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실용적인 에너지정책- 공 순 환 밀알중앙회 강사랑환경대학 강사, 전 광주 광산중학교 교장
2025년 07월 15일(화) 00:00
신임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후 대선 때 내세운 실용주의에 부합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취임 후 첫 외교·안보 대응에서 보수층이 안심할만한 입장을 취한 것, 대통령실과 내각 인선에서 경험과 실력, 능력을 중시한 것 등이 그렇다.

에너지 정책도 눈길을 끈다. 4대강 보(洑) 전면 개방, 탈(脫)원전, 탈(脫)탄소 등이다. 탈탄소 현실화는 하반기에 결정되는 ‘제4차 배출권 할당계획’에서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허용량은 줄이고 탄소배출권은 유상할당을 확대할 경우 일어날 일이다.

산업계가 탈탄소 기조 아래 탄소 배출규제가 강화되는 것을 우려해 생산량을 줄이면 그 결과로 매출이 줄고 일거리가 감소해 고용이 불안해지고 지역경제가 위축되는 현상이 초래된다. 한국은 5년마다 탄소감축 목표를 세우고 있으며 2030년까지 40%(2018년 대비) 탄소배출 감축이 목표다. 올 하반기 이 목표를 올려 2035년까지 60%를 감축한다면 탄소 3억3000만톤을 더 줄여야 한다고 한다. 오늘날 기후위기의 많은 현상들이 모두 탄소배출이 원인임은 누구나 다 아는 바이다.

김성환 환경부장관 후보자는 “한국은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에너지로 쓰는 탈탄소 정책을 해야 한다”고 취임 초기에 말했다. “전세계적으로 에너지 시장의 총량을 100이라 하면 90을 재생에너지에, 10을 원전에 투자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지구촌은 ‘원전 재평가’시대를 맞고 있다. 당장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원자력 시대”라며 “2050년까지 원전을 4배로 늘리겠다”고 한다. 1985년 원자력금지법을 제정했던 덴마크와 2003년 탈원전을 택했던 벨기에, 스페인, 핀란드 등도 변화를 보이고 있다.

최근 AI(인공지능)산업이 뜨면서 점점 원자력 발전이나 소형모듈 원전(SMR)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24시간 내내 가동되어야 하므로 ‘간헐성’ 발전원 대신 전력이 끊길 걱정 없는 원자력 발전을 선호하는 추세다.

재생에너지 정책은 4차 산업혁명 시대 미래 먹거리 산업을 선도하기 위한 친환경적, 지역 재생에너지 자원을 활용할 절실한 기회다. 정부는 태양광·풍력, 조수 간만의 차 등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ESS(에너지 저장체계 Energy Storage System)산업, 수소산업 등의 육성을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선도하고 데이터센터 클러스터와 AI를 연계해 피지컬 AI(휴먼노이드 로봇, 자율주행 등)산업을 광주·전남의 혁신주체 산업으로 필히 육성해야 한다. 물론 ESS를 활용해 재생에너지를 데이터센터 발전원으로 쓰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다.

지난해 구글이 미국 네바다 데이터센터의 전력공급을 위해 태양광 패널과 배터리를 결합한 발전소를 가동한 것은 귀감이 될만하다. 아마존, 애플 등 다른 빅테크 기업들도 이 조합을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부터 ‘배터리 활용의 태양광 발전’이 중국의 석탄화력 발전과 미국 신규 가스화력 발전보다 저렴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배터리도 리튬(Li+) 이온 배터리보다 저렴하고 화재의 가능성이 낮은 나트륨(Na+) 이온 배터리가 대규모로 제조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재생에너지를 쓰더라도 AI 서비스가 지나치게 증가한다면 감당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지구 생태계의 한도 내에서 AI를 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정부는 귀담아 들어야한다. 더욱이 매년 심해지는 기후위기로 전기에너지 사용량의 증가추세 상황에서 이런 변화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신정부의 실용적인 에너지 정책을 놓고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병행 포석’이란 말도 맞다. 탈원전도, 탈탈원전도 아닌 ‘에너지 믹스’라는 것이다. 시장 혼란과 불확실성을 떨치려면 명쾌한 정책 로드맵이 필요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서유기의 파초선(芭蕉扇)’을 언급하며 “파초로 만든 작은 부채지만 세상은 엄청난 격변을 겪는다”고 했다.

최근 잘 나가는 K-원전도 한계가 있고 그 부산물의 재처리 문제 등 원전 사고 시 엄청난 인적·물적 손실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사회가 함께 성장하고 변화의 부담을 공정하게 나누는 ‘정의로운 전환’의 개념이 에너지 정책에 적용됐으면 한다. 목표를 위한 속도전보다 현실과 실용주의가 반영된 균형 있는 에너지 정책이 더 지속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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