한 것이고, 주변과 조화를 이루면서도 이용자들에게 흥미를 줄 수 있는 건축물로 조성할 수 있도록 신경써야 했다”고 말했다.

/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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