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km 산길 넘어 투표소로…광주 산골마을 어르신들 ‘열정의 한 표’
![]() 백순애 할머니 |
“힘들어도 한 표라도 꼭 찍어야혀. 투표 용지 칸에 제대로 찍고 나왔어. 인자 투표 했응께 찬찬히 집 걸어갈라고.”
제21대 대통령선거 본투표가 치러진 3일 광주의 시골마을, 자연마을에서도 산길을 건너 투표소를 찾아온 이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자연마을은 노인 비율이 높은데다 투표소까지 가려면 산을 넘어가야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가족의 차량을 빌리거나 굽은 허리로 산길을 뚫고 걸음을 재촉했다.
등이 90도로 굽어진 백순애(여·88) 할머니는 광주시 북구 건국동 건국제3투표소(효령노인복지타운)에서 투표를 하고 “투표 하고 나니 개운하다. 20분 걸어 집 가는 길도 금방이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밭에서 마늘을 캐다 투표하러 왔다는 백 할머니는 “한 표 차이로도 떨어질 수 있으니까 투표를 놓칠 수 없다”며 “우리나라를 위해 일 잘 할 사람으로 뽑아야한다. 젊은 사람들이 직장 잘 다니고 아이 많이 낳는 건강한 나라가 되면 소원이 없겠다”고 말했다.
건국동 금당마을에 거주하는 선순덕(여·85) 할머니는 사위 차를 타고 15분 걸려 투표소에 도착했다. 허리, 무릎, 손목 등 안 아픈 곳이 없어 지팡이에 의존할만큼 거동이 불편하지만, ‘생애 마지막까지 투표는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투표소를 찾은 것이다.
선 할머니는 “나이도 많아서 다음 선거 때 찍을 수 있을 지 모른다”며 “내 자식, 남의 자식이 다 귀하니까 다 같이 잘 살고 노인들도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나라가 되면 좋겠다”며 웃었다.
근처 요양원에서 생활하는 홍보금(여·89) 할머니도 딸의 부축을 받으며 투표장에 왔다. 휴일을 맞아 어머니와 점심 식사를 한 홍 할머니 자녀들이 사전투표를 하지 않은 것을 알고 모시고 온 것이다.
딸 박금례(54)씨는 “엄마가 인지 능력도 떨어지고, 다리 힘이 없어서 건강상 5년 후에는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마지막 대통령을 뽑는 마음으로 오셨다”고 말했다.
한편, 선거관리위원회는 대중교통이 미비한 지역에 왕복 셔틀버스를 운영한다. 이날 효령노인복지타운에는 총 5회 버스가 운영되며 첫 버스에는 7명, 두 번째 버스에는 10명의 어르신들이 셔틀버스를 타고 투표소를 오갔다.
백동준(용강마을 통장) 차량 안전요원은 “이 근처 용강 마을, 해산 마을, 금당 마을은 버스 타려면 1㎞ 걸어 나가야할 만큼 교통편이 좋지 않다”며 “자식들이 멀리 살거나 사전투표를 못 하셨던 어르신들이 이 버스를 타고 투표하러 온다”고 말했다.
/글·사진=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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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대통령선거 본투표가 치러진 3일 광주의 시골마을, 자연마을에서도 산길을 건너 투표소를 찾아온 이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자연마을은 노인 비율이 높은데다 투표소까지 가려면 산을 넘어가야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가족의 차량을 빌리거나 굽은 허리로 산길을 뚫고 걸음을 재촉했다.
밭에서 마늘을 캐다 투표하러 왔다는 백 할머니는 “한 표 차이로도 떨어질 수 있으니까 투표를 놓칠 수 없다”며 “우리나라를 위해 일 잘 할 사람으로 뽑아야한다. 젊은 사람들이 직장 잘 다니고 아이 많이 낳는 건강한 나라가 되면 소원이 없겠다”고 말했다.
![]() 선순덕 할머니 가족. |
홍보금 할머니와 딸 박금례 씨. |
딸 박금례(54)씨는 “엄마가 인지 능력도 떨어지고, 다리 힘이 없어서 건강상 5년 후에는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마지막 대통령을 뽑는 마음으로 오셨다”고 말했다.
![]() 선거인 교통편의 제공차량 |
백동준(용강마을 통장) 차량 안전요원은 “이 근처 용강 마을, 해산 마을, 금당 마을은 버스 타려면 1㎞ 걸어 나가야할 만큼 교통편이 좋지 않다”며 “자식들이 멀리 살거나 사전투표를 못 하셨던 어르신들이 이 버스를 타고 투표하러 온다”고 말했다.
/글·사진=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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