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를 넘다’ ‘주문을 외다’
김25 작가, 부산서 ‘WAVE’전
9일~6월22일…바다의 날 기념
문자·기호, 다채로운 색감으로
40여 작품 생성·소멸 바다 구현
2025년 05월 14일(수) 19:45
김25 작가가 오는 29일부터 6월 22일까지 부산 스페이스 원지에서 ‘WAVE’를 주제로 전시를 연다. 작품명 ‘Cast a Spell’
‘문자와 기호를 매개로 변화무쌍한 바다를 재해석하다.’

평소 우리가 보는 바다는 푸른빛이다. 심연의 바다는 검푸르지만 일상의 바다는 대체로 푸르다. 여름 날 백사장 너머로 보이는 바다는 온통 청색이다. 눈이 시리게 반짝이는 에메랄드 빛은 낭만과 여유를 준다.

그러나, 김25 작가(김이오)가 상정하는 바다는 기존의 관념을 전복시킨다. 그가 펼친 화폭의 바다는 빨주노초파남보, 일곱 가지 빛깔이 뒤섞여 있다. 분노처럼 일렁이는 화폭의 바다는 낭만이나 힐링과 같은 바다에 대한 일련의 긍정적인 사유를 뒤엎는다.

김25 작가가 바다를 모티브로 부산에서 전시(29일~6월 22일)를 연다. 바다의 날(5월 31일)을 기념해 스페이스 원지에서 펼치는 이번 전시 주제는 ‘WAVE: Cast a spell’.

‘파도를 넘다’, ‘주문을 외다’라는 의미처럼 작가는 시적 감성을 투영해 바다를 신화적으로 재해석했다. 하늘과 조우하며 빛과 음영의 신비로운 대비를 이루는 바다는 역동적이면서도 변화무쌍하다.

김25 작가
전시를 앞두고 14일 만난 김 작가는 “그동안 바다가 발현하는 다채로운 감성, 영속성 등을 구현하는 작업을 해왔다”면서 “이번에는 일련의 과정에서 한발 비켜나 생성과 소멸을 매개로 바다를 신화적으로 재해석했다”고 했다.

이번 출품작은 모두 40여 점. 10호부터 300호 대작에 이르는 작품들은 기존의 작품과 신작들이 고루 포함돼 있다.

전시장 스페이스 원지는 과거 선박용품 창고로 사용되던 건축물을 복합문화공간으로 리모델링한 곳이다. 부산 영도의 과거 산업구조를 고스란히 간직한 장소적 기억 위에 자리잡고 있다. 높은 층고는 물론 넓은 규모, 선박을 연상하게 하는 인테리어로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전시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실제 바다가 있다는 점도 이색적이다.

작가는 이번 작품들은 손가락, 손바닥 등을 활용해 ‘몸으로 그렸다’고 했다. 또한 드로잉 용구를 활용해 기존의 방식과는 다른 방식으로 표현했다. “모더니즘 회화를 좋아한 나머지 너무 오랫동안 개념적 그림을 그렸는데 뭔가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다른 무엇보다 변화에 대한 열망이 작가의 내면에서 끊임없이 출렁거렸을 것 같다. 타성이나 진부함은 작가들이 경계해야 하는 가장 두려운 ‘적’이기 때문이다.

‘노아의 방주’
실제로 지난 2020년부터 지속해온 ‘노아의 방주’는 점차 신화적인 범주로 확장돼왔다. 추상적 색면과 구상적 이미지를 조화시킨 작품들은 독창적인 조형의 아우라를 발한다. 화려한 색채와 질풍노도의 파도가 겹쳐진 ‘화폭의 바다’는 예술에 대한 열정으로 수렴된다.

김 작가는 “문자와 기호를 매개로 바다를 철학적이며 신화적인 범주로 확장하고자 했다”며 “바다와 하늘의 공간적 배경을 토대로 시각과 청각 그리고 언어적 감각들을 다채롭게 작품에 투영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흐르는 파도는 찰나의 감성에 서정과 서사를 덧입혀 완성됐다. 작품에서 ‘모비딕’, ‘노인과 바다’와 같은 고전이나 기호학자 소쉬르의 언어 이론, 성경 속 신화들이 중층적으로 읽히는 것은 그런 연유다.

강선학 미술평론가는 “문자를 형상으로 덧씌운 물감의 덩어리, 그것은 의미가 아니라 생성의 덩어리다”며 “그가 손가락으로 그리는 촉감의 직접성, 현재라는 몸, 물질로서 몸, 물질이 관념으로 전환은 상투적인 개념과 이미지 내부에서 상투성을 넘어서서 내재하고 있는 힘, 물질의 생성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고 평한다.

한편 김 작가는 홍익대 서양화과와 동 대학원 석사를 졸업했으며 아트 마이애미 두바이 아트페어 등 다양한 전시에 참여했다. 서울 금산갤러리 소속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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