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방한계선 - 김지을 사회부장
2025년 07월 15일(화) 00:00
군사분계선을 기준으로 남쪽으로 2㎞ 아래까지의 지점을 말하는 남방한계선(Southern Limit Line·SLL)은 정전 협정(1953년 7월 27일)으로 휴전이 되면서 만들어진 군사적 경계선(線)이다. 민간인 출입이 제한된 구역이니 마음대로 넘을 수도, 들어설 수도 없는 선이다.

‘취업’ 남방한계선, ‘인재’(고급인력) 남방한계선은 이같은 개념을 빗댄 것으로, 해당 선을 넘어가면 양질의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는 청년들의 현실 인식을 엿볼 수 있는 단어다. 수도권에만 500대 기업 본사 77%(385곳)가 있고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몰려 있다보니 여기 사는 취업 준비생들도 자신들이 거주하는 곳에서 내려가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사무직·연구개발직 남방한계선은 판교까지 가서 근무할 수 있다는 뜻으로 판교라인, 기술직 남방한계선은 기흥까지 가능하다는 의미로 기흥라인으로도 불리었다. 최근엔 이같은 개념을 확장해 주요 대기업 R&D 센터가 위치한 지역을 모아놓은 ‘고급인력 남방한계선’이라는 지도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와 있다. 서울 아닌 곳에서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남방한계선은 수원까지임을 엿볼 수 있는 지도로 인력, 돈, 기업이 쏠려있는 수도권 중심의 1극(極) 사회를 드러낸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진행된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 지역균형발전 관련 질문이 나오자 해수부 부산 이전을 꺼내면서 남방한계선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부산 상황이 사실 매우 심각하다. 수도권에서 거리가 멀면 멀수록 심각하다”며 “충청 지역은 그래도 수도권에서 출퇴근도 하고 소위 ‘남방한계선’이 점점 내려오고 있기 때문에 남방한계선을 완전히 벗어난 남도지방들 호남, 영남, 강원도, 경북 이런 데보다는 좀 낫다, 사실은~”이라고 했다.

젊은 청년이 없어 해수욕장 안전관리 요원을 제 때 구하지 못하고 지역에서 일할 의사 한 명 채용하기 힘든 나라, 언제까지 참아내야 하는가. ‘고급인력’ 남방한계선이 해남 땅끝이 되는 날을 언제쯤 볼 수 있을까.

/김지을 사회부장 dok2000@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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