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가족 살해범 “경제난 때문”
“2년여간 건설현장서 임금 못받아 빚 1억6천만원 ”
2025년 06월 04일(수) 20:50
생활고를 비관해 처자식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지모 씨가 4일 오전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내와 고등학생 두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붙잡힌 40대 가장이 건설 경기 침체 속 경제난을 겪어 범행을 저질렀다는 진술을 내놨다.

광주북부경찰은 4일 살인, 자살방조 등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A(49)씨가 “일용직 팀원들 임금을 주고 생활비를 쓰려고 빚을 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건설 현장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을 데리고 일하는 일용직 작업반장으로, 2년여 전 원청으로부터 임금을 받지 못해 경제난을 겪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자신이 불러 모은 팀원들에게 밀린 임금을 주기 위해 대출을 받았는데, 결국 빚이 늘어 자신과 아내에게 각 8000만원 씩 총 1억6000만원 상당의 빚이 생겼다는 것이다.

또 A씨는 “조울증을 앓는 아내를 돌보느라 힘들었고, 생계가 힘들어 가족과 함께 죽으려고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A씨가 차량을 바다에 추락시키기 전 아내와 “같이 죽자”는 취지의 대화를 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A씨에게 아내에 대한 자살방조 혐의도 적용했다.

A씨는 지난 1일 새벽 1시 10분께 진도군 임회면 진도항에서 동갑인 아내와 18세, 16세 고등학생 아들 두 명을 승용차에 태우고 바다로 돌진해 가족들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범행에 앞서 목포시 일대에서 고등학생 아들들에게 영양제라고 속이고 아내가 처방 받은 수면제를 먹인 뒤, 진도항에 도착해 아내와 함께 수면제를 먹고 차량을 바다에 빠뜨린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바다에 빠진 이후 차량 운전석 창문을 통해 빠져나왔고, 이후 인근 산 속에서 머물다가 전화를 빌려 가족에게 “데리러 오라”고 요청했다. 가족은 A씨가 함께 일했던 건설 현장 동료에게 대신 부탁을 했고, 2일 오후 6시께 동료의 차를 타고 광주로 오다 광주시 서구 양동에서 체포됐다.

경찰은 도주 우려를 들어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 이날 발부받았다.

경찰은 A씨 등의 휴대전화와 차량 블랙박스 포렌식 조사를 통해 구체적인 범행 경위를 조사 중이다.

/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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